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합의 탈퇴, 중동 분쟁 불렀나"…美서 '트럼프 책임론' 제기
"JCPOA 탈퇴로 이란 부채질…핵 프로그램 가속화"
"합의 자체가 잘못…현 갈등에 별다른 영향 없어"
[버틀러=AP/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면서 오늘날 중동 분쟁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24.10.09.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면서 현재 중동에서 분쟁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의 대(對) 이란 정책이 '협력'에서 '대립'으로 바꾸면서 중동에서 위기가 가속화된 것 아니냐는 논쟁이 시작됐다고 조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5월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탈퇴했다.
JCPOA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체결한 이란 핵 협정으로, 이란이 핵무기에 쓸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개발을 포기하고 서방이 그 대가로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걸 골자로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합의가 "역사상 최악의 거래"라고 비난하며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다시 부과했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JCPOA 탈퇴로 이란의 강경파를 부채질했고, 결국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가속하도록 자극했다고 비판한다.
합의 추진에 관여했던 오바마 행정부 국가안보부보좌관 벤저민 로즈는 "이란이 핵 합의에서 탈퇴하기로 한 결정은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가드레일을 제거하고, 더 대립적이고 강경한 노선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동기를 제거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동 위기를 촉발한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서 일차적 책임은 분명 하마스에 있지만, 핵 합의 실패 후 미국과 이란의 외교에서 갈등 외 다른 대안을 없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핵 협상에 참여한 한 서방 관리는 지난 10년 동안 이란이 세계 경제에 더 통합됐다면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을 막으려 노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최근 몇 달 동안 이스라엘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이란 지도자들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스파한=AP/뉴시스] 2005년 3월30일 촬영한 이란 이스파한 외곽의 우라늄 전환 시설 모습. 2024.10.09.
일각에선 핵 합의 자체가 잘못됐다고 반박한다. JCPOA를 통해 이란이 중동 내 대리 세력 자금 조달을 위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고, 시간도 벌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지난주 이란이 이스라엘에 발사한 미사일 관련 핵 합의에 의미 있는 제한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보수 성향 분석가인 앤드루 매카시는 지난주 '내셔널 리뷰' 기고문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당시 이란이 탄도 미사일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는 걸 알고 핵 협상을 설계했지만, 핵 활동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를 막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란 전문가인 수잔 말로니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도 핵 합의가 유지됐더라도 현재 중동 위기를 관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핵 합의 탈퇴가 이란의 핵 야망 억제에 재앙적인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이란의 역내 활동이나 이스라엘 등에 대한 접근 방식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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