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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 닫고 사진 지우는' 딥페이크 피해자들…"경찰신고·상담소 연락 대응 필요"

등록 2024.08.28 16:04:03수정 2024.08.28 19:5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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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3명 중 1명은 미성년자

SNS 비공개하라는 학교 공지도

"사적으로 업체 찾아가지 말고"

"공식적인 통로로 지원받아야"


[서울=뉴시스]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들이 숨고 있다. 특히 학교를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하면서 미성년 피해자들이 속출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2024.08.28.

[서울=뉴시스]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들이 숨고 있다. 특히 학교를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하면서 미성년 피해자들이 속출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2024.08.28.

[서울=뉴시스]우지은 기자, 성가현 인턴기자 =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들이 숨고 있다. 특히 학교를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하면서 미성년 피해자들이 속출했는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사진을 삭제하고, 심지어는 집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있다.

전문가와 관계기관들은 딥페이크 영상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인지하면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가족에게 알리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성범죄상담소나 가정폭력통합상담소에 연락하는 등 주변에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장의사 등을 사적으로 찾아가는 것은 우려된다고 짚었다.

피해자 3명 중 1명은 미성년자…말 못 하고 속앓이도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 3명 가운데 1명 이상은 미성년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여성가족부 산하기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1월1일부터 8월25일까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에 딥페이크 피해 지원을 요청한 사람은 781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10대 이하 미성년자는 288명으로 36.9%였다.

올해 약 8개월 동안 지원을 요청한 미성년자 수만 해도 지난해 1년보다 2배 넘게 많았고, 2년 동안 4.5배 늘었다. 2022년 64명, 2023년 124명, 2024년(1월1일~8월25일) 288명이다. 이 수치는 디성센터에 피해 요청을 해온 미성년자만 집계한 수치로 전체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10대 이하 피해자가 많은 이유는 이들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SNS 등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주된 소통방식인데, 여기에 올라온 사진들이 딥페이크 기술을 통해 성범죄물로 제작·유포되면서 미성년자 피해가 속출했다.

이에 일부 학교는 "SNS에서 학교, 연락처 등이 담긴 개인정보를 공유하지 말고, 개인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 게시물을 비공개하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아이들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다 닫고 무서워하고 겁을 먹었다. 정말 위축된다"며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는 딥페이크 성 착취물 때문에 불안해서 외출도 못 한다고 전한 피해자 가족들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피해자 잘못 아냐…주저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

[서울=뉴시스] 전문가와 경찰은 피해 사실을 인지하면 우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경찰 로고. 2024.08.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전문가와 경찰은 피해 사실을 인지하면 우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경찰 로고. 2024.08.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와 경찰은 피해 사실을 인지하면 우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혼자 해결하는 게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길"이라며 "우리 사회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문제 해결 과정을 지지하지 않는 장치와 통념들이 있어서 피해를 알리는 게 어렵고 주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인이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문제가 사회에 너무 만연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니까 자책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 요청하는 게 첫 번째"라고 강조했다.

미성년자는 특히 학교, 부모 등 믿을만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해야 한다. 또 성범죄상담소나 가정폭력통합상담소 등에 연락할 수 있다.

김 소장은 "상담소는 피해 사실과 함께 어떤 방법으로 대처하길 바라는지 충분히 듣고 필요한 지원을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상담소를 통해 ▲정서적·신체적 피해를 봤을 때 의료비용을 지원하는 의료지원 ▲법률전문가 상담 지원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 상담사 동행 ▲딥페이크 성범죄물 삭제·모니터링 기관과 연계 등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경찰청도 전날 딥페이크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긴급스쿨벨을 발령했다. SNS 단체 채팅방 등에서 딥페이크로 의심되는 게시글을 인지하면 112·117로 신고하거나 담당학교 학교전담 경찰관(SPO)에게 통보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청은 경찰관서와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police.go.kr) 등을 통해 신고를 받고 있다. 피해 영상물은 담당 수사관이 아닌 제삼자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또 동성 경찰관에게 조사(배석) 받을 수 있고,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 실명 대신 가명을 활용해 사건서류를 작성할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성남=뉴시스] 이윤청 수습기자 = 디지털 장의사 의뢰는 주의해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도 있었다. 사진은 상습폭행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양진호 당시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첫 공판을 받기 위해 지난 2019년 1월24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2024.08.28. radiohead@newsis.com

[성남=뉴시스] 이윤청 수습기자 = 디지털 장의사 의뢰는 주의해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도 있었다. 사진은 상습폭행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양진호 당시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첫 공판을 받기 위해 지난 2019년 1월24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2024.08.28.  [email protected]

디지털 장의사 의뢰는 주의해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도 있었다.

허 조사관은 "정부에서 삭제와 상담 등을 지원해 주는 곳에 인원과 예산을 아주 풍족하게 지원해서 모든 피해자가 사적으로 디지털 장의사를 찾지 말고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지원받도록 해야 한다"며 "(디지털 장의사 등은) 사실 가해자의 증거를 삭제해 주는 사람들은 증거 인멸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웹하드 카르텔'을 언급했다. 그는 "디지털 장의사에게 영상 삭제를 의뢰하면 업체가 웹하드 업로드를 방치하는 유착 구조가 있었다"며 "피해자들이 사적으로 대처 방식을 취해도 그런 부분이 우려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웹하드 카르텔'은 웹하드 업체, 헤비 업로더, 필터링 업체, 디지털 장의 업체가 담합한 웹하드 운영 형태를 말한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영상 삭제를 의뢰받고 영상을 삭제하는 척했다가 보관해 둔 영상을 일정 시간 뒤에 다시 올리고 의뢰가 들어오면 다시 삭제하는 방식으로 성범죄물을 유통해 수익을 극대화했다. 2018년 공론화됐다.

웹하드 카르텔을 구축해 유통을 주도했던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달 29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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