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개사들…수수료 인하에 IT 업체 공세 '사면초가'
정부 수수료 개편안 초읽기…중개업소 수입 감소 직면
중개사들 "거래 줄어 생계 어려움 가중" 단식투쟁 불사
'반값 수수료·혁신 서비스' 내세운 IT 업체들 공세 시작
"소비자들 똑똑해져…매칭만 하는 중개업소와 간극 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부동산 중개보수를 정부가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이 중개보수 인하 결사 반대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1.08.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정부의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하 방안이 발표를 앞둔 가운데 중개수수료를 반만 받겠다는 IT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어 기존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임대차3법 등에 따른 거래 감소로 먹거리가 줄어들고 있어 중개사들의 한숨이 깊어질 전망이다.
18일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등록된 개업 공인중개사는 11만7737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상반기 말 10만9345명에서 1년 사이 8392명 늘어난 것이다.
집값이 상승곡선을 타자 공인중개사수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영향으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이 공인중개사로 몰려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부 개편안 초읽기…수수료 감소 직면
하지만 최근 들어 공인중개업을 둘러싼 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다. 가장 큰 위험요인은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안이다.
정부는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현재보다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집값 상승으로 집값에 비례해 책정되는 중개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은데다 높아진 수수료에 비해 중개 서비스는 달라지는 게 없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중개수수료 개편 권고안을 제시했고, 국토부와 국토연구원이 개편안을 검토해왔다. 6개월 넘게 끌어온 개편 작업은 종반부를 지나 이달 최종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정부가 심사숙고 끝에 지난 16일 공개한 개편안은 3가지인데 이 중 두 번째 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안은 매매 계약을 기준으로 2~9억원 0.4%, 9~12억원 0.5%, 12~15억원 0.6%, 15억원 이상 0.7%의 요율 상한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2안대로 확정된다면 7억 원짜리 주택을 거래할 때 매매 수수료 상한은 현행 350만원(요율 상한 0.5%)에서 280만원으로 떨어지고, 9억원짜리 주택을 거래할 때는 현행 810만원(요율 상한 0.9%)에서 450만원으로 절반가량 줄어든다.
김형석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지난 17일 열린 토론회에서 "주택가격 상승과 권익위 권고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게 됐다"며 "중위가격이 2017년 6억원이었던 게 10억원으로 올라갔을 때 3~4년 사이에 동일한 주택을 거래하는데 서비스 차이는 크지 않은데 중개부담이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고가 구간으로 가게 되면 6억원 이상은 0.5%, 9억원 이상은 0.9%로 높아지다 보니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라며 "최근에 주택 가격이 상승하다 보니까 6억원 이상, 9억원 이상이 고가 구간이라기보다는 누구나 다 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선안은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안이겠지만 시간을 너무 오래 보내지 않고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며 "가급적이면 정부 안에 대해 수용해 주시고 협조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정부의 최종안이 이달 확정되고 서울시의회가 속전속결로 조례 개정을 처리하면 올 가을 이사철부터 중개 수수료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개편안 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공인중개사들은 정부 개편안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한편 단식투쟁도 불사하겠다며 정부를 향한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은 최근 집값 상승으로 거래절벽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임대차3법으로 임대차 매물 거래는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의 사례를 들며 수수료 전반을 개편하게 되면 공인중개사들의 생계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광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토론회에서 "최근 거래 실종으로 공인중개사들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인데 중개보수를 인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특히 지방에 있는 중개사들은 (최고가 거래 행진이)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11만 중개사 가운데 55% 정도가 간이 과세자인데 소득으로 보면 연간 1500만원 수준"이라며 "4인 가족의 최저 생계비가 월 290만원, 연간 3500만원인데 이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느냐. 도대체 살아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들은 왜 수수료를 그렇게 비싸게 받느냐고 하지만 집 한 채를 18번을 보여주고 1건을 거래시키는 게 현실"이라며 "또 현장 답사를 하는 게 전체 업무의 65%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는데 이에 대한 매몰비용이나 기회비용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또 "매매보다 임대차가 더 심각하다"며 "임대차 부분이 0.4%에서 0.3%로 되면 중개수수료는 25% 줄어드는 것이고 계약갱신청구권으로 2년 마다 계약하던 것이 4년으로 늘어나면 결국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협회 윤상화 이사도 "작년 1월부터 7월까지 아파트 매매 건수가 50만 건인데 지금은 38만 건으로 23%가 줄었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30%가 줄어든다"며 "더욱이 임대차 시장은 재계약 청구권 때문에 반 이상 계약이 없다"고 호소했다.
윤 이사는 "어떤 사안을 개정할 때 장기적인 흐름을 보고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해야 하는데 '작년에 돈 많이 벌었다'는 기준으로 얘기하면서 개정을 하면 (만약 집값에 내려가서) 내년에 중개사들이 국토부에 와서 머리띠 두르면 다시 올려줄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시스]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안별 매매 거래 요율. (제공 = 국토부)
공인중개사협회 박용현 회장은 지난 17일부터 세종시 국토부 앞에서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이외에도 협회는 청와대와 국회 등 전국 각지에서 중개보수 요율 개편안을 규탄하는 1인 시위도 진행하고 있다.
◇'반값 수수료' 무기로 IT 업계 공세 시작
공인중개사들 앞날에 드리운 먹구름은 이 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프롭테크(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 업체가 온라인 중개시장 진출을 예고하면서 기존 중개 업계의 입지가 줄어들 판이다.
다윈프로퍼티(다윈중개)를 비롯해 직방, 집토스, 우대빵 등 프롭테크 업체들은 반값 수수료를 무기로 그동안 공인중개사들이 점령해온 중개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고객의 부동산 매물정보를 수집하고, 가상현실(VR)을 이용해 소비자들이 발품을 팔지 않고도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원하는 집을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입체적인 매물 분석부터 대출 정보까지 제공하며 오프라인 중개업소가 하지 않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일반 중개업소보다 수수료가 저렴하거나 아예 없애는 파격 조건을 내세워 중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원중개의 경우 지난 2019년 5월 '집 내놓을 때 중개수수료 0원, 집 구할 때 중개수수료 반값'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온라인 부동산 중개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서비스를 하다 지난 10일 전국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다윈중개의 누적 매물은 1만 건을 넘었고, 중개사 회원도 1000명을 넘어섰다.
프롭테크 업체들의 영역 확산이 본격화되자 기존 공인중개사 업계는 부동산 플랫폼 업체들이 중개법인 등록도 하지 않은 채 사실상 중개업을 영위하고 있다며 형사 고발 조치에 나섰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달 '다윈중개'를 상대로 '유사명칭' 사용에 '불법광고 표시행위' 등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는데 다윈중개가 유사 명칭을 사용하고 있고, 개업공인중개사만 매물에 대한 표시·광고를 할 수 있다는 법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윈중개 측은 부동산 직접 중개가 아닌 소비자와 중개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만 운영하고 있는 만큼 관련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공인중개사들의 역할이 동호수 매칭 외에 거의 없기 때문에 서비스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저렴한 중개수수료를 내세운 혁신 서비스가 등장하며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도 이런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유선종 건국대 교수는 "소비자들은 동일한 주택에 대해 중개서비스는 변화가 없는데 보수만 상승했다고 느끼고 결과적으로 보수 대비 낮은 서비스 품질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매우 스마트해 졌는데 중개업소들이 실질적으로 하는 역할은 매칭에 한정되다 보니 소비자와 중개업소의 간극이 느껴질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수수료 가격이 비싸거나 싸거나 부동산 중개업자로부터 받는 서비스 차이를 느낄 수가 없고 문제가 생겼을 때 중개업소를 통해 도움이나 서비스를 받은 적도 없다"며 "그런데 왜 중개수수료를 거래 금액 별로 다르게 수수료를 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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