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2020]女배구 '라바리니의 기적' 2002 히딩크에 버금가는 성과
[도쿄(일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대한민국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과 김연경이 4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 대한민국과 터키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4강행을 확정 지은 뒤 포옹하고 있다. 2021.08.04. [email protected]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4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터키와의 8강전에서 3-2(17-25 25=17 28-26 18-25 15-13)로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2012 런던올림픽 4위 이후 9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서 4강에 진출했다.
또한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은 무려 45년 만에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한국은 김연경이라는 스타 플레이어를 갖고 있지만, 올림픽에 나선 국가 중 최약체로 분류된 팀이었다.
브라질에 완패를 당할 때만 해도 올림픽 무대는 한국에게 높아 보였다. 그러나 한국은 케냐를 잡아 전열을 정비했다.
이후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릴 것으로 예상됐던 도미니카공화국(세계랭킹 6위)을 잡은 후 일본(세계랭킹 10위)마저 무너뜨렸다.
[도쿄(일본)=뉴시스] 최진석 기자 = 31일 오후 도쿄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예선 A조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스테파노 라바리니 대한민국 배구대표팀 감독이 경기가 풀리지 않자 답답해 하고 있다. 2021.07.31. [email protected]
일본 언론들은 한국을 4강으로 이끈 김연경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일본의 한 네티즌은 "난 살면서 이렇게 멋있는 여자들을 본 적이 없다. 김연경밖에 몰랐는데 한국에 이렇게 배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니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배구가 승승장구하자, 마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축구가 보여준 신화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당시 한국은 거스 히딩크라는 감독을 영입했다.
히딩크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옥석 가리기에 돌입했다. 현재 이름값이 아닌 실력, 잠재력 등을 보고 대표팀을 구성했다.
한국은 강호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차례로 투입해 4강에 올랐다. 이영표, 박지성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기도 했다.
[도쿄(일본)=뉴시스] 이영환 기자 = 4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 대한민국과 터키의 경기, 대한민국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21.08.04. [email protected]
라바리니 감독도 그에 못지 않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라바리니 감독은 2019년 1월 여자 배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첫 외국인 감독이라 우려도 있었지만, 그는 빠르게 팀을 정비했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면서 전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부족한 부분은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공백을 최소화했다.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할일을 부여했고, 끊임없이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팀 센터 양효진은 터키전에서 승리한 후 "손 부상 이후에 블로킹 감이 안 좋았다. 그때 라바리니 감독님이 어떻게 생각하고, 해야 하는 지에 대해 계속 알려주셨다"고 말했다.
양효진은 "감독님은 경기 영상을 보고 하나 하나 가르쳐 주시는 스타일이다. 감독님이 알려준 대로 하면 블로킹 박자도 맞는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상대 팀에 대한 분석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틈만 나면 상대의 경기 영상을 보고 또 봤다. 어떻게 해야 상대를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한다.
[도쿄(일본)=뉴시스] 이영환 기자 = 4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 대한민국과 터키의 경기, 대한민국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집중하고 있다. 2021.08.04. [email protected]
서브가 강한 선수, 블로킹, 수비 등이 좋은 선수를 분류해 맞춤형 전략을 구상했다. 선수들 역시 감독의 용병술대로 한 후 성과가 나자, 사령탑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하다.
박은진의 경우 주전은 아니지만, 터키전에서 5세트 막판 날카로운 서브로 상대 조직력을 허물어 감독과 동료들을 기쁘게 만들었다.
라바리니 감독의 시선은 오는 6일 브라질과의 준결승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브라질에 한 차례 완패를 당한 경험이 있는 한국으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라바리니 감독은 철저한 분석을 통해 다시 한 번 이변을 연출하려 하고 있다. 라바리니 감독은 아직 이 달콤한 꿈에서 깨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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