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갈등 주목…피해자 사례 소개
"몽키 하우스 한국 과거와 미래 갈등의 중심"
피해자 "내가 증거이고 건물이 증거"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23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4.09.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1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주한 미군기지 근처에 있는 성매매 관련 옛 시설을 두고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곳에서 미군 상대 성매매 업소에서 일했던 여성들은 강제로 성병을 치료받았던 ‘몽키 하우스(성병관리소)’ 철거를 막고 있다”고 전했다.
동두천시 소요산 입구에 있는 옛 성병관리소는 1973년부터 1996년까지 운영됐다. 이곳에선 미군 ‘위안부’를 상대로 성병 검사를 해 보균자 진단을 받은 여성을 완치 때까지 가둬뒀다. 이른바 '낙검자 수용시설'로 열악한 수용환경과 여성들이 철창 안에 갇힌 원숭이 같다고 해서 '몽키 하우스'라고 불렸다.
부지면적 6766㎡에 2층짜리 건물로 지어진 시설은 방 7개에 140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이곳에 수용된 여성들은 수용소의 비좁은 공간에 갇혀 강제로 투약한 페니실린 부작용으로 죽거나, 도망치려고 2층 또는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은 사례도 있었다.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이 성병관리소는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채 28년째 방치돼 지역에서 흉물로 여겨져 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동두천시는 지난해 2월 29억원을 들여 건물과 부지를 매입해 호텔과 테마형 상가 등을 짓는 소요산 일대 개발 관광사업을 추진하려 했다.
반면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와 참여연대, 정의기억연대 등 60여 개 시민단체는 “이 건물이 수 많은 여성 인권을 유린한 현대사의 아픈 장소”라면서 역사의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며 철거를 결사저지한다는 입장이다.
WSJ는 “지난해 이 부지를 매입한 지방정부가 이곳을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으로 만들려 한다"며 "몽키 하우스는 이제 한국의 과거와 미래를 둘러싼 갈등의 중심이 서있다”고 전했다.
WSJ는 이 시설의 피해자인 은희 헨리(67)의 사연을 소개했다.
은희 헨리는 19세이던 당시 음식점 직원을 모집하다는 허위 광고에 속아 미군 상대 성매매를 하게 됐다.
(구)성병관리소(사진 = 동두천시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경찰에 유부녀라고 주장했지만, 성병관리소로 이송돼 구금됐다.
은희 헨리는 그곳에서 페니실린 주사를 강제로 맞아 부작용을 겪었고 감금돼 일주일 간 콘크리트 바닥에서 잤다고 진술했다.
이후 그는 남편과 함께 솔트레이크 시티로 이주했고, 남편이 사망한 이후 의정부에 돌아와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다.
한 명의 아이를 출산한 그는 2차례 유산의 아픔을 겪었는데 성병관리소에서 맞은 페니실린 주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은희 헨리는 WSJ에 "다음 세대는 (성병관리소를) 알아야 한다“면서 "내가 산 증거이고, 이 건물이 증거”라고 강조했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도 맡고 있는 안김정애 기지촌여성인권연대 대표는 “동두천시의 한 관계자는 이곳을 여성들을 위한 치료와 치유의 공간으로,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고 했다”며 “그러나 이곳은 법적 근거 없이 여성들을 구금했던 국가 폭력의 현장”이라고 주장했다.
WSJ는 “최근 실시된 이 지역 여론조사에서 성병관리소 주변 가게 사업주의 약 90%가 건물의 철거를 원한다”며 찬성 입장도 소개했다.
현지에서 메밀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우리 도시가 부끄러운 과거를 뒤로 하고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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