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도전' EU 집행위장, 유럽의회 선거 뒤로 우크라 가입 절차 미뤄

폰데어라이엔 "6월 선거 전 협상 프레임워크 작업 불가"

우크라이나·EU 외교관 비판 잇달아…집행위는 수습 나서

[서울=뉴시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가입을 위한 절차를 오는 6월 유럽의회(EP) 선거 뒤에나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진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지난해 11월6일(현지시간)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열린 EU 대사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 EU 누리집 갈무리) 2024.02.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가입을 위한 절차를 오는 6월 유럽의회(EP) 선거 뒤에나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22일(현지시간) 폴리티코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여전히 협상 프레임워크(뼈대)와 관련한 작업 중이다. 제 예상으로는 유럽(의회) 선거 전에는 준비되지 않고 그 뒤에 준비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양한 협상 입장의 진전되는 것을 보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초여름이나 여름쯤에는 준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EU 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가입 협상 개시 결정을 내렸다. 당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협상을 개시하고 오는 3월 중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며 이를 토대로 3월 중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가입 절차를 공식 개시하기 위해 EU는 가입 협상의 지침과 기본 원칙을 설정하는 소위 협상 프레임워크에 합의해야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몇 주 안에 협상 프레임워크를 회원국에 보낼 전망이다. 그 뒤로 EU 회원국은 이 계획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회원국은 우크라이나와 정부 사이 회의를 통해 공식 협상을 시작할지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이는 사실상 회원국 협상의 시작 단계로 여겨진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유럽 외교관·관료는 이 결정을 빠르게 비판했다.

주EU 우크라이나 대사 격인 우세볼로드 첸초우는 이날 "우크라이나는 (EU) 가입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집행위원회가 제안하고 이사회가 수용한 일정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어려운 이유를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키이우(=AP/뉴시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가입을 위한 절차를 오는 6월 유럽의회(EP) 선거 뒤에나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진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11월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서로 인사하는 모습. 2024.02.23.

그러면서 "집행위원회가 어떤 문제에 직면한다면 우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논의하고 방법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 EU 고위외교관은 매체에 "우크라이나와 몰도바는 유럽(의회) 선거 전에 궤도에 올라야 한다"며 "합리적인 이유 없이 협상 프레임워크와 정부간회의에 관한 결정을 미루는 것은 위험하다. 격려와 지원이 필요한 중요한 시기에 우크라이나에 나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EU 외교관은 "우크라이나와 몰도바가 가능한 한 빨리 협정을 체결하고 협정을 연기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또 다른 EU 외교관은 "이는 집행위원회가 정당한 (회원국) 확대 과정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정치화해 연합 안팎에서 자신의 입지를 약화하는 또 다른 예"라고 혹평했다.

이어 "유럽은 계속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가입)후보국 사이에서 비현실적인 기대치를 높인 뒤 현실이 더 복잡하다고 느끼게 되면 실망한다. 우크라이나는 오랫동안 이 논리에 면역이 돼 있었지만, 이제는 우크라이나도 이 논리의 희생양이 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거센 비판에 직면한 집행위원회는 하루 만에 수습에 나섰다.

에릭 마메르 EU 집행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우리는 이 협상 프레임워크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앞으로 몇 주나 그 뒤로 준비되는 대로 제시될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진화했다.

연임 도전을 선언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2019년 7월까지 6년 동안 독일 국방장관을 지낸 뒤 그해 12월부터 집행위원장으로 5년 동안 공무를 시작했다. 연임에 성공한다면 그는 2029년까지 임기를 수행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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