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규모 피카소 작품'…007작전 뺨치는 대한항공의 특급수송
110여점을 4차례 걸쳐 운송…50년 화물사업 노하우
보안강화 및 IT기술 활용해 실시간 화물 정보 공유
[서울=뉴시스] 파블로 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 1951, 합판에 유화ⓒ 2021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4월16일부터 4회에 걸쳐 순차적으로 운송한 피카소의 작품은 유화, 조각, 세라믹 등 110여점으로, 평가액은 무려 2조원에 달한다. 특히 피카소가 한국전쟁을 소재로 그린 '한국에서의 학살'이 국내에 첫 선을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만큼 중요한 대작들을 승객으로 맞은 대한항공은 화물사업 50년 노하우를 모두 담아 007작전 못지 않은 수송작전을 벌였다.
미술품 수송을 위한 첫 단계는 포장이다. 박물관에서 작품의 크기와 재질 등을 면밀히 검토해, 일반 종이(산성지)가 아닌 중성지로 여러겹 포개 말아낸다. 이후 골판지로 다시 한번 더 감싸 혹시 모를 손상을 예방한다. 충격에 민감한 작품의 경우에는 고정 핀이 부착된 전용 행거에 매달기도 한다.
내부 포장이 완료되면 외부 포장이 시작된다. 운송 도중 외부 충격을 막기 위해 작품의 크기나 모양을 감안해, 딱딱한 목재나 철재를 이용해 견고하게 하기 위함이다.
포장이 끝나면 작품 리스트와 송장(Invoice) 등의 서류 준비가 이뤄진다. 이후 항공편 스케줄에 맞춰 공항으로 이동하는데 그 과정에서 작품 변형이나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항온·항습 기능을 갖춘 무진동 차량을 타고, 무장 경호 차량의 호위까지 받게 된다.
공항 수출용 창고에 도착한 미술품은 먼저 수량과 외포장 상태 점검을 통해 이상 유무를 확인한 후 중량을 측정한다. 이어 화물 보안검색 과정을 거쳐 귀중품 창고에 일시적으로 보관하거나 바로 항공운송용 탑재용기인 팔레트나 컨테이너에 안전하게 적재한다.
통관절차를 마친 미술품들을 항공기에 탑재한 뒤 그 내역은 기장에게 통보한다. 비행 중에는 기내 온도와 습도를 최적으로 맞추고, 높은 가치의 작품들의 경우에는 큐레이터도 동승해 운송 과정을 직접 관찰한다.
인천공항에 도착하기 전에는 작품의 지상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인접 주기장으로 항공기를 배치해 신속한 통관이 이뤄지도록 준비한다. 기내에서 외형상 이상 유무를 다시 한번 확인한 뒤 하기하고, 탑재용기에 내린 다음 목록 상의 수량이 맞는지, 손상 여부 등을 세밀히 검사받고 수입통관 절차를 밟는다.
[서울=뉴시스] B747-8F 화물기
고가의 미술작품 운송은 완벽한 보호와 안전이 최대 관건이므로 운송 관계자 외에 전문 큐레이터, 안전요원들도 모든 과정에서 함께 협력해야만 한다. 또한 ‘박물관 종합보험’이라는 보험상품에 가입해 미술관에서 내려질 때부터 포장, 이동, 해외 전시 후 다시 본 미술관에 설치될 때까지의 전 과정을 담보 받는다. 도난·훼손과 같은 만일의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추적이 용이하도록 24시간 CCTV 감시 체계를 유지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피카소 작품 운송에서는 구글 워크 스페이스 등 최첨단 IT 기술을 활용한 전사 협업 시스템을 활용해 출·도착지에서 실시간 화물 정보 공유를 통해 만일의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했다"며 "전시회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화물편까지 마찬가지로 대한항공은 안전한 수송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지난달 1일부터 8월29일까지 열린다. 피카소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마리 테레즈의 초상', '피에로 옷을 입은 폴'을 비롯한 유화와 판화, 도자기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이 국내에 처음 공개됐다. 6.25 전쟁 당시인 1951년 1월 피카소는 작품 '한국에서의 학살'을 완성해 같은 해 5월 파리에서 열린 '살롱 드메(Salon de Mai)전'에서 공개했다. 피카소는 한국이라는 국가명을 제목으로 사용했고,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유일무이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는 그림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