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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홍콩 시위 국면서 재벌 압박"…"절대적 충성 원해" NYT

등록 2019.10.01 11: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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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당국, 홍콩 시위 원인으로 부동산 지목

부동산 재벌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표적

친중파 정당, 토지 회수 주장도

【홍콩=AP/뉴시스】홍콩 부동산 재벌인 리카싱(91) 청쿵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10일 홍콩에서 열린 청쿵그룹 연례회의 이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2019.10.01.

【홍콩=AP/뉴시스】홍콩 부동산 재벌인 리카싱(91) 청쿵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10일 홍콩에서 열린 청쿵그룹 연례회의 이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2019.10.01.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중국 관영언론이 홍콩의 반중 시위 책임을 기업인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카싱(91) 청쿵그룹 회장을 비롯한 부동산 재벌들이 홍콩 부동산의 가격 폭등으로 이득을 취하는 동안 시위대의 주축인 젊은이들의 사회 불만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관영매체의 저격이 집중된 대상은 리 회장이다. 관영언론은 홍콩의 기록적인 집값으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해 4개월째 거리에서 반중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법률위원회는 공식논평에서 "홍콩의 최근 혼란 상황은 많은 젊은이들이 높은 집값과 비싼 임대료에 대한 불만을 정부를 향해 터트리고 있는 것"이라며 "젊은이들이 엉뚱한 곳을 탓하고 있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홍콩 부동산 재벌들은 공산당의 정치에 동조하고 중국의 경제 성과에 일조하는 한 원하는 대로 사업을 해나갈 수 있었다. 리 회장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도자들과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사업도 키웠다. 이 같은 체제에서 리 회장은 숙련된 모습을 보여왔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체제에서는 이런 '회색 지대'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NYT는 전했다. 

작가 렁만타오는 "시 주석의 가장 두드러지는 통치 스타일은 각기 다른 이익 집단을 묶는 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회색지대 없는 절대적 충성만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홍콩 시위 국면에서 중국은 직접적으로 기업들을 거론해왔다. 국영언론은 직원들이 홍콩 시위대의 총파업에 동참하도록 방치했다는 이유로 캐세이 퍼시픽 항공을 비난했다.
【홍콩=AP/뉴시스】1일(현지시간) 홍콩의 '레넌의 벽'(Lennon Wall)에 시위대로 보이는 청년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바닥에 붙이고 있다. 홍콩 시위대는 중국의 70주년 국경절인 1일 경찰의 불허 방침에도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을 예고한 바 있다.시위대는 중국은 국경절을 축하하지만 홍콩은 톈안먼 사건 등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이를 ‘추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10.01.

【홍콩=AP/뉴시스】1일(현지시간) 홍콩의 '레넌의 벽'(Lennon Wall)에 시위대로 보이는 청년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바닥에 붙이고 있다.  홍콩 시위대는 중국의 70주년 국경절인 1일 경찰의 불허 방침에도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을 예고한 바 있다.시위대는 중국은 국경절을 축하하지만 홍콩은 톈안먼 사건 등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이를 ‘추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10.01.

이제 화살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을 향하고 있다.

홍콩의 최대 친중파 정당은 9월 당국이 개발업자들로부터 토지를 회수해서 저렴한 주택을 시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비난은 근거가 없다고 NYT는 지적했다. 중국 당국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본토인 베이징, 상하이, 선전과 같은 도시들도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비싼 도시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서다.

또 중국 당국이 홍콩의 부동산 가격을 낮춘다 해도,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려는 홍콩 시민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리 회장은 신흥 경제계급인 기업인을 지지한다고 내세우고 싶어 하는 중국의 과거 지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왔다. 마오쩌둥 사망 후 최고 권력자가 된 덩샤오핑과 일대일 만남을 2차례 가졌고, 덩샤오핑의 후계자인 장쩌민은 리 회장의 호텔에 사흘 동안 머물면서 식사를 함께했다. 리 회장은 당시 지방 관리였던 시 주석과도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리 회장은 최근 몇년 동안 독자적인 행동을 보여와 중국 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리 회장은 2013년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중국 본토와 홍콩의 부동산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관영언론은 이같은 움직임이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2년 후 관영매체가 통제하는 중국의 싱크탱크는 "리카싱이 달아나게 하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여기에는 리 회장이 중국에서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으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리 회장은 그가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야 했다.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벌어진 2014년 우산혁명 당시 신화통신은 리 회장이 "시위대의 호소에 동의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9월 홍콩에서 열린 불교 행사에서 리 회장은 "젊은이(시위대)들이 큰그림을 고려하기를 바란다"며 홍콩 시위 이후 첫 공개석상 발언을 내놨다. 그는 홍콩 지도부에 "미래 주역인 젊은이들에게 빠져나갈 통로를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시위대에 대한 맹렬한 비난은 아니었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 당국이 홍콩의 부동산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서 기업인들은 몸을 낮추고 있다. 홍콩 부동산 재벌 에이드리언 청 뉴월드그룹 부회장은 300만 제곱피트(약 8만4000평)의 토지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기부한 토지 가치는 34억위안(약 57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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