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오늘부터 '외래' 최소화…동네의원도 단축진료
"피로 누적…환자 위험 노출 줄여야"
"24시간 연속근무 후 익일 주간 휴무"
'빅5' 경영난·필수의료 인력확보 우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전공의와 의대 교수 사직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28일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3.28. [email protected]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교수들은 이날부터 외래와 수술을 조정해 중증환자 위주로 진료한다. 절대적인 인력 부족에 따른 물리적·체력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39개 대학이 참여하는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의료공백 장기화로 이날부터 외래 진료를 최소화한다.
조윤정 전의교협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대학병원 교수들은 스트레스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육체적 피로가 누적돼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잘못했으니 반항해 투쟁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환자가 위험에 노출되는 걸 줄이고자 선택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전국 20개 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부터 24시간 연속근무 후 익일 주간 근무 오프(휴무)에 들어간다.
비대위는 지난달 29일 4차 총회를 열고 "1일부터 남아있는 교수 인력 소진으로 외래 진료와 수술 등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수들이 주당 60∼98시간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번아웃으로 환자 진료 자체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교수들은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워왔지만 병원 진료 전반의 업무를 떠안아야 해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의료사고 우려가 높아져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대학병원별로 외래 진료와 수술 조정이 불가피하다.
비대위는 "각 진료과 사정에 따라 비필수 의료를 줄이고 필수의료에 신경을 더 쓰려 한다"면서 "상급병원이 다른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경증 환자를 줄이도록 하고, 상급병원에 와야 할 급한 환자는 의사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진료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임현택(오른쪽)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4.03.31. [email protected]
개원의들도 이날부터 주 40시간 단축 진료에 들어간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는 전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지하 1층에서 회의 직후 백브리핑을 갖고 "개원의들도 4월부터 주 40시간 단축 진료를 시작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법 테두리 안에서 주 40시간 정도 진료를 하는 방향"이라면서 "비대위에서 각 의료기관에 강제할 순 없지만,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의협 차원의 야간·주말 진료 축소 가능성이 제기됐다. 개원가에서 자발적으로 야간·주말진료를 점차 축소해 나가 주 40시간만 근무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 ‘빅5’ 경영난도 심화하고 있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 윤승규 서울성모병원장,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 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등 ‘빅5’ 병원장들은 지난달 29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나 “전공의 공백으로 병원 재정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면서 도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A 교수는 "올해 우리 병원 적자만 약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부의 지원이나 마이너스 통장 없이 모든 대학병원들은 3~6개월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필수의료 인력난도 가중될 전망이다. 필수의료 분야에서 근무했던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수리해 달라며 병원에 내용 증명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수의료 전공의가 한 해 빠지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지원자가 급감할 우려가 있다. 인력 부족으로 당직이 일상화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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