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학생 맞춤교육" 전국 최초 개교한 한국어공유학교 가보니[르포]
지난 달 17일 안산에 개교…이달 동두천·남양주에 추가로 문 열어
한국어 집중교육, 이중언어교육, 심리지원 등 세부 프로그램 단기·장기형 운영
도내 다문화가정 학생, 전년 대비 10.9% 증가…30% 이상 밀집학교도 57개교 달해
경기교육청, 다문화 밀집학교 대상 한 반에 일정 기준 넘으면 학급당 정원 축소
[안산=뉴시스] 전국 최초로 경기도교육청이 안산시에 개교한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한국어 공유학교'에 첫 입학한 1기 학생들이 8일 오전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3.11.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안산=뉴시스] 박종대 기자 = 8일 오전 11시, 경기 안산교육지원청 내 한국어공유학교 '누리반' 교실.
교육청 직원들이 사무를 보는 딱딱한 청사 한 켠에서 어린 학생들이 깔깔 거리며 웃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아이들이 수업을 듣는 교실 밖 유리창에는 흰색 바탕에 알록달록한 색깔로 한글로 '환영합니다'는 글씨가 보였다. 그 아래로 10명의 외국인 이름이 선명했다. 이름 밑에는 '누리반 친구들♡'이라고 쓰여있다.
교실에서는 한국어 수업이 한창이다. 학생들은 국립국어원에서 기획한 '초등학생을 위한 표준 한국어' 교재를 책상에 펴놨다.
이 교재는 2017년 한국어 교육과정 개정 고시에 따라 개발됐다. 한국어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학생들이 쉽게 우리말을 배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발간됐다.
초등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삽화가 곳곳에 있다.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이나 학교생활에 참여하면서 학생들이 실제로 자신이 겪을 수 있는 상황들을 삽화로 구현해 이미지 한국어 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재가 구성됐다.
학생들은 이날 '무지개'라는 제목의 동시를 우리말로 들어보고 이를 따라해본 뒤 교재에 주어진 문제를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안산=뉴시스] 전국 최초로 경기도교육청이 안산시에 개교한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한국어 공유학교'에 첫 입학한 학생들이 8일 수업을 듣는 교실에 이름표가 놓여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3.11.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학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 빈 칸의 각기 다른 도형마다 정해져 있는 색깔을 채워넣는 참여수업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한국말이 서툴렀지만 밝고 씩씩하게 수업을 들었다.
이날 수업이 진행된 곳은 '한국어 공유학교'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달 17일 전국 최초로 다문화가정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 집중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안산에 거주 중인 다문화가정 초중고 학생 수는 7364명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다. 각급별로는 초교 4690명, 중학교 1749명, 고등학교 925명이다.
이번에 입학한 학생은 20명이다. 4~5학년 '누리반' 10명, 6학년 '가온반' 10명 등 총 2개 반이 운영된다. 모두 학부모 동의와 신청을 받아 통학거리와 한국어 수준 등을 고려해 안산교육지원청 인근에 소재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고학년 학생을 선발했다.
해당 학생들은 다음 달 22일까지 총 50일 동안 한국어 부족에 따른 학습 부진과 학업 중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는 공교육 수업을 받은 뒤 다시 자신이 다녔던 초등학교로 돌아갈 예정이다.
한국어 공유학교는 다문화가정 학생 지원을 위한 지역 연계 모델이다. 지역에서는 주민자치센터, 청소년수련관 등 시설을 제공하고 교육청은 프로그램과 예산을 지원한다.
향후 도교육청은 신청대상과 학교수를 확대해 ▲한국어 집중교육 ▲이중언어교육 ▲심리지원 등 다양한 교육을 단기형(60일), 장기형(1학기)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달 안으로 동두천과 남양주에서도 각각 개교할 예정이다.
[안산=뉴시스] 전국 최초로 경기도교육청이 안산시에 개교한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한국어 공유학교'에 첫 입학한 1기 학생들이 8일 오전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3.11.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입국 초기에 학적 관리와 학교생활 통역 지원을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안산과 화성에 임기제 공무원을 각 1명씩 배치했다.
안산교육지원청에서 다문화가정 학생 지원업무를 맡은 박알레나 주무관은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한국어 소통이 어려워 학교 생활에 대한 적응이 힘든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 한국어공유학교가 안산에 문을 열어 학부모들이 매우 반가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한국 이중국적으로, 러시아어를 쓰는 나라의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돕는다.
도교육청이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한국어 교육에 집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매년 학령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다문화가정 학생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군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올해 4만8966명이다. 지난해 대비 10.9% 증가했다. 이는 전체 학생 수와 비교했을 때 3.3% 비중이다. 다문화가정 학생이 전교생 30% 이상인 학교도 나오고 있다.
도내에서 다문화가정 학생 비율이 50% 이상인 초고밀집 학교는 18개교에 달한다. 30% 이상인 밀집 학교도 지난해 47개교에서 올해 57개교로 늘었다. 지역별로는 안산 11개교, 화성·오산 7개교, 시흥 7개교, 평택 7개교로 나타났다.
이주배경학생 증가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외국인가정자녀가 1만7120명으로, 전년 대비 24%가 증가했다. 중도입국자녀 역시 3745명으로 지난해보다 10.7% 가량 늘었다. 국내출생자녀도 2만8101명으로, 약 4.1% 증가했다.
도교육청이 파악한 다문화가정 학생 부모의 국가는 25개국 이상으로, 중국(44.7%) 출신이 가장 많다. 베트남(20.6%), 러시아·중앙아시아(7.3%) 순이다.
[안산=뉴시스] 8일 경기 안산교육지원청에서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조영민 경기도교육청 융합교육정책과장이 다문화가정 학생들에 대한 교육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3.11.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도교육청은 다문화가정 학생 수가 상승세를 보이자 초기 진입 시 해당 학생들이 한국어, 한국문화 적응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한국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다문화가정 학생이 학급의 60% 이상이 되면 20명, 30% 이상은 25명 이하로 학생 수를 줄이는 등 학급당 정원도 감축할 방침이다.
조영민 도교육청 융합교육정책과장은 "다문화사회를 대비해 선제적 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문화가정 학생과 일반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서로의 강점을 신장하고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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