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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교수 49인 "의대 증원은 '공멸'…중단해야" 시국선언

등록 2024.09.05 16:32:12수정 2024.09.05 17: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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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교수 49인, 의료사태 관련 ‘시국선언'

"의료위기 모두의 생명 위협…극복 노력을"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12일 서울 시내의 의과대학 모습. 2024.05.12.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12일 서울 시내의 의과대학 모습. 2024.05.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 사태가 반 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의대 원로 교수들이 "무리한 의대 정원 증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로교수 49명은 5일 '의료사태 관련 시국선언문'을 통해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은 대한민국의 의료를 ‘공멸’의 길로 내몰고 있다"면서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응급의료, 필수의료,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의대와 수련 병원은 의대생 증원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고, 의대 정원 증원 시도는 법적·제도적·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에 대해 의사단체와 37차례 협의했다고 하지만,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거나 폐기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리한 의대 정원 증원을 중단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합리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면서 "의료 위기는 모두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누리고 있지만, 의사들이 필수의료과를 기피하는 이유는 높은 의료 분쟁 위험과 낮은 보상 때문으로, 생명 존중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방에서 의사들이 부족한 이유는 인구 감소와 환자들의 대도시 대형 병원 선호 때문으로, 지방에서는 생명권을 온전히 보장받기 어려운 현실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응급 진료를 위해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문제는 단순히 의사 부족 때문이 아닌 의료분쟁 책임 등 복잡한 문제에서 비롯된다"면서 "의료분쟁제도를 개선하고 의료 보상을 현실화하는 것만으로도 개선될 수 있다"고 했다.

원로 교수들은 급격한 의대 증원에 따른 의학 교육 파행도 우려했다.

이들은 "의학교육의 질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면서 "학생 수가 65%나 늘어나면 이에 맞춘 교육시설, 교육인력 확충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있으며,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원로 교수들은 진료보조(PA)간호사를 활용한 전문인력 중심병원 운영도 전공의를 대체하는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PA제도를 도입해 전문의 중심병원을 운영 하겠다고 하지만, 미래의 전문의를 양성하기 위한 수련제도에 대한 투자 계획이 없다면 의료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OECD 국가들에서도 의료에 대한 적절한 투자 없이 의사 수만 늘리면 의료 수준이 낮아지고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의사들이 근무 여건이 더 좋은 나라로 이주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책임질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명분이 필요하다"면서 "현재의 의료 위기는 단순한 의사 파업이 아닌 정부의 불법적·강압적인 정책에 실망한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의사와 전문의가 되기 위한 교육을 포기한 결과"라고 짚었다.

이들은 "이는 곧 의료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줄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지금 병원이 유지되는 이유는 전문의와 교수들이 환자를 돌보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인데 남은 의료진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지치고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으면 결국 더 많은 의사들이 병원을 떠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이 더욱 건강해지고, 국민 모두가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국선언 원로 교수 명단(발기인, 가나다 순)

강윤구 울산대 명예교수 고윤석 울산대 명예교수 고일두 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건축학) 김경효 이화여자대 명예교수 김성규 영남대 명예교수 김시영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김우호 서울대 명예교수 김정구 서울대 명예교수 김중곤 서울대 명예교수 김종학 이화여자대 명예교수 김효수 서울대 명예교수 김현집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박경수 서울대 명예교수 박병주 서울대 명예교수 박선양 서울대 명예교수 박영배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백승연 이화여자대 명예교수 서정욱 서울대 명예교수 성명훈 서울대 명예교수 성진실 연세대 명예교수 손대원 서울대 명예교수 신희영 서울대 명예교수 오승택 가톨릭대 명예교수 유석희 중앙대 명예교수 윤병우 서울대 명예교수 이경자 이화여자대 명예교수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미애 이화여자대 명예교수 이상범 경북대 명예교수 이순남 이화여자대 명예교수 이승주 이화여자대 명예교수 이종석 서울대 명예교수  이춘택 서울대 명예교수 임태환 울산대 명예교수 장성구 경희대 명예교수 장학철 서울대 명예교수 전선희 이화여자대 명예교수 전용성 서울대 명예교수 정성은 서울대 명예교수 정현채 서울대 명예교수 정화순 이화여자대 명예교수 조문준 충남대 명예교수 조보연 서울대 명예교수 조항범 충북대 명예교수 (국어학)
최윤식 서울대 명예교수 최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허대석 서울대 명예교수 황영일 서울대 명예교수 황용승 서울대 명예교수

◇일반 국민 포함 선언문 동참자 (가나다 순, 5일 오후 2시30분 기준 841명)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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