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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랏말싸미' 상영금지 두고 법정공방…합의 무산

등록 2019.07.05 18:03:20수정 2019.07.05 18: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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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개봉 앞둔 영화 '나랏말싸미'

출판사 "동의없이 영화제작 강행"

영화사 "다양한 책 연구해 영화화"

크레딧 두고 조정…피고 측 거부

【서울=뉴시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2019.06.04

【서울=뉴시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2019.06.04

【서울=뉴시스】옥성구 기자 = 한 출판사가 훈민정음 창제 당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 '나랏말싸미'가 자신들이 발간한 도서를 동의 없이 각색했다며 영화제작사를 상대로 낸 상영금지 가처분 심문에서 '엔딩 크레딧'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출판사 측은 합의 의사를 밝혔지만, 제작사 측이 "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해 합의는 무산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부장판사 우라옥)는 5일 도서출판 나녹이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사인 영화사 두둥과 투자·배급사 메가박스중앙 등을 상대로 "상영금지 가처분을 인용해달라"고 낸 가처분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서 원고 측 형난옥 나녹 대표는 "원작자는 1500매가 넘는 원고를 작성하고 15년 동안 1000권이 넘는 책을 보며 풍찬노숙해 '훈민정음의 길' 책을 만들었다"며 "저희가 원하는 크레딧과 최소한 본인들이 해준다고 한 것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인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어려운 출판계에서 어려움을 딛고 만들어낸 이 책에 대해 큰 돈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면서 "절차적인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문헌에 남겨달라는 것이지 다른 이의제기를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재판장에까지 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서 영화가 잘 되면 하는 바람도 왜곡될까 두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 측 조철현 감독은 "원안이 되려면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오히려 원안 책은 따로 있다"고 반박했다. '훈민정음의 길' 책뿐 아니라 다양한 책을 연구해 영화화한 것이라는 취지다.

피고 측 오승현 영화사 '두둥' 대표도 "제가 너무 힘든 상황을 겪다 보니 출판사와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까지 들었다"며 "저희가 배우까지 떠나보내고 발인하는 아침에 이 소송이 접수됐다는 내용을 받았을 때는 '이건 악의적이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원고 측 대리인은 "예상하지 못한 배우의 자살 사건이 있었지만 그거에 맞춰 악의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면서 "가처분 신청을 내고 송달 과정에서 그런 사정이 겹쳤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2019.06.04

【서울=뉴시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2019.06.04

양측의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엔딩 크레딧에 '도서출판 나녹'이라고 넣는다면 소송을 취하할 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원고 측 대리인은 "다 취하하고 해결할 의사는 있다"면서 "그 정도 표기면 원만히 합의해서 영화의 성공을 바라는 당사자들 간에 의사 표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피고 측 오 대표는 "극장에 상영되는 엔딩 크레딧을 지금 바꿀 수는 없다"며 "제가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에 얼굴을 들지 못한다. 정확하게 판단을 받아야지 합의했다고 하면 뒤에서 무언가 왔다갔다 했다는 얘기를 들어 저희 영화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합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판부는 "조정을 강요할 수 없지만 일단 심문을 종결하고 재판부 내 합의를 거치겠다'면서 "영화를 둘러싼 비극도 있는 상황이고, 다른 것도 아니고 한글에 관한 것인데 다투면 안 되는 상황이라 생각해 재판부도 영화에 흥행하고 원만히 종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앞서 나녹 측은 지난 2014년 자신들이 발간한 도서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평전'을 각색해서 만든 영화 '나랏말싸미'가 이 저작물에 대한 독점 출판권 및 영화화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출판사 동의 없이 영화화했다고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영화 '나랏말싸미'는 배우 송강호, 박해일 등이 주연으로 출연한다. 오는 24일 개봉을 예정하고 있어 그 이전에 법원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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