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학생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참상 영상으로 제작한다
삼호고 동아리 컬쳐웍스 다큐멘터리 '미완의 귀환' 제작 돌입
군함도·미이케 탄광 등 취재 "아픈 역사 잊지 않고 알릴 것"
[무안=뉴시스] 삼호고 동아리 컬쳐웍스 학생들이 지난 7월 일본 현지에서 아소 탄광 조선인 강제징용자들을 기리는 제를 올리고 있다. (사진 = 전남교육청 제공). 2024.09.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무안=뉴시스] 구용희 기자 = 전남의 학생들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의 참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8일 전남교육청에 따르면 삼호고등학교 동아리 컬쳐웍스(Cultureworks)는 올해 초 특별한 프로젝트 하나를 기획했다.
앞서 5명의 동아리 회원은 어떤 주제를 다룰지 고민하다 일제강점기 온 삶을 박탈당했던 조선인 노동자들의 생애에 주목했다. 이들은 우선 강제징용 관련 서적을 읽고 자료조사에 돌입했다.
이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지도를 제작하고 연표를 작성했다. 진실에 가깝게 다가갈수록 교과서에 실린 몇 문단의 글로는 알지 못했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관련 조사가 이어질 수록 프로젝트의 방향성도 뚜렷해졌다. 희망 없는 탄광에서, 외딴섬에서 노역하다 미처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비극을 다큐멘터리에 담기로 한 것이다.
지난 7월 동아리 회원 5명은 6박7일간 일본을 다녀왔다. 조선인 수천 명이 강제 노역했던 미이케 탄광을 취재하고, 희생된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위령비를 참배했다. 혹독한 노동환경으로 악명 높았던 아소 탄광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냈던 조선인들의 흔적을 생생하게 담았다. 아소탄광 한편에는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공동묘지가 마련돼 있는데 학생들은 당시 선조들을 기리며 생수와 빵을 마련해 직접 제를 올리기도 했다.
지옥섬이라 불렸던 군함도에 입도, 아름다운 경관에 숨겨져 있는 강제 노역 현장 곳곳을 취재했다. 일제강점기 비행장 건설에 동원된 조선인들의 집단 거주지 우토로 마을에서는 관계자들과 만나 그 시절의 참상을 자세히 들어볼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광복 뒤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승선했다가 폭살당한 우키시마호 사건의 위령비 앞에서는 '이 역사를 잊지 않고 널리 알리겠다'는 다짐을 방명록에 새기기도 했다.
일본 현지 영상 촬영과 취재를 마친 학생들은 다큐멘터리 '미완의 귀향' 제작을 위한 자료 정리, 편집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교내에서 다큐멘터리 제작 발표회와 시사회를 열 예정이다.
최재원 지도교사는 "이 프로젝트는 지난 역사의 아픔을 학생들이 직접 기획·취재해 강제징용 현장의 참상을 담아냈다는 데 의미가 크다. 학생들은 치유와 화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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