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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우의 작가만세]정지돈 "제 소설이 이해가 안 된다고요? 현실도 그렇잖아요"

등록 2022.06.0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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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스크롤!', 팬데믹 유행 후 근미래 다룬 '정지돈식 SF'

2015년 젊은작가상 대상·2016년 문지상 수상 작가

색인·참고 문헌도 넣는 '논문 같은 소설' 독특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장편소설 '…스크롤!'의 정지돈 작가가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정 작가는 2016년 문지문학상, 2015년 젊은작가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2022.06.0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장편소설 '…스크롤!'의 정지돈 작가가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정 작가는 2016년 문지문학상, 2015년 젊은작가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2022.06.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정지돈(39)은 자신의 소설이 어렵다는 평가가 이해 되지 않는다.

"당황스러워요."

2013년 등단한 이 후 그의 소설은 "이야기는 재밌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평가가 꾸준히 나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최근 새로 나온 소설 '…스크롤!'은 21세기 초의 팬데믹 유행으로부터 얼마간 시간이 흐른 근미래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는다. 'SE'와 'NE'라는 두 가지 이야기를 한 권에 담아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SE를 통해서는 '메타북스'라는 증강-가상 현실에 기반을 둔 서점 이야기를, NE에서는 음모론을 파괴하기 위해 창설된 초국가적 단체 '미신 파괴자' 이야기를 전한다.

“어려운 지점이 있지만 저는 가볍고 장르적으로 흔한 요소도 있어서 재밌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정지돈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더 친절해져야겠어요."

'공부하는 소설가'... "소설 쓰는 과정은 일종의 탐구 과정"

1983년 대구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에서 영화와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2013년 '문학과 사회'의 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눈먼 부엉이'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건축이냐 혁명이냐'로 2015년 젊은작가상 대상과 '창백한 말'로 2016년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사실과 허구의 관계를 묻는 방식의 글쓰기를 통해 역사와 현재, 미래의 의미를 묻는 작업을 지속 중이다.

"소설을 쓰는 과정은 저한테는 일종의 탐구 과정이에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장편소설 '…스크롤!'의 정지돈 작가가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6.0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장편소설 '…스크롤!'의 정지돈 작가가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6.06. [email protected]



2013년 등단 이래 자신이 흥미를 갖고 공부한 것을 연결 짓고 이를 소설로 썼다. 모아온 정보들이 하나로 연결되면 소설이 된다. 물론 답이 명확하게 나오는 것에는 흥미가 없다. 연결은 되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쓰는 것을 즐긴다.

"답이 너무 명확하게 나오면 그건 인문학 책이나 과학책이죠."

이번 소설도 '사이키델릭', LSD 등의 환각제를 복용한 뒤 생기는 일시적이고 강렬한 환각적 도취상태에 관해 공부하던 중 음모론과의 연결점을 찾아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장편소설 '…스크롤!'의 정지돈 작가가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6.0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장편소설 '…스크롤!'의 정지돈 작가가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6.06. [email protected]


색인과 참고 문헌 넣는 소설...'정지돈만의 시도'

정지돈은 소설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첫 소설에는 색인을 넣었다가 편집자를 당황하게 했다. 흔히 소설에 들어가는 평론가의 해설도 본인이 직접 쓰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신작 '…스크롤!'도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참고문헌을 소설 뒤에 실었다. 참고한 책과 자료만 무려 14개에 달한다. 소설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넣기도 했지만 소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타파하려는 의도다.

"왜 소설과 논문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여길까요?"

그에게 소설은 논문처럼 현실 세계와 맞닿아 있는 글이다. 소설은 현실 세계와 동 떨어진 작가 개인의 창조성에서만 나온다는 시각에 단호히 반대한다.

"그러니 지금 구체적으로 상상해야 한다. 구체적인 건 무엇이나 현실이니까."(본문 중에서)

그래서 이번 소설은 SF(과학소설)이지만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 이어진다. 말하자면 정지돈식 SF 소설이다.

"기술이 상세한 SF는 저에게 너무 지루해요. 재미가 없어요."

날아다니는 자동차나 로봇 같은 최첨단 기술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다. 대중성과 본인의 재미 중 무엇을 고르겠냐는 질문에 “두 개 다 가져가고 싶다”며 웃는 그였지만 “재미가 없으면 애초에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장편소설 '…스크롤!'의 정지돈 작가. 2022.06.0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장편소설 '…스크롤!'의 정지돈 작가. 2022.06.06. [email protected]


연결성 부족 '이해 안된다'는 평가..."현실에서도 그렇잖아요"

그럼에도 그의 소설은 재미 보다는 '이해 안 된다'는 사람이 많은게 사실이다. 독자들은 이야기가 연결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든다.

그러나 정 작가의 생각은 간단했다.

"현실에서도 그렇잖아요."

그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을 “실천”하기 위해 소설을 쓴다. 연속성을 가질 것 같지만 중간중간 끊어진 우리 일상처럼 그의 이야기도 중간중간 빈틈을 남겨뒀다. 우리가 완벽한 서사나 인과 관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 속 이야기에 영원히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것도 있고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는 지점이 있듯이 그의 소설도 마찬가지다.

"우리 삶도 그렇잖아요. 인생 이야기를 알게 된 인물도 어느 순간 우리 인생에서 사라지고 다시는 안 보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이해가 안 된다고요?"

"쉽게 비유해 보겠습니다. 서페이스 웹이 걸어서 갈 수 있는 장소라면 딥 웹은 자동차를 타야 갈 수 있는 장소예요. 또는 회원제 클럽과 퍼블릭 서비스 공간. 아니면 구글맵에 등록된 식당과 구글맵에 등록되지 않은 식당. 어느 쪽이 더 맛있냐고요? 먹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죠. 어느 쪽이 더 진정성 있고 더 프로다운 요리를 선보이냐고요? 그것 역시 알 수 없죠. 하지만 깊이의 개념으로 문제에 접근하면 먹어 보기도 전에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진짜는 더 아래, 숨겨진 곳에 있는 거야. 알려지지 않은 맛집이 진짜 맛집이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죠. 유명한 곳이 더 믿을 만해! 제 말은 둘 다 아니라는 겁니다. 여기까지 이해 안 된 사람?"(...스크롤! 79쪽)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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