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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바이올린계의 혁명가' 기돈 크레머 "한국 관객 계속 성장 놀라워"

등록 2022.08.25 00:00:00수정 2022.08.25 05:2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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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기념 및 크레메라타 발티카 25주년 투어

5년 만에 내한 공연...슈베르트 현대적 해석

"음악 통해 지식과 감정 폭을 넓힐 수 있길 바라"

[서울=뉴시스]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사진=크레디아뮤직앤아티스트 제공) 2022.07.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사진=크레디아뮤직앤아티스트 제공) 2022.07.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제가 창의적인 음악가가 되기 위해 무언가를 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저는 그냥 창의적으로 살 뿐이죠."

 '바이올린계의 혁명가'로 불리는 기돈 크레머가 5년 만에 내한 공연한다. 올해 75세를 맞은 그는 자신이 창단한 앙상블 크레메라타 발티카와 함께 '한계 없는 진취적인 연주자'의 면모를 보일 예정이다. 9월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9월3일 천안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1975년 데뷔 후 50여년간 음악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내한 공연을 앞두고 서면으로 만난 크레머는 "한국에 올 때마다 놀라게 되는 건 관객들이 짧은 기간에 계속 성장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클래식 음악에 열광한다"며 "우수한 한국 연주자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었던 까닭은 이런 환경이 마련돼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짚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특히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모티브로 여러 현대 작곡가들이 재창조한 '또 하나의 겨울나그네'를 들려준다. 크레메라타 발티카 25주년을 맞아 크레머가 작곡가들에게 위촉해 탄생한 곡들이다. 슈베르트에 대한 애착을 보여온 그는 '슈베르트의 음악은 언제나 심오하고 영혼의 깊은 곳까지 다가간다'고 밝힌 바 있다.

"저는 늘 여러 양식과 악보 그리고 시대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기를 원했어요. 슈베르트는 언제나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선택했죠. 이번 '겨울나그네' 작업에 참여한 작곡가, 편곡가들은 곡의 어떤 부분을 편곡할지 등 편성이나 연주법에 있어 완전히 자유롭게 작업했어요."
[서울=뉴시스]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사진=Giedre Dirvanauskaite) 2022.08.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사진=Giedre Dirvanauskaite) 2022.08.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고전음악과 현대음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폭넓은 레퍼토리를 보여온 그는 고전음악을 현대음악으로 재해석하는 실험도 이어왔다. "저는 두 작곡가가 다른 세기를 살았다는 사실을 가급적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며 "제 목표는 삶에 음악을 끌어오는 것이고, 창작자(작곡가)에 기여해 그들의 작품이 음악을 감상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희가 연주하는 곡들 대부분은 현대음악의 보석들과도 같은 작품이에요. 관객들은 그저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음악이 영혼을 채우도록 두면 되죠. 언제나 관객들이 음악을 통해 지식과 감정의 폭을 넓힐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4살 때부터 바이올린 시작...50번째 생일 기념 크레메라타 발티카 설립

1947년 라트비아의 리가에서 태어난 크레머는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4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16세에 라트비아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1965년 모스크바 음악원에 입학해 거장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를 사사했다. 1967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 1969년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 및 몬트리올 콩쿠르 2위, 1970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금메달로 국제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다.

크레메라타 발티카는 크레머가 50번째 생일을 기념해 1997년 발트 3국(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의 유망한 젊은 음악가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했다. 이번 공연은 25주년 기념 투어이기도 하다. 지난 25년을 돌아보며 그는 "진리를 탐구하고, 유럽의 뿌리를 느끼면서도, 독립과 우리만의 정체성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앙상블 크레메라타 발티카. (사진=크레디아뮤직앤아티스트/Angie Kremer) 2022.07.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앙상블 크레메라타 발티카. (사진=크레디아뮤직앤아티스트/Angie Kremer) 2022.07.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제 열망은 재능있는 음악가들로 이뤄진 그들이 저로부터 독립되어 모임을 유지하고, 그들의 활동을 독립적으로 발전시키는 거예요. 제가 크레메라타 발티카에 심었던 건 음악에 기여한다는 목표와 음악을 부당하게 이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죠. 이제는 경험이 풍부한 앙상블인 그들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야 해요. 오랜 세월 동안 함께하기 위해서 말이죠."

지금까지 120개가 넘는 음반을 녹음한 그는 ECM 레이블을 통해 곧 새로운 음반도 발매한다. "새 음반의 타이틀은 '운명의 노래(Song of Fate)'에요. 독자들의 호기심을 더 높이기 위해 여기까지만 얘기할게요. 이 외에도 DG, 소니, 넌서치, 악센투스 레이블과도 많은 작업을 해오고 있어요."

음악의 본질에 집중하는 그의 인생 슬로건은 '음악이 먼저(Prima la Musica)'다. "음악인은 '유명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거나, 음악을 자신만의 프로모션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돼요. 보다 음악에 도움이 되어야 하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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