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영국 백신전쟁 끝날까…정상들 "수출 금지보다 가치 사슬"
27개국 유럽 지도자들, 25일 화상 정상회의 개최
"기업이 백신 생산 가능성 보장, 납기일 준수해야"
마크롱 "EU 수출 금지 정책 지지…약속 존중해야"
[파리=AP/뉴시스]찰스 미셸 유럽평의회 의장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화상회의 도중 화면 중앙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1.03.26.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유럽연합(EU)과 영국이 코로나19 백신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유럽 정상들은 수출 금지 조치 대신 '글로벌 가치 사슬'을 통한 문제 해결을 지지했다.
25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27개국 유럽 정상들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화상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이 합의했다.
회의 후 발표된 성명을 통해 정상들은 EU에 백신 수출을 막는 권한을 주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서 유럽 정상들은 "우리는 수출 허가 권한의 사용 뿐 아니라 투명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라며 "글로벌 가치 사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업이 백신 생산의 예측 가능성 보장과 계약 납기일을 준수해야 함을 재확인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국가 정상의 경우, 백신 수출 금지 등의 조치에 동의하기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정상회담 후 기자들을 만나, "EU는 백신의 생산과 보급에 필요한 공급망을 훼손 시켜서는 안된다"라며 "수출 제도에 대해 우리는 글로벌 공급망을 방해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우리와 계약을 맺은 회사들이 그 계약을 충분히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우리는 영국이나 미국과 달리, 백신을 스스로 공급할 뿐 아니라 더 넓은 세계로 수출할 수 있다"라면서도, "우리의 목표는 세계적인 공급망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보호무역주의를 퇴치하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걸 알고 있다. 우리 국민에게 백신을 공급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을 통해 영국 언론을 비판하며, 백신 수출 금지에 대한 찬성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그는 "매일 해협 건너편 기사를 읽을 때, 영국 언론은 우리에게 '이기적인 것은 EU'라고 말한다. 이는 거짓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EU는 아스트라제네카(AZ)는 역내에 납품해야 할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기업들의 수출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라며 "유럽 위원회가 시행하고 있는 수출 통제 정책을 지지한다. 일부 제약회사들이 유럽인들에 대한 약속을 존중하지 않는 한 우리는 모든 수출을 금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지지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전날 EU 보다 백신 접종 비율이 높은 국가 중 수출 실적이 우수하거나 공급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수출을 제한하는 국가들에 대한 수출 차단 범위를 확대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EU는 개방된 상태를 유지하는 동안, 유럽인들이 공정한 백신의 몫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은 백신 수출을 금지하지 않지만, 옥스퍼드와 스태퍼드셔에서 생산된 백신은 영국에 먼저 인도하도록 하는 계약을 AZ와 체결했다. 현재 영국의 백신 접종 비율은 인구 100명 당 45명으로, EU의 평균 100명 당 13명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대서양 관계를 다시 세워나가자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 전역의 동맹국, EU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고, 유럽 전체와 공동의 목표를 자유롭고 평화롭게 달성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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