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상자산법 600만 코인러 '보호'하려면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국내에서 처음으로 가상자산을 직접 규제하는 법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이 지난 19일 시행됐다. 금융당국은 법 제정 배경에 대해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한 질서를 확립하고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거래소가 파산하더라도 예치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고, 이른바 세력의 장난인 마켓메이킹(MM)도 차단된다. 지켜보는 금융당국의 감독·검사·제재 권한도 명확해졌으며, 수사기관의 단속도 강화됐다.
가상자산법 시행으로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이용자 보호에 첫 단추를 끼웠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적어도 지난 2022년 터진 FTX 파산과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재발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법 시행과 함께 마련한 상장 모범사례안에 따르면 앞으로 법정화폐를 준거자산으로 하지 않는 무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은 금지된다. 제2의 테라가 탄생할 가능성을 원천차단한 셈이다.
하지만 이용자 보호의 시급성을 고려해 마련한 1단계 입법인 만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법이 시행됐다고 600만 코인러를 완벽히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반쪽짜리 법안'이란 지적을 받아온 만큼 여전히 메울 구멍이 많다.
가상자산법 시행 당일 자정 전후로 벌어진 '거래소 원화 예치금 이용료율 경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용자 보호를 위해 법이 설정한 예치금 이용료가 거래소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대형 거래소 A는 연 1%대를 제시했다가 몇 시간 만에 연 2%대까지 올렸으며, 대형 거래소 B는 '업계 최고 수준'이란 문구까지 붙이며 관심을 끌었다.
법인 거래에 대한 방안이 부재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갑자기 법인 거래의 활성화를 주창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 투자법인을 제외한 제도가 한국 가상자산 시장을 개인 투기판으로 몰고 갔다는 모순을 지적하는 것이다. 실제로 자본시장에서는 전문 투자법인이 합법적으로 시장조성(Market Making)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가격이 급등락하는 이상 거래와 그에 따른 시장 혼란을 방지하고 상장 종목의 합리적 가격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결국 가상자산 업계와 금융당국이 제도권 안착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업계는 이용자 보호란 '법 취지'에 맞게 예치금 관리와 이상 거래 감시에 최선을 다하고, 당국은 수사기관 등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미비점을 발굴하고 보완해야 한다.
동시에 2단계 입법 논의도 속도를 내야 한다. 가상자산 발행·유통·공시·운용과 법인 투자 허용 등 실질적 내용은 여전히 법 테두리 밖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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