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과' 전성시대…금융당국·한은·산은 수장 '싹쓸이'
금융위·금감원·한은 수장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
산은·기은 등 국책은행장들도 모두 휩쓸어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6.07. [email protected]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최근 임명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지난 7일 임명된 이복현 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1998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후 2년 뒤엔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 제32기로 검사에 임용됐다. 검찰 출신 금감원장은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후 하버드대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지냈다.
특히 금융위원회의 경우 3연속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금융위원장 탄생을 앞두고 있다.
7대 금융위원장인 은성수 전 위원장에 이어 8대 고승범 위원장, 현재 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는 9대 김주현 후보자까지 모두 같은 학교 같은 과를 나왔다.
은 전 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와이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행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고 위원장 역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미국 아메리칸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행시 28회로 공직에 들어왔다. 김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나온 뒤 미국 워싱턴대에서 MBA 학위를 딴 후 행시 25회로 입문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7일 오후 취임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2.06.07. [email protected]
당국 뿐 아니라 국책은행도 서울대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 7일 KDB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된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것은 아니지만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역시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이후 같은 대학에서 행정학 석사를 받은 뒤 미국 UCLA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행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최근 국무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방문규 전 한국수출입은행장은 경제학과 출신은 아니지만, 서울대 영문학과를 나왔다. 현재 방 실장의 이동으로 수은 행장은 공석이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대책 긴급점검 당정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13. [email protected]
물론 금융권 요직을 서울대 출신 인사들이 꿰찬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현 정부의 '실력·능력주의' 인사 원칙을 감안하면 서울대 출신들의 등용은 필연적인 결과라는 시선도 있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금융·통화당국과 국책은행까지 일제히 같은 학교 뿐 아니라, 같은 학과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금융이라는 특정 분야를 같은 대학 같은 학과 출신의 관료들이 독차지하는 것은 정책 수립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수렴하는 데 한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서울대 vs. 비서울대' 대립 구도가 형성돼 조직 내 화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권 고위직을 서울대 출신들이 차지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지금처럼 금융 수장들이 모두 다 같은 학교 같은 과 '동문'들로 채워진 것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실력과 능력 위주의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지나치게 특정 대학에만 편중돼 있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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