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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는 어디로]①尹 입당후 제3지대 동력 상실…김동연이 불씨 당길까

등록 2021.08.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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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공백으로 제3지대 동력 상실, 김동연 존재감은 커져

여야 비판 양비론, 역으로 여야 모두 선택 가능 '양시론'

후보단일화 가능성 낮아…캐스팅보트·보완재 역활 가능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김동연 유쾌한반란 이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금융 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청년들과 공감, 소통의 장, 영리해(Young+Understand)’ 강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05.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김동연 유쾌한반란 이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금융 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청년들과 공감, 소통의 장, 영리해(Young+Understand)’ 강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05.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내년 대선이 거대양당 대결구도로 굳어지면서 제3지대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제3지대의 불씨를 당겨 다시 대선판을 흔들 수 있을지가 정국의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들이 국민의힘을 정권교체 플랫폼으로 택하고 집결함으로써 제3지대는 사실상 동력이 많이 빠진 건 사실이다. 무엇보다 보수와 진보, 중도를 한번에 아우르는 '빅플레이트론'으로 한동안 장외에서 독자행보를 고수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제3지대론은 힘을 잃은 상태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역설적으로 제3지대에 홀로 남은 김 전 부총리의 몸값을 높여주는 티핑 포인트(전환점)가 됐다", "김 전 부총리가 제3지대에서 연기를 피워서 몸값을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 전 부총리는 흙수저 출신, 충청대망론, 경제전문가라는 점에서 대권주자로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 관료 출신이지만 최저임금 문제를 놓고 여권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현 정부와 각을 세웠다는 점도 보수·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인지도에 비해 낮은 지지율이 제3지대를 띄우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미미한 지지율로는 거대양당 후보를 꺾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지만, 김 전 부총리는 제3지대론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영입 대상인 김 전 부총리는 "양당에서 모두 직간접적 연락이 오고 있다"면서도 "한 번도 어느 당에 별도로 의사 표시를 한 적이 없다. 사회·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강고한 양당 구도로 해결할 수 없다"며 기성정당 합류에는 선을 긋고 있다. 대신 제3지대에서 신당 창당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 전 부총리가 제3지대 신당 후보로 출마를 강행하더라도 자금과 조직 등의 면에서 압도적인 원내 제1, 2당에 맞서 자생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 대선 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철회에 따른 '제3지대 실패' 학습효과로 국회의원들이 리스크가 큰 제3지대에 몸을 실어 모험을 할 가능성도 낮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응암역 앞에서 은평갑 당원협의회 소속 당원들과 함께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2021.08.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응암역 앞에서 은평갑 당원협의회 소속 당원들과 함께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2021.08.03. [email protected]

이 때문에 김 전 부총리가 기성정당과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거대양당의 경선에 참여해 낙마하기 보다는 제3지대에서 최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 본선에 직행해 단일화를 시도하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 부총리는 한 라디오에서 “우리 정치에서 모든 것을 양극단으로 재단하는 것 같다. 저는 지금 여야 구도로, 또 여야가 바뀐다고 해서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문제나 또는 경제의 근본적 문제가 해결될까에 대해 회의적이다”며 “정권 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보면 정치세력의 교체, 또는 의사 결정 세력의 교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정치 교체'를 내세운 양비론으로 읽혀질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여야 어느 정당과도 단일화 국면에서 손을 잡을 수 있는 여지를 둔 양시론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전 부총리의 의도는 중도, 제3지대를 지향하면서 몸값을 높여 여야 양쪽으로부터 러브콜을 유도하려는 것 같다"며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가면서 제3지대가 굉장히 축소된 상황에서 오히려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윤석열 공백'을 틈타서 제3지대에서 영향력을 키워 여야 어느 쪽하고 연대 혹은 딜(거래)을 하려는 노림수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3지대론의 운명이 역설적으로 기성정당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김 전 부총리가 제3지대에서 독자 세력화를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여야 대선지형에 따라 제3지대론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전이 2~3% 차이의 접전 양상일 경우김 전 부총리가 야권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에서 열린 본경선 2차 TV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1.08.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에서 열린 본경선 2차 TV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1.08.04. [email protected]

윤석열 전 총장이 지금과 같이 잇단 설화나 대통령 자질 시비 등에 휘말려 지지율이 급락하는 반면 여권의 '이재명 대세론'에 불이 붙을 경우 상대적으로 제3지대의 운신폭이 커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재명 대세론을 잠재우기 위해 반(反)이재명 전선을 확대할 수밖에 없고, 제3지대 연대를 고리로 한 세력 규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만약 김 전 부총리가 중도 실용 노선을 표방하는 국민의당과 손을 잡고 제3지대 구축에 나선다면 더 큰 무게감이 실린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제3지대의 성패 여부를 두고 여권의 움직임을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친문재인 진영에서 반(反)이재명 정서가 약화되더라도 이 지사가 경제정책을 놓고 불안한 모습을 노출한 만큼 대체재는 아니더라도 '보완재'로서 민주당이 김 전 부총리를 영입해 경제 정책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김 전 부총리가 제3지대에 남아서 존재감을 키우더라도 거대양당이 제3지대와 후보단일화나 '플랜B'로 김 전 부총리를 대선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쉽게 무너질 것 같진 않고 간혹 지지율이 출렁일 수는 있어도 야권에서도 후보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제3지대 주도권은 안철수 대표에게 있기 때문에 김 전 부총리가 조연은 될 수 있더라도 주연이 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김 전 부총리는 여권에선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이 흔들리면 중도층을 보완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통화에서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제3후보가 없다는 점인데, 제3후보가 등장하려면 성향상으로 친문재인 쪽도 아니고 국민의힘 쪽도 아닌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권에서 발탁된 사람이라 포지셔닝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며 "윤석열 전 총장이 무너지고 백중세일 때에는 주플레이어가 아니더라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플레이어라기보다는 종속변수"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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