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우크라 주재 美대사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위협 느껴"
"국무부에 우크라 정치개입 우려 보고했지만 조치 없었다"
【워싱턴=AP/뉴시스】지난 10월11일 마리 요바노비치(가운데) 전 주우크라이나 미국대사가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미 하원 정보위는 4일(현지시간) 그의 10월11일자 비공개 청문회 증언 내용을 공개했다. 2019.11.05.
4일(현지시간) 미 하원 정보위가 공개한 증언록에 따르면, 마리 요바노비치 전 주우크라이나 미국대사는 지난 10월 11일 하원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위협을 느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 개인변호사 루돌프 줄리아니의 우크라이나 접촉 사실을 언제 인지했는지에 대해 "아마도 2018년 11~12월쯤"이라고 답했다. 줄리아니는 우크라이나 스캔들 핵심 인물로, 우크라이나를 오가며 트럼프 대통령의 수족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시 우크라이나 당국자들로부터 줄리아니가 자신을 축출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같은 시기에) 유리 루첸코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과 줄리아니가 수차례 만났다"며 "루첸코 총장은 내게 해를 가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루첸코 총장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차남이 이사로 있던 우크라이나 기업 '부리스마' 수사와 관련해 줄리아니와 수차 접촉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부리스마 의혹을 조사하길 기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또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이 지난 2월 줄리아니와 대화한 뒤 자신에게 '우크라이나의 미국 정치개입'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도 밝혔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아바코프 장관은 이를 매우 위험하다고 여겼다"며 "우크라이나는 독립 이래 공화당과 민주당의 초당적 지지를 받아왔고, 미 국내정치에 개입하는 건 우크라이나에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증언에 따르면 아바코프 장관은 이같은 우려를 표명하며 요바노비치 전 대사에게 "뒤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줄리아니가 요바노비치 전 대사를 상대로 모종의 음해를 시도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줄리아니의 측근인 레프 파르나스와 이고르 프루먼이 줄리아니와 루첸코 총장의 만남을 주선했으며, 우크라이나에서 모종의 '사업'을 하기 위해 현지 대사 교체를 원했다는 게 요바노비치 전 대사의 증언이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들은 국무부 고위 당국자들에게 전달됐지만, 국무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그들(국무부 당국자들)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이후 지난 4월 미 본토로 소환됐고, 필립 리커 국무부 차관보 대행으로부터 사직을 권유 받았다. 그는 "대통령이 2018년 7월부터 내가 대사 직을 떠나길 원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이 자리에서 리커 대행으로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당신을 보호하려 노력해 왔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됐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지난 2016년부터 재직했던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지난 4월 돌연 워싱턴으로 소환돼 5월 경질됐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내부고발장에 따르면 그는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수사에 협력하지 않아 경질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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