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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 사러 가냐" "오빠로 보이냐" "애인할래"…직장 성희롱 여전(종합)

등록 2021.03.22 14:11:53수정 2021.03.22 14: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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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민우회 일고민상담소, 지난해 197건 상담

57.3% 성희롱 상담…언어·신체적 성희롱 피해 호소

22일 한국여성민우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고민상담소에서 지원한 상담 건수는 총 197건이다. (사진=한국여성민우회 캡처) 2021.03.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22일 한국여성민우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고민상담소에서 지원한 상담 건수는 총 197건이다. (사진=한국여성민우회 캡처) 2021.03.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몸이 안 좋아서 약국에 다녀오겠다고 하니 대뜸 콘돔 사러 가냐고 물었어요."

22일 한국여성민우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고민상담소에서 지원한 상담 건수는 총 197건이다.

이 가운데 57.3%인 113건은 직장 내 성희롱 문제였다. 29.4%인 58건은 직장 내 괴롭힘, 7.1%인 14건은 부당 해고 등, 1%인 2건은 성차별적 조직문화, 0.5%인 1건은 임금체불 등의 문제였다.

직장 내 성희롱 사례를 보면 "팀장이 내가 오빠로 보이냐, 삼촌으로 보이냐? 자꾸 묻길래, 그냥 아저씨… 말을 흘렸더니, 자기가 어떻게 아저씨냐? 남친(남자친구) 없냐? 남자는 많이 사귀어봐야 한다라는 말을 들었다"가 있었다.

"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일찍 끝나 아쉽다고 했더니, 그럼 뽀뽀라도 해줘? 하더라"와 같은 사례도 나왔다.

민우회는 "내가 사정이 잘 안되는데 너랑 통화하니까 사정이 되네, 사장이 화장실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다처럼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만큼 악의이거나, 위아래로 훑어보고 결재를 받으라며 옆에 앉혀 어깨와 팔을 쓰다듬거나, 마우스 위로 손을 잡거나 밀착하고 뒤에서 끌어안는 등 신체적 성희롱도 많았다"고 말했다.

회식이나 술자리에서 손을 잡거나 몸을 더듬는 등 수습기간 만료 직전 또는 입사 초기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사건도 접수됐다.

민우회는 "성희롱은 직장 내 위계에 기반한 힘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원청과 하청, 거래처와의 관계처럼 구조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경우에 발생하는 성희롱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회사 및 조직에 문제를 제기했을 때 상급자는 "‘노동부 소송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거나 "총무과에 알릴 경우 부서에 안 좋은 영향이 있을지 모르니 본인이 가해자를 잘 타이르겠다"처럼 문제를 적당히 덮으려는 상황을 마주했다.

승진이 안 되거나 업무 협조를 받지 못하는 등 회사 차원에서의 불이익을 경험한 사례도 있었다.

피해자가 고용노동부 관할 노동청에 신고를 해도 근로감독관은 "녹음 없으면 어렵다", "피해 상황이 한 번밖에 안 일어나서 성희롱이라고 판단 안 될 수도 있다"와 같은 답변을 한 경우도 있었다.

그 결과 피해자들은 "그 분(가해자)은 승승장구 하고 있으니 무서워서 못 나가겠다", "퇴사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다. 회사에서는 더 이상 해결이 어려울 것 같으니까" 등 일을 그만두는 상황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우회는 "많은 회사들에서 불편한 농담이나 문제에 대해 누군가 이의제기 했을 때 선뜻 잘못을 인정하거나 성찰하기 보다는 오히려 상대방을 여유가 없는 유별난 사람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며 "판단 기준은 이 상황을 겪는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과 결과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우회는 "성희롱을 인지했을 때 해결은 커녕 역할을 방기하며 사건을 적당히 덮으려 하거나 오히려 가해자를 옹호하며 피해자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는 잘못된 행태들이 노동 현장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고용부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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