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돌며 韓여성 취재한 BBC특파원…"아이 갖기 싫은게 아니었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 8일 세계여성의날 기념행사 개최
전국 돌아다니며 한국 여성들 취재한 BBC 특파원 연사 초청
"저출생 문제 논의할 때 여성들의 목소리를 중심에 놓아야"
[서울=뉴시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가 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세계여성의날 기념행사 참석자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4.03.08.(사진=유엔여성기구 제공)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전국을 돌아다니며 한국 여성들을 취재했다. 아이를 갖기 싫어하는 한국 여성을 만나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상황이 달랐다면 다른 선택(아이를 갖는)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데 놀랐다."
최근 '한국 여성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나'라는 제목의 기사로 화제가 된 BBC 서울 특파원 진 맥킨지의 말이다.
맥킨지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가 개최한 기념행사에 연사로 참석해 자신이 직접 만난 한국의 평범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국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행사에는 각국 정부, 외교계, 기업계, 학계에서 200여 명이 자리했다.
안토니우 구테레스 유엔사무총장의 영상 메시지를 시작으로 주요 연사들은 '미래를 위해 여성에게 투자하라'는 주제하에 성평등 및 여성인권 향상을 위한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맥킨지는 2부 행사의 첫 번째 연사로 참석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만난 한국 여성들이 사례를 통해 한국의 저출생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맥킨지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최저치를 또 경신했다. 심지어 서울은 0.55명"이라며 한국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어 "1년 전 나는 한국의 저출산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한국 여성들을 직접 만났다"며 그들의 이야기에 대해 소개했다.
맥킨지는 출산 후 직장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주변 동료들을 보고 육아와 출산을 포기한 여성,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두고 독박육아에 힘들어하는 여성, 한국에서 아이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출산을 포기한 여성, 그리고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아이가 행복할 수 없는 한국에서 출산을 하고 싶지 않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한국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 엄마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현실을 알아서 출산을 포기한다"며 "현실을 아는 것이 출산을 막는다면, 바뀌어야 하는 것은 바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시간노동시간, 출산과 커리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현실 등 많은 여성들이 출산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원하는 것은 정부의 더 많은 지원이 아니었다"며 "더 유연한 근무시간, 배우자도 같이 육아를 하고 가정과 일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현실의 변화를 원했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육아 장려를 위한 근무제도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근 한국의 한 주요 회사는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여전히 같은 시간을 일해야 한다. 5일에 할 일을 4일에 걸쳐 나눠서 일을 하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론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회사들도 있다고 알고 있다. 엄마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혹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할 수 있다"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출생 문제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지만 여성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논의의 중심에 놓는 것이 필수"라며 "여성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투자를 한다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의 세계여성의날 기념행사에는 여성가족부에서는 국장급 인사가 참석했다. 지난해 같은 행사에는 이기순 당시 여가부 차관이 참석한 바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장관 대행인 신영숙 차관이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다른 행사 일정이 있다"고만 답했다. 신 차관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서대문구 가족센터 방문 일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김현숙 여가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한 후 후임 장관을 임명하지 않아 '여가부 폐지' 대선 공약 이행을 공식화 했다. 여가부는 차관 대행 체제에서 외부 인사를 고위급에 영입하는 등 폐지를 염두에 둔 조직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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