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터뷰]양우석 감독 "'강철비2', 남북 분단물의 최종 진화 표방"

등록 2020.07.25 06:00:00수정 2020.07.25 11:13:0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정상회담', '강철비'와는 상호보완적 속편

한반도 평화체제 가는 길 모색하는 직구

핵잠수함 액션, 블랙코미디로 영화적 재미 더해

[서울=뉴시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뉴시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30년 전 냉전이 종식됐을 때 유독 한반도만 냉전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남북분단은 미·중 갈등의 한가운데 껴버리면서 더 복잡을 양상을 띠고 있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은 남북과 미국이 정상회담을 하던 중 북에서 벌어진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 '백두호'에 납치된 이후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패권국가의 갈등과 일본의 견제라는 동북아의 현실을 바탕으로 남북문제라는 과제를 안은 한반도의 미래를 예측한다.

북미 평화협정을 위한 정상회담에 초대는 받았지만 우리가 사인할 곳은 없는 대한민국이 현실은 북한과 미국 정상 사이에서 중재자 노릇을 하느라 애쓰는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의 표정과 행동을 통해 여실하게 보인다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양우석 감독은 "분단물의 최종 진화를 표방한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고민하는 문제의식과 북한 내 정변으로 인한 전쟁 위기라는 시작점은 같지만, 전편과 스토리가 이어지지는 않는다. 1편이 전쟁과 한국의 핵무장 이슈를 다뤘다면, 2편은 북한의 내부 붕괴와 평화적 비핵화를 담는다.

양 감독은 상호보완적 작품이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중국이 패권국가로 급부상하면서 심화한 미중 갈등의 한가운데에 휘말린 한반도라는 확장된 시야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 체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죠. '강철비'는 남과 북이 한반도 문제에 주도권과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판타지에서 시작해 북핵 문제의 해결 방안이라는 리얼리티로 나아간 변화구라면, '정상회담'은 분단의 당사자인 남과 북이 정작 한반도 문제에서는 미중 갈등과 일본의 견제 등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아래에 놓인 종속변수라는 리얼리티에서 출발해 궁극적인 바람인 한반도의 평화체제로 가는 길을 모색하는 직구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두 가지 설정과 스토리 전개는 따로 또 같이 한반도의 평화체제라는 소재와 주제를 완성한다.

복잡한 국제 정세와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역사를 상업 영화로 푸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극 초반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시대를 겪은 한국과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국의 상황을 설명한다. 그래야지만 한반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수 있다는 진정성, 신뢰의 문제라는 판단이다.

"해외의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갈 수 있는 길은 전쟁, 북의 내부 붕괴, 평화적인 비핵화, 한국의 핵무장에 의한 핵균형으로 인한 평화. 이 넷 중의 하나라고 보았죠. 강철비 시리즈는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고민과 해외 전문가들의 논거에 입각해 내어놓은 이야기에요. 한반도가 갈 수 있는 길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도리이자 숙명으로 생각했어요. 그 과정에서 국제 정세를 풀어내는 것은 당연히 필요했죠."

북한 최초의 전략 핵잠수함 '백두호'에 세 정상이 납치된 이후에는 액션과 스릴러, 블랙 코미디가 버무려진다. 특히 한국 영화 최초로 선보이는 잠수함 액션은 긴박감을 고스란히 전달해 신선하고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일종의 장치는 필요하죠. 군사적으로도 설득력 있고 리얼한 잠수함을 만들기 위해 대한민국 해군에서 잠수함장으로 복무했던 김용우 전 함장이 촬영장에 상주하며 일일이 감수했어요. 장르적으로 내가 이룩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자 결심했어요. 잠수함 액션은 이 이상은 해내야 한다는 영화적 목표였어요."

출연진의 열연도 눈에 띈다. '강철비'에서 북의 최정예 요원 엄철우를 맡았던 정우성이 한국 대통령으로,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를 연기한 곽도원이 쿠데타를 일으키는 북의 호위총국장으로 진영을 바꿨다. 유연석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을 맡았다. 김정은 위원장을 떠올리게 하지만 외양은 완전히 다른 북한 최고 지도자다.

[서울=뉴시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뉴시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정우성은 남북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난감함과 무력감,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한민국 대통령 역으로 섬세한 연기를 선보였다. 양 감독은 정우성을 통해 북한을 대하는 우리의 표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정우성씨에게 부탁한 것은 표정을 보여달라는 것이었어요. 어느 순간 우리는 북을 바라볼 때 표정을 잃어버렸어요. 한경재 캐릭터를 통해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표정을 보여주자고 다짐했죠."

강대국에 끼어 버린 한반도의 버거운 현실을 그리지만 영화는 희망을 얘기한다. 달라진 시대, 한반도의 우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더는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고 분단과 대결을 우리 의지로 종식하고 평화로 이끌어가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운명을 우리가 결정할 수 없다는 현실인식을 하고 나서야,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평화의 틈새라도 활짝 열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 거예요.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죠. 한국 사회는 제도 검열은 없어졌지만 내부 검열이 생겼어요. 정부의 역할이 커지다 보니 정파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그렇게 봐서는 안 되는 분야가 교육과 외교안보에요.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얘기하는데 여야가 나뉠 수는 없잖아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판단해주셨으면 해요"

코로나19 사태뿐 아니라 남북 관계가 다시 경색된 시기에 개봉하는 것이 아쉽지는 않을까.

"영화는 기획에서 개봉까지 최소 3년은 걸리잖아요. 남북 관계가 좋은 것처럼 보이고 나쁜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30년째 계속 패턴 안에서 경색 국면과 화해 모드가 반복되고 있잖아요. 시국에 도움을 받을 생각은 없어요. 그리고 그 양상을 남과 북이 깰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어려운 시기지만 다 포기하고 있을 수만은 없죠. 누군가는 영화를 걸어야 하지않을까요. 사명감이라기보다는 영화 종사자는 일종의 하나의 회사이니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