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보고서 지장 거부한 수용자에 징계…대법 "위법한 처분"
징벌행위 보고서 지장 거부한 수용자 징계
1·2심 원고 승소…"자기부죄 금지원칙 반해"
대법 "무인은 위반 인정…진술거부권 포함"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교도관의 징벌대상행위 적발 보고서에 지장 찍기를 거부한 수용자에게 징계를 내린 것은 위법한 처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헌법상 보호받는 진술거부권에 해당한다는 취지에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A씨가 대구교도소장을 상대로 낸 징벌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2년 3월 대구교도소 내 수용동에서 다른 수용자 B씨와 이불을 정리하던 중 시비가 붙어 말다툼을 하며 소란 행위를 했다. 또한 교도관이 소란 행위에 관한 징벌대상행위 적발 보고서를 발부해 무인(지장)을 찍으라고 했는데 고함을 지르며 거부했다. 무인을 거부한 행위가 교도관의 직무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돼 결국 징벌 대상에 올랐다.
대구교도소장은 다른 수용자의 생활을 방해하고, 교도관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직무를 방해한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징벌위원회 의결을 거쳐 A씨에게 금치 20일의 처분을 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기재된 보고서를 발부했다"며 "보고서의 내용을 인정할 수 없어 무인을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소란 행위에 대해 징계한 것은 적법했지만, 보고서에 무인하도록 지시한 것은 자기부죄 금지원칙에 반해 부당하다고 보고 징벌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보고서는 그 자체로는 징벌이나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지만 향후 징벌의 대상이 되거나 형사책임과도 연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므로, 수용자는 교도관이 작성한 적발 보고서의 규율위반행위를 부인하며 보고서에 무인을 요구하는 교도관의 지시를 거부할 헌법상의 권리가 있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규율위반 행위를 부인하는 원고에 대해 적발 보고서에 무인할 것을 요구하는 교도관의 지시나 명령이 적법하다
고 할 수 없다"며 "원고가 고함을 지르며 거부했다고 해도 동기, 행위의 정도 및 결과 등에 비추어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수용자가 보고서에 서명 또는 무인하는 의미는 거기에 기재된 규율위반 행위가 사실임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서명 또는 무인은 적발 보고서의 기재 내용과 일체가 되어 언어적 표출인 '진술'을 구성하므로 이는 헌법상 진술거부권의 보호대상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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