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 출산 전 허수경…12년 전에 선택한 '자발적 비혼모'
[서울=뉴시스] 지난 2008년 방송된 KBS 1TV '인간극장' 허수경 편. 2020.11.17. (사진 = '인간극장' 캡처) [email protected]
허수경은 1998년 MBC '전문 MC' 1기다. 똑 부러진 말솜씨와 안정된 방송 진행으로 1990년대 초 인기를 누렸다.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만 낳아 기르는 여자를 가리키는 '자발적 비혼모'(Single Mothers by Choice)를 국내에 가장 먼저 널린 알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허수경, 기증받은 정자로 임신했다고 '공개선언'
당시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한 허수경은 2008년 1월 정자기증을 통해 시험관 아기를 출산했다. 그렇게 낳은 딸의 이름은 자신의 성씨를 따 지었다. 그녀의 출산기는 같은 해 2월 KBS 1TV 다큐프로그램 '인간극장'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허수경 편의 부제는 '고맙다, 사랑한다'였다.
두 번의 결혼 실패 과정에서 불임 판정을 받았던 허수경은 당시 '인간극장'에서 비혼모의 길을 선택한 것과 관련 이렇게 설명했다. "아무리 날 인정해 줘도 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여자로서 가치 있는 일을 해내는 것"이라면서 "(아이를 낳는) '제일 가치 있는 일을 못하는구나' 생각해서 가슴 아팠다"는 것이다.
아이를 향해서는 "아빠가 없다는 결핍을 채워주기는 힘들겠지만, 두배 세배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비혼모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허수경의 당당한 선언에도 일부에서는 '아동 학대'라고 그녀를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2014년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허수경. 2020.11.17. (사진 = '인간극장' 캡처) [email protected]
허수경은 2010년에 이해영 한신대 교수와 세 번째 결혼을 했다. 이들 가족은 지난 2017년 MBC TV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작년 역시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단란한 가족 생활을 공개했다. 이 가족은 현재 제주에서 생활하고 있다.
비혼모에 대한 인식, 12년이 지나도 제자리
사유리는 지난 4일 일본 정자은행에 보관돼 있던 남성의 정자를 기증 받아 아들을 낳았다. 그녀는 16일 KBS 1TV '뉴스 9'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미혼 여성에게 정자 기증을 금지하는 법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허수경도 비혼 상태에서 정자 기증을 통해 딸을 낳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의료계에서 정자 기증은 '법률적 혼인관계'인 부부에게만 원칙적으로 시술해야 한다는 윤리지침을 강력하게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KBS 9뉴스에 공개된 방송인 사유리와 아들 (사진 = KBS) 2020.11.16. [email protected]
특히 최근 논의가 본격화된 페미니즘과 맞물려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이야기가 더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유럽, 아메리카 등지에서는 허수경, 사유리처럼 자발적 비혼모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양들의 침묵' '피고인'으로 잘 알려진 할리우드스타 조디 포스터는 1998년과 2001년 독신 상태에서 인공수정으로 두 아이를 낳았다.
사유리는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임신 당시 촬영한 사진과 함께 '2020년 11월4일' 한 아들의 엄마가 됐다는 글을 올렸다. "지금까지 내 위주로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아들을 위해 살겠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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