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폐허, '보는 맛' 살린 무대…오페라 '아틸라'[이 공연Pick]
[서울=뉴시스]오페라 '아틸라'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2022.04.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오페라단이 창단 60주년을 기념해 베르디의 오페라 '아틸라'의 국내 초연 무대를 올렸다. '아틸라'는 5세기 중반 유럽을 침략했던 훈족의 왕, 아틸라를 주인공으로 한다. 아퀼레이아를 침략한 아틸라에게 아버지를 잃은 오다벨라가 연인 포레스토와 함께 그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당시 이탈리아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베르디가 활동할 1840~50년대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베르디는 이탈리아 독립의 염원을 담아 '나부코',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등 다수 작품을 작곡했고, '아틸라' 역시 그 정서를 담고 있다.
무대는 프롤로그 2장과 3막으로 구성됐다. 아틸라의 손에 아버지를 잃고 포로들과 함께 붙잡힌 오다벨라는 복수를 맹세한다. 오다벨라의 연인이자 기사인 포레스토는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훈족 진영에서 살아있음을 보고 배신자라고 비난한다. 포레스토와 로마의 장군 에치오는 연회에서 아틸라에게 독약을 먹이려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직접 복수하려는 오다벨라의 방해로 실패한다.
[서울=뉴시스]오페라 '아틸라'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2022.04.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아틸라'는 '보는 맛'의 오페라 무대를 구현한다. 세계적인 연출가 잔카를로 델 모나코가 연출을 맡아 웅장하고 감각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세계 유수 무대에서 50년 넘게 오페라 연출가로 활동해온 그는 20세기 최고의 드라마틱 테너로 알려진 마리오 델 모나코의 아들이다.
막이 오르고 무대를 꾸민 웅장하고 거대한 석조물은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목이 잘리고 부서진 석상 등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도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하며, 이탈리아 아퀼레이아의 땅으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서울=뉴시스]오페라 '아틸라'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2022.04.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배경이 되는 영상도 시각적 효과를 더한다. 불타오르는 광장, 거친 풍랑에서 해가 뜬 잔잔한 바다로의 변화, 악몽을 꾸는 아틸라 뒤로 움직이는 먹구름 등 장소와 인물의 심리에 따라 달라지며 극의 흐름과 분위기를 보여준다.
복수를 다짐하며 진취적으로 저항의 노래를 부르는 오다벨라와 묵직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의 아틸라가 함께한 첫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준다. 땅을 빼앗기고 연인의 배신을 고뇌하는 포레스토의 탄식도 호소력을 보여준다. 다만 프롤로그가 웅장하고 강렬하게 다가온 것과 달리 복수를 향한 과정이나 마지막 아틸라의 죽음에선 힘이 빠진듯한 아쉬움도 남긴다.
[서울=뉴시스]오페라 '아틸라'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2022.04.1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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