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보건의료노조, 의료계에 "합리적 방안 달라" "대화 나서야"(종합2보)
"집단행동 하면서 논리 없는 주장 반복 곤란"
"진료 계속하겠다는 분 많아…병원 복귀하라"
"집단행동 장기화로 의료 역량 다소 감소해"
"대통령, 진료 정상화 구체적 해법 제시 없어"
"의사들, 환자 담보로 정부 굴복시키려 마라"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 주요 내용과 비상진료체계 상황 등을 발표하고 있다. 2024.04.02.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박영주 구무서 송종호 기자 = 정부가 의대 증원을 골자로 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료계에서 통일된 합리적 방안을 제시하면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열고 "집단행동을 접고, 과학적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의료계 내 통일된 더 합리적인 방안을 제안한다면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수 있다"며 "집단행동을 하면서 과학적 근거와 논리 없이 주장만 반복하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의사가 부족한데 10년 뒤에는 최소 1만 명이 더 부족하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10년 뒤 중증,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킬 수 없다"며 "반발이 심한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알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되기에 추진한 일"이라고 했다.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담화문을 통해 밝힌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안해야 마땅하다"는 입장을 유지한 셈이다.
전 실장은 전날부터 의대 교수 및 개원가에서 진료 단축·축소를 시작한 데 대해 "서울 주요 5대 병원 교수님의 절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고 환자 곁을 선택했고, 실제로는 진료를 계속하겠다는 분들도 많이 있다"며 "의료 현장이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전공의들은 즉시 소속 병원으로 복귀하고, 의대 교수님들도 사직서를 철회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장에 복귀하는 의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3월12일부터 전공의 보호·신고센터를 운영했으며 26일부터는 신고 접수 대상을 의대 교수까지 확대했다. 또 29일에는 복지부 홈페이지에 온라인 신고 게시판을 구축해 신고 채널을 확대했다.
전 실장은 "온라인 게시 등을 통해 근무를 하고 있다거나 개인적인 신상이 올라와 진료나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움이 있다는 전화가 왔다"며 "전공의 뿐만 아니라 전문의, 대학 교수까지도 신청을 익명으로 할 수 있도록 확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전국 의과대학 예비 전공의 인턴 상반기 수련 임용 등록 마감일인 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인턴 생활관 휴게실이 텅 비어 있다. 2024.04.02. [email protected]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의료 역량이 감소하는 상황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관리하는 국가응급진료정보망에 27개 중증응급질환 중 진료 제한 메시지를 표출한 권역응급의료센터 수는 3월 첫 주 10개소에서 3월 마지막 주 14개소로 증가했다.
전 실장은 "집단행동 장기화로 의료 역량이 다소 감소하는 상황이 일부 감지되고 있다"며 "정부는 응급의료기관의 배후진료 역량을 면밀히 살피며 응급환자가 적정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되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또 "병원도 수술과 입원을 줄여 의료진, 간호사가 무급 휴가를 가야 하는 상황이고 의약품 관련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의료진 이탈로 수입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줄었는지 파악을 하고 거기에 대해 지원할 방안이 있는지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해소하려면 조속히 복귀를 해서 정상적인 진료가 이뤄지도록 하는 게 가장 확실한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의 처분과 관련해 "3월26일부터 (면허정지) 처분이 가능한 부분을 하고 있지 않은 부분도 유연한 대응이라고 보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해야 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를 통한 대화 여부에는 "새로운 의협 비대위를 통해 전공의도 참여하고, 다른 이해당사자들도 참여해 의료계를 대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대화를 굳이 못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향후 전망과 관련해서는 "(사태 종료) 시기를 언제까지라고 데드라인을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종료될 때까지 대화는 계속하고, 국민 의료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의 한 의원을 찾은 시민이 진료시간 안내문을 살피고 있다. 2024.04.01. [email protected]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윤석열 정부가 환자생명을 위협하는 의사 진료 거부사태는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날을 세웠다.
보건의료노조는 "지금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정부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라 조속히 진료를 정상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화 자리를 만들 때"라면서 "윤석열 정부는 의사 진료거부로 의료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중증·응급의료 현장을 방문해 환자와 가족들, 의료진과 보건의료노동자들을 만나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와 고충을 듣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사단체들을 향해서는 "논의의 장을 열겠다는 정부의 대화 의지를 발로 차버리지 말고 전향적으로 대화에 나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며 "더 이상 환자생명을 담보로 정부를 굴복시키려 하지 말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 환자와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개혁을 주도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환자를 위해 조건 없이 진료를 정상화하고, 국민들이 공감하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면서 의료개혁을 주도해 나간다면, 의료개혁과 국민적 지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라고 했다.
한편, 의대 졸업 후 전공의 과정을 시작할 인턴 등록이 이날 마감되는 가운데 대상자 중 10%만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의대 졸업생 3058명 중 인턴 과정 지원 의사를 밝힌 이는 2697명이다. 이중 전날까지 약 10%만 인턴 수련 등록을 했고 나머지는 등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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