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들어봤는데'… 유엔 연설에서 미드 대사 표절한 아르헨 대통령
[뉴욕=AP/뉴시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증권거래소에서 개장 종을 울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경제 위기 상태의 아르헨티나를 전 정권으로부터 물려받아 취임 직후 바로 강력한 개혁을 진행했다면서 "인플레를 길들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4.09.24.
[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각) 제79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 정치 드라마 '더 웨스트 윙'의 주인공 대사를 그대로 표절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은 '밀레이가 유엔에서 더 웨스트 윙 드라마 캐릭터를 따라 한 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매체는 기사에서 "밀레이 대통령이 유엔총회 첫 연설에서 사용한 마지막 부분은 미국 드라마 '더 웨스트 윙'의 대본을 그대로 표절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드라마는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인기리에 방영된 미국의 작품으로, 미국 대통령과 보좌관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앞서 밀레이 대통령은 15분 유엔 연설 당시 "우리는 모두를 위한 표현의 자유를 믿는다. 모두를 위한 종교의 자유, 교역의 자유 그리고 제한된 정부를 믿는다. 그리고 이 시대에는 한 국가에서 일어난 일은 다른 국가에 빠르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민족이 경제적 억압, 경제적 종속, 종교적 광신주의 등의 형태를 취하는 폭정과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근본적인 개념은 말로만이 아니라 외교적, 경제적, 물질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는데, 이 대목이 해당 드라마 시즌4 15화의 주인공 대사와 같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실제 드라마에서 주인공 조사이어 바틀렛은 자신의 참모들에게 "우리는 어디서나 언론의 자유를 보호한다. 우리는 어디서나 종교의 자유를 수호한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학습할 자유가 있다고 믿는다. 이 시대에는 한 국가에서 폭탄을 만들어 다른 나라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한 국가에서 일어난 일은 전적으로 우리의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적 억압이든, 경제적 노예제든, 종교적 광신주의든 폭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한 가장 근본적인 개념은 우리의 지원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외교적, 경제적, 물질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한다.
매체 라나시온은 이어 밀레이 대통령의 전략가이자 '철의 삼각형'의 한 축인 실세, 산티아고 카푸토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가 바로 이 '더 웨스트 윙'이라고 주장했다. 카푸토는 이 드라마의 시즌7까지 무려 7번 이상을 시청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표절인지, (드라마에 대한) 경의인지 혹은 외교적 제스처인지 아니면 이 세 가지가 다 합쳐진 모순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밀레이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보도 이후 아르헨티나 현지 소셜 미디어(SNS)에 실제 드라마 속 주인공의 대사 장면과 교차한 영상이 올라와 표절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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