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고 수십억 걸고 늘린 '무전공', 수시모집 관심 '미지근'
종로학원, 서울 주요 20개大 무전공 모집현황 분석
신설 대학, 자유전공학부 50%·광역모집 100%에서
해당 대학 전체 경쟁률보다 저조한 모집 결과 나와
"기존 대학, 전년도 수준 유지…의대증원 탓일수도"
[서울=뉴시스] 지난 7월2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5 대입 수시·정시 지원전략 특집 설명회에서 참석 학부모들이 의대 모집정원 확대, 의대 지역인재 60% 선발, 무전공 선발 확대 등 입시 정보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4.10.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정부가 국고 인센티브를 줘 가며 신입생 모집인원을 늘렸던 '전공자율선택제'(무전공) 학과의 입시 실적이 신통치 않다. 무전공 학과를 둔 대학 5곳 중 3곳 이상이 전체 학과 평균 경쟁률에 못 미쳐 수험생 반응이 미지근하다는 평가다.
3일 종로학원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수도권 주요 대학 20곳의 2025학년도 수시모집 무전공 모집단위(학과) 경쟁률을 해당 대학의 전체 평균 경쟁률과 비교한 결과를 이같이 공개했다.
교육부의 전공자율선택제(무전공)는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한 후 세부 전공을 택하는 방식의 학과다.
교육부는 지난 1월 전공 간 '벽 허물기'를 유도한다며 수도권 주요 대학과 지방 국립대 등 총 73곳에 무전공 정원 확대를 조건으로 국고 인센티브를 걸었다.
무전공 정원을 많이 늘릴수록 인센티브 평가 등급이 달라지고, 국고 인센티브 금액도 비례해 다르다. 수도권 주요 대학은 S등급과 B등급 간 24억이 벌어진다.
의대, 사범대 등 양성 정원을 관리 받는 학과를 뺀 모든 전공을 택할 수 있는 '자유전공학부'(유형 1), 특정 계열 내 전공만 택하는 '광역선발'(유형 2)로 나뉜다.
유형별로 살피면 대학 17곳 중 10곳(58.8%)은 자유전공학부 경쟁률이 모든 학과 평균 경쟁률보다 높았다.
한양대 '한양인터칼리지학부' 경쟁이 가장 치열했다. 인문과 자연, 무계열 각각 3개 단위로 학생을 모집했다. 총 190명 모집에 1만1813명이 지원해 62.2대 1을 보였다. 한양대 전체 평균 경쟁률은 33.9대 1이었다.
이를 비롯해 자유전공학부를 새로 운영한 ▲아주대(42.6대 1) ▲성균관대(39.3대 1) ▲건국대(34.9대 1) ▲서울시립대(26.0대 1) ▲한국외대(23.7대 1) 등 12개교 중 절반인 6개교 경쟁이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서강대(18.2대 1) ▲동국대(16.1대 1) ▲세종대(15.6대 1) ▲숭실대(12.0대 1) ▲인하대(11.8대 1) ▲국민대(11.5대 1) 등 6개교는 평균 경쟁률을 밑돌았다.
기존 운영 자유전공학부 6곳 중 ▲고려대(33.5대 1) ▲이화여대(32.6대 1) ▲홍익대(21.4대 1) ▲서울대(10대 1) 등 5개 대학은 전체 학과 평균 경쟁률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다만 경희대 자율전공학부는 27.5대 1로 평균보다 저조했다.
[서울=뉴시스] 수도권 대학과 국립대학 등 73개 대학은 내년 정원 내 모집인원의 28.6%인 3만7935명을 무전공(전공자율선택)으로 뽑는다. 비중으로 따지면 전년도 6.6%(9924명)보다 4배 이상 불어났다. 교육부는 일반재정지원사업 평가에서 이들 73개교에 모집인원 25% 이상을 무전공으로 뽑아야 만점을 주기로 했다. ‘전공자율선택’은 학과나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 후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제도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유형2' 광역모집은 사정이 좋지 않았다. 원서를 받은 대학 17곳 중 15곳(88.2%)의 광역모집 경쟁률이 대학 전체 평균 경쟁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광역모집을 신설한 대학 9곳은 모두 평균보다 저조했다.
종로학원이 광역모집으로 분류한 서강대 사회과학부, 인문학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3곳에서는 총 98명 모집에 4835명이 지원해 49.3대 1을 보였다. 서강대 전체 경쟁률(27.5대 1) 1.7배에 이르러 경쟁이 치열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부(31.4대 1)도 평균보다 높았다.
반면 ▲국민대(12.9대 1) ▲중앙대(10.8대 1) ▲서울대(8.9대 1) ▲연세대(9.2대 1) ▲홍익대(7.3대 1) ▲이화여대(5.5대 1) 등 기존 대학 6곳은 평균보다 저조했다.
광역모집 신설 대학은 ▲건국대(26.3대 1) ▲한국외대(19.5대 1) ▲고려대(18.4대 1) ▲인하대(15.4대 1) ▲동국대(15.3대 1) ▲아주대(13.2대 1) ▲이화여대(11.3대 1) ▲단국대(11.1대 1) ▲국민대(6.8대 1) 등이었다.
유형 1(자유전공학부)과 유형 2(광역모집)를 같이 운영한 대학도 있지만, 중복을 추리지 않고 무전공 두 유형의 수시모집 결과를 단순 합산하면 34개교 중 22개교(64.7%)의 경쟁률이 대학 평균을 밑돌았다.
무전공 모집을 새로 도입한 대학만 추려내면 21개교 중 15개교(71.4%)의 경쟁률이 학교 평균보다 낮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기존에 무전공 선발을 실시하고 있던 상위권 대학은 지난해 수준의 선호도"라면서 "무전공 선발을 신설한 대학은 유형에 상관 없이 일반학과보다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다소 낮게 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아직 정시 전형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교육부가 국고 인센티브를 내걸지 않았다면 대학들이 무전공 선발을 늘릴 유인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는 평가다.
임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로 합격 기대심리가 높아지면서 수험생들이 자기 성적보다 높은 학과에 원서를 쓰는 경향이 있는 만큼, 무전공 학과의 수시모집 실적도 기대 이상 수준에 미치진 못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무전공 선발은 향후 대학 간 선호도 격차가 클 수 있다"며 "서울-지방권 간 격차는 물론, 상위권 대학 무전공 선발 합격생이 타 대학과의 중복 합격 등으로 등록을 포기하는 일도 매우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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