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터뷰]美 SF 작가 나오미 크리처 "조예은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섬뜩 재밌더라"

등록 2022.09.28 14:31:0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2016년 휴고상·로커스상 동시 수상

서울국제작가축제 최초 내한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휴고상을 수상한 미국 SF작가 나오미 크리처가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9.28.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휴고상을 수상한 미국 SF작가 나오미 크리처가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9.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SF(과학소설)는 사실 현재에 대한 이야기예요. SF의 장점은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서 말할 수 있다는 거죠."

SF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수상한 미국의 SF 작가 나오미 크리처가 서울국제작가축제를 위해 처음으로 내한했다.

지난 27일 뉴시스와 만난 그는 "언제나 제 책을 읽고 즐거워했던 사람들과 만나는 건 기대되고 즐거운 일"이라며 한국 팬들과의 만남에 기대감을 표했다.

한국에서도 그간 '캣피싱'과 '고양이 사진 좀 부탁해요' 두 권의 책을 출간한 그는 지난 22일 한국을 찾아 자신의 한국 팬도 처음으로 만났다. 작가축제 행사에 참여하며 천은영 작가를 비롯해 조예은, 천선란 작가 등 국내 SF 작가와 만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지난 2016년 '고양이 사진 좀 부탁해요'로 휴고상과 로커스상을 동시에 수상하고 에드가 엘런 포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세계적인 SF작가다. 한국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SF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 역사가 더 오래 됐고 독자층도 탄탄하다. 한국과의 문화적 차이도 물론 존재한다.

"한국의 SF도 점점 커질 거예요.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하는 사람과 그 이야기를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느 곳에서든 그 장르의 역사를 길어질 수 있으니까요."

한국보다 오랜 역사 가진 미국 SF, "가능성에 대해 흥미"에서 출발했다

나오미는 미국에서의 SF 전성기는 1960년대라고 꼽았다. 1930년대부터 시작된 SF는 30년간 수많은 작품이 나오며 당시 절정을 이뤘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SF보다 판타지 소설의 인기가 더 많은 상황이다.

"판타지와 SF가 비슷하게 분류되고 있지만 확실한 건 지금의 미국 독자들은 기술보다는 마법에 관한 이야기에 더 관심이 있다는 거예요."

물론 SF에 대한 꾸준한 수요는 존재한다. SF 팬들이 많기 때문에 기술적인 설명이 적은 소프트 SF뿐만 아니라 기술과 원리가 많이 포함된 하드 SF 역시 인기가 있다. 나오미는 영화화되기도 한 앤디 위어의 소설 '마션'을 대표적인 인기 하드 SF 작품으로 꼽았다. '마션'은 과학적인 설명과 함께 휴머니즘을 빼놓지 않은 것이 흥행의 비결이 됐다고 그는 분석했다.

미국이 이처럼 긴 SF 역사를 갖게 된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오미는 미국인들이 "가능성에 대한 흥미"가 SF를 찾게 만들었다고 본다. "미국 독자들은 오래전부터 과학과 미래에 많은 관심을 보였어요.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고요. SF는 원하는 세계와 원하지 않는 세계를 모두 보여주는 장르잖아요."

한국보다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비슷한 점도 있다. 순문학과 장르문학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다. 그는 오랜 기간 장르문학 작가로 활동하며 "순문학이 조금 더 '진짜 문학'이라는 시선"을 받아왔다.

"물론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요. 제 작품을 읽고 독자가 즐거웠다면 그걸로 만족하니까요."

SF지만 문화적 차이 존재해, 국가마다 다른 방식의 SF

미래 혹은 가상의 이야기를 쓰는 만큼 번역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각 나라마다 SF는 차이를 보인다. 나오미는 모든 작가의 작품은 문화적인 요소가 녹아있다고 믿는다. 그에게는 다른 문화권의 SF는 다른 맛이 있다.

"제 작품이 해외 출간될 때도 번역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미국 내 독자들을 대상으로 할 때는 고려하지 않았던 내용이 다른 나라 독자들에게는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번역가가 작품의 특정 내용을 바꾸거나 설명을 추가하는 것에 아주 열려있어요."

그는 '고양이 사진 좀 부탁해요'의 중국판을 출간할 때 "유타에 바가 많다"는 내용의 구절에 주석을 달아야 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유타는 종교적 이유로 금주하는 이들이 많은데 유타에 바가 많다는 건 역설적인 상황이자 농담이지만 중국 독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맥락이기 때문이다.

그도 다른 SF 작가들의 번역본을 즐겨 읽는다. 이번 작가축제 참여에 앞서 조예은 작가의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을 읽었는데 "섬뜩하고도 재밌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휴고상을 수상한 미국 SF작가 나오미 크리처가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9.28.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휴고상을 수상한 미국 SF작가 나오미 크리처가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9.28. [email protected]



지금 미국 SF 주류는 '제국의 멸망'과 '극한 생존', "현재 상황 반영한 결과"

나오미 작가가 생각하는 현재 미국 SF의 주요 테마는 "제국의 멸망"과 "극한 상황에서의 생존"이다. SF가 현재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미국인들이 지금의 나라 상황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저도 현재 미국의 상황에 대해 걱정하고 있어요. 기후위기도 염려되고요. 이 때문에 최근에는 생존에 대한 단편을 쓰고 있어요."

그에게 SF는 현재다. 시공간을 넘나들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서 현재 상황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이 장르의 큰 장점이다. 이 떄문에 앞으로의 SF는 "지난 몇 년간 우리가 겪었던 팬데믹에 관한 것"이 주를 이리라 예상한다.

"SF 작가들이 팬데믹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겠죠. 하지만 그 안에서 고립되거나 버텨내는 사람이 주를 이룰 거예요. SF는 그런 식이니까요. 물론 제 예상이 틀릴 수도 있지만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