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왜 비호감' 질문에 "비주류 정치인의 운명"
차별금지법엔 "잘못 알고 있어…국회서 논의할 때"
비전 부재엔 "전두환·노태우, 의제만 멋있고 불의"
100조원 보상…"빚내지 말란 게 나라 경제 망친다"
'추윤 갈등' 연상 질문엔 "나쁜 상황서도 책임져야"
[서울=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0일 오후 대구 중구의 한 카페에서 20~30대 청년들과 '쓴소리 경청' 자리를 마련했다. 2021.12.10. (사진=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유튜브 캡처)
[서울·대구=뉴시스] 이창환 여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0일 "왜 나를 싫어하게 됐을까 봤고, 왜 팩트가 아닌 걸로 공격받아서 상처투성이가 됐나 (생각)하니 비주류 정치인의 운명 같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3박4일 일정으로 대구·경북 민심 탐방에 나선 이 후보는 이날 오후 대구 중구의 한 카페에서 20~30대 지역 청년들과 가진 '쓴소리 경청' 자리에서 '비호감이 뭐 때문에 형성됐다고 생각하나'라는 물음에 "그 질문은 진짜 고맙다. 제가 원래 가진 게 없었기에 그렇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 후보는 "기득권 세계에서 성장한 정치인이면 사실 관계도 좋고, 언론과의 관계도 좋고 하다"며 "그런데 저는 저 변방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 아웃사이더였다. 튀어 오르는 측면이 있어서 공격의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저는 공격당하는 걸 활용해 밟고 올라왔기 때문에 빨리 성장한 측면도 있는데, 대신 상처는 엄청 많다"며 "공격들 사이에서 온몸이 흉터투성이 그런 상태가 됐다. 유시민(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그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처리를 놓고는 "오래된 의제이기도 하고, 전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며 "근데 제가 목사나 교계 사람들을 만나면 두 가지가 있었다. 누군가의 의도적 곡해일 수 있고 그 곡해에 의한 오해일 수 있는데 정말 잘못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차별금지법에 내가 따르지 않으면 처벌된다고 생각한다. 전혀 (처벌받을 게) 없다"며 "지금은 국회에서 논의를 하자 공식적으로 미룰 게 아니고, 국회에서 논의할 때가 됐다. 일정한 시점을 정해서 처리해야 한다. 너무 오래 가고 있는 것 맞다"고 답했다.
다만 "당에서 지시할 수는 없고, 합의해야 한다. 당내에서 합의해야 하고 야당하고 협의해야 된다"며 "특히 강행 처리는 다수결에 표결해서 두드리고, 막 저항하고 처리할 사안이 있고 그게 아닌 사안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 후보가 지난 7일 서울대를 방문해 만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시위와 관련, '다 했죠'라고 되물은 데 대해선 "'다 들었죠, 다 말씀하셨죠' 이렇게 얘기했는데 되게 쌀쌀맞았나 보다"라면서도 "지나갔으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나름 노력한다고 한 게 차갑게 느껴졌던 거 같다"고 토로했다.
[대구=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10일 오후 대구 동성로를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1.12.10. (공동취재사진) [email protected]
'비주류가 이끌어가는 여당 정치가 우려스럽다'는 질문에는 "그건 좀 다르다. 대통령이 되는 순간 확고히 주류가 되는 것"이라며 "그때는 비주류라고 하면 안 되고, 비주류적 행태를 보이면 안 된다. 다 책임져야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인 중에 주류가 됐는데 비주류인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사실 민주당 얘기"라며 "180석 가진 우리나라 최대 정치세력인데 남 탓을 하거나, 아주 강력한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탓을 한다. 모든 권력을 가지고 있는데 누굴 탓하면 안 된다. 그게 비주류 의식"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가졌음에도 대한민국이 정상화가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돈, 관료. 이 관료는 정권 바뀌어도 그대로 있는 존재로, 여긴 독자적 하나의 세력"이라며 "여당, 야당, 말고 관당이 있다고 그러는데 하나의 정치 세력이다. 돈을 대표하는 게 언론 권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언론·검찰 개혁 얘기했는데 사실 충분히 성공을 못 했고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사회·경제 개혁에 좀 더 많은 에너지 쏟아야 하는데 그건 부족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가치나 비전 제시가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정치에서 국민들이 동의하는 의제, 어젠다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한 일"이라면서도 "전두환이 정의사회 구현이었다, 시대 최대 화두였고 멋있지 않나. 그런데 전혀 정의롭지 않았다. 노태우, 위대한 보통 사람 멋있지만 실제 형태는 안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전 예를 들면 정치 구호보다는, 지금 얘기하면 공정사회, 성장 국가. 이것도 매우 추상적"이라며 "성남시정 할 때 거대 의제를 던지기보단 할 수 있는, 주어진 일에 최대한 많이 했다. 그래서 만족도가 높은 것이고, 그래야 세상 진짜 바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0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손실보상 제안을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와 빗댄 한 댓글에는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고 싶은 것"이라며 "나 필요 없다, 지원 안 해도 된다, 빚내지 말라고 하지만 그게 사실 나라 경제를 망치는 것이다. 너무 지나치면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안 할 이유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사실 비꼬는 건데 지원 자체가 옳지 않다는 취지인데 그 정도는 사실 전 오히려 부족하다고 본다"며 "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다. 국민은 피해 입으면서 빚쟁이 되면 안 되지 않나"라고 답했다.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갈등 등 나라에 큰 사건이 있을 경우 목소리를 내달라는 요구에는 "말 잘못하면 아주 복잡한 정치적 문제 야기할 수 있는데 맞는 말"이라고 웃으며 답한 뒤, "공무원 중 책임이 제일 큰 사람이 사실 선출직 공무원이다. 책임져야지 회피하면 안 된다. 어떤 나쁜 상황에도 책임져야지 직면해야 한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등에 글을 게재한 것과 관련해선 "여성 커뮤니티도 가려고 준비하고 있다. 거긴 여성 인증이 돼야 하기 때문에, 난 남성이지 않나"라며 "그래서 아바타라도 해서 가볼까 생각이 든다. 그런 어려움이 있다"고 웃어 보였다.
이 후보는 게릴라성 길거리 의견 듣기를 하자는 한 청년의 제안에 유튜브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실시간 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번 기획해보자. 좋은 생각이다"라며 "연설하는 게 아니라 들어라, 맞는 말 같다"고 화답했다.
한편 탕수육 소스를 '부먹(부어 먹기)'인지 '찍먹(찍어 먹기)'인지 묻는 댓글에는 "부먹, 찍먹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왜 그런 거 안 물어보냐. 진짜 그러네 왜 안 물어보지"라며" 전 찍어먹는다. 저도 그런 질문 받고 싶다"고 우스갯소리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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