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명 규모' 교사노조연맹, 창립 7년만 위원장 사퇴요구 내홍…무슨 일?
교사노조 가맹 11개 노조, 위원장 사퇴 공개 요구
김용서 위원장, 서울시교육감 보궐 출마했다 사퇴
"단일화 때 지원 거부 가맹노조 집행부 교체 시도"
법인카드 사적 활용 의혹도…김 위원장 "소명 끝나"
교사노조 창립 7년만에 '탄핵 갈등'으로 최대 위기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교사노조연맹 정상화 추진단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앞에서 김용서 연맹위원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18. [email protected]
초등·경기·충북 등 교사노조에 가맹한 11개 노조가 참여하는 '교사노조연맹 정상화 추진단'은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회관 앞에서 김용서 현 연맹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대법 확정 판결로 직을 상실하자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고 민주진보진영 경선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9월15일 돌연 '일신상의 이유'라는 이유로 입후보를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출마를 할 때 별다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내부에 출마 뜻을 통보하고, 사퇴를 할 당시에는 사퇴 여부를 묻기 위해 조직 내부 기구를 소집하는 식으로 비민주적 행보를 보였다는 게 추진단 측 주장이다.
추진단 소속 한 지역 교사노조 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진보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경기, 초등교사노조 측에 선거인단 지원을 요청했는데 거부하자 해당 노조 위원장을 물러나게 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교사노조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에 반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학생인권법'에 반대하는 입장인데, 정작 김 위원장은 보궐선거에 출마해 반대가 아닌 '유보' 입장을 밝혔다는 점도 추진단 측 위원장들은 문제 삼았다.
추진단은 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이 가맹노조 집행부를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교체하기 위해 부당히 개입하거나, 특정 노조 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추진단 측은 김 위원장이 업무상 연관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100만원 상당의 안경 렌즈, 145만원 상당의 양복 구입비를 노조 법인카드를 써 결제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언론에 입장문을 내 "가맹노조 위원장 선거 개입, 사퇴 종용 등 추상적인 이유로 한 탄핵이 추진되고 있다"며 탄핵을 추진하는 추진단 측의 주장처럼 강령이나 규약을 위반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교원 근무시간면제심의 위원회 12차 전원회의'에서 합의후 기자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11.18. [email protected]
김 위원장은 "아무리 급하더라도 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제 실책"이라면서도 "(저의 사퇴를 요구하기 위한) 핑계 거리를 삼기 위한 것이 더 강하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역 가맹노조 선거 개입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양쪽에서 중재를 저에게 요청했던 사항"이라고 맞섰고, 법인카드 사적 남용 의혹에 대해서는 내부 감사 절차에서 소명이 끝났고 양복 구입비는 반환을 마쳤다고 했다.
교사노조는 지난 2017년 12월 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조합원들이 '생활밀착형 노조'를 표방하면서 분리해 나와 출범한 조직으로 한국노총이 상급단체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와 지난해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에 따른 교권보호 활동으로 2030 세대 젊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규모가 크게 불어 적게는 11만명, 많게는 12만4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사노조에 가맹한 단위 노조는 25곳이다. 김 위원장은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 출신으로 교사노조 창립부터 관여한 인사인데, 그의 탄핵을 요구하는 단위 노조(11곳)에 가입한 조합원은 9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진단 측은 김 위원장의 탄핵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인 만큼 교사노조는 창립 7년 만에 큰 위기를 맞게 됐다.
추진단에서는 오는 23일 김 위원장의 탄핵안을 심의할 임시대의원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김 위원장은 소집요구서에 서명한 일부 대의원이 지위를 잃었거나 자격이 없다며 이를 반려할 계획이라 내부 갈등이 길어질 듯 하다.
추진단 측은 "우리는 가맹노조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창립 정신 그대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길 바란다"며 "건강하고 민주적인 노동조합 문화를 만들어 가길 원하고, 목적 뿐 아니라 과정도 떳떳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초등교사노조와 전국 단위 노조, 지역 단위 노조 간의 갈등이 매우 심각했고 그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충돌이 있었다"며 "갈등을 원만하게 조정하지 못해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 진정성은 통한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매듭 짓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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