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경고...아크람 칸 '정글북: 또 다른 세계'[강진아의 이 공연Pick]

[서울=뉴시스]현대무용가 아크람 칸의 '정글북: 또 다른 세계' 공연 사진. (사진=LG아트센터 서울/StudioAL 제공) 2022.11.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해수면이 상승하고 바다가 땅을 집어삼킨다. 사람들은 이를 피해 더 높은 곳을 찾아간다. 뗏목에 몸을 겨우 의지하던 한 소녀는 바다에 휩쓸리고, 홍수로 침수된 도시에 흘러 들어온다. 인간들이 버리고 떠난 이 땅은 동물들이 점령한 곳. 소녀를 우연히 발견한 늑대 무리는 경계하면서도 호기심을 갖고, 논쟁 끝에 모글리라는 이름을 붙인다.

지난 18~19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한 '정글북: 또 다른 세계'는 오는 23~24일 대전예술의전당을 찾는다. 지난 4월 영국에서 초연 후 유럽 전역을 투어하고 한국 무대로 날아온 세계적인 안무가 아크람 칸의 최신작이다.

어두컴컴한 조명 속, 무용수들의 몸짓은 아름답다. 양옆의 박스 더미 등 최소한의 세트 속에 오롯이 그들에게 집중하게 한다.

친숙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녹음된 내레이션에 맞춰 10명의 무용수들이 연기한다. 동물들의 특징을 잡아낸 생생한 움직임과 역동적인 군무는 탄성을 부른다. 날렵한 늑대 무리부터 모글리 곁을 지키는 표범 바기라와 곰 발루, 모글리를 납치하는 회색 원숭이까지 뛰어난 표현력이 몰입도를 높인다. 비단뱀 카를 여러 개의 박스로 표현한 아이디어도 눈에 띈다. 안무가 주된 무용극이지만, 한 편의 연극과 같다.

무대 앞뒤로 무용수들과 어우러지는 빼어난 영상은 이 작품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주요한 요소다. 기후 변화로 무너지는 도시부터 거대한 코끼리와 모글리가 교감하는 모습, 바닷속 고래와 깃털이 우수수 떨어지는 새 떼 등 애니메이션이 무대를 풍성하게 꾸민다. 하얀 선으로 그려지는 일러스트는 색이 없는, 황폐해진 시대의 분위기를 더한다.

익숙한 이야기 속에는 묵직한 동시대의 화두를 담았다. 해수면 상승 등 자연이 경고하고 있는 기후 위기로 시작하며 그 메시지를 또렷하게 드러낸다. 태고에 공존했던 인간과 자연의 관계엔 균열이 생겨났고, 인간에 의해 실험되고 유리 벽에 갇혔던 동물들은 여전히 악몽에 시달린다. 사냥꾼들의 쫓김에 동물들은 또다시 터전을 버려야 할 상황이다.

춤과 음악을 무기로 기후재앙에 대한 강력한 경고장을 전하지만 무대는 환상적이다. 무용수들의 강렬한 군무와 동화적인 영상이 계속 잔상에 남는다. 아크람 칸의 드라마틱한 '공연 마법'이다.

[서울=뉴시스]아크람 칸의 '정글북: 또 다른 세계' 공연 사진. (사진=LG아트센터 서울/Ambra Vernuccio 제공) 2022.11.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현대무용가 아크람 칸의 '정글북: 또 다른 세계' 공연 사진. (사진=LG아트센터 서울/Ambra Vernuccio 제공) 2022.11.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현대무용가 아크람 칸의 '정글북: 또 다른 세계' 공연 사진. (사진=LG아트센터 서울/Ambra Vernuccio 제공) 2022.11.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현대무용가 아크람 칸의 '정글북: 또 다른 세계' 공연 사진. (사진=LG아트센터 서울/StudioAL 제공) 2022.11.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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