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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단체 "의학교육 질 저하 자명…무엇 위한 증원인가"

등록 2024.10.21 16:29:25수정 2024.10.21 16: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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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한림원 21일 의대증원 사태 입장문

"증원변수 미정…과학적근거 확보 불가"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사진은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2024.10.07.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사진은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2024.10.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8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고 석학단체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학한림원)이 "의료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의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려 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추진해야 할 일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의학한림원은 21일 입장문을 내고 "무리한 의대정원 증원으로 인한 의정 사태로 인해 석학 의학자 단체로서 자괴감과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특히 의학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해 온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과 의학교육계에 대하여 행하여지는 조치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어 입장을 표명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의학한림원은 "2022년 가을부터 지속적으로 외국의 경험을 반영한 올바른 의대 증원의 방법을 복지부를 통해 정부에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의학한림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께 이필수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2000년 감원했던 규모이자 증원에 비교적 무리가 없는 350명을 일단 증원하고 이후 의사인력 수요를 판단하며 조정하자는 의견을 정부와 의학한림원을 통해 전달했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학한림원은 "의대정원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는다"면서 "정부는 OECD 통계를 인용할 때 인구 당 의사 수만 언급하고 우수한 의료 지표들은 언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인력 수요 추계에 있어 세 개의 보고서에서 다룬 인구구조 뿐 아니라 정부가 조속히 대대적으로 개혁해 나가겠다고 천명하고 있는 수가(비보험 부문과 실손보험 포함), 의료전달체계, 국민들의 의료소비행태 변화, 인공지능을 포함한 의료기술의 발달, 의료비 지출의 한계 등도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또 "이런 변수가 정해지지 않거나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들의 활동 분야와 지역별 분포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즉, 현재 과학적 근거를 제대로 얻을 수 없는 상태이며 향후 이런 요소들을 반영한 추계가 가능해진다고 해도 현장의 변화를 추적하며 주기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 근거 자료로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의 연구(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3개 연구 보고서를 제시한 바 있다.

의학한림원은 "단기간 지속되는 대규모 의대정원 증원은 조만간 정원 환원 내지 추가 축소의 필요성을 초래한다"면서 "이번 증원 절차에서 조만간 축소될 정원에 대한 대책이 전혀 언급되지 않아 새로운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학한림원은 의학 교육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급격한 의대 증원으로 의학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무엇을 위한 증원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은 기존 3058명에서 약 50% 증원(1509명)한 총 4567명이다.

의학한림원은 "휴학한 예과 1학년 학생들이 복귀하면 내년에 신입생까지 포함해 총 7500명이 교육을 받게 된다"면서 "당장 4개월 후 닥칠 일이여서 준비할 시간이 매우 부족해 의학 교육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교수 임용 규정을 하향 조정하고 의평원의 의대 인증 평가 기준을 완화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수십 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우리나라 의학교육을 국제적인 의학교육 수준에 올려놓은 의학교육 인증 체계를 근거가 약하고 절차도 문제가 있는 증원을 위해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일본 동경대에 69학번이 없는 이유는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신입생을 받을 경우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고, 일본 국무총리 자문기구인 대학문제간담회와 문부성의 권유를 동경대가 받아들여 결정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정부의 작금의 조치들은 역량은 상관없이 그저 면허를 가진 ‘의사’를 많이 배출만 하면 만족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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