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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외국인 150만 시대…'정치 활동하지 말고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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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4-05-25 06:00:00  |  수정 2016-12-28 12: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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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관리법 17조'…외국인 표현의 자유 침해  외국인도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야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최수지 인턴기자 = 서울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마이클(27·가명)은 지난해 12월17일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외국인 최초로 붙였다. 당시 국내 사회에 불었던 '안녕들' 열풍을 타고 외국인의 의견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이클은 직접 글을 쓰지 않았다. 필체를 학교 관계자가 추적한 뒤 자신에게 정치활동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마이클은 쓰고 싶은 내용을 한국인 친구에게 전했고, 친구가 대신 글을 썼다. 그의 대자보는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마이클은 정부초청외국인장학생으로 우리나라에 입국할 당시 '한국 내에서 어떠한 형태의 정치활동에도 참여하지 않는다(not to participate in any form of political activity)'는 내용이 포함된 서약서를 작성했다.

 서약서에서는 '정치활동'의 예시로 정당을 조직하거나 가입하는 행위뿐 아니라 정치적 시위에 참여하는 행위, 정치적 기사나 선언문을 발표하는 행위 등을 들었다.

 마이클은 이에 대해 "예전에도 정치 활동과 관련해 학교로부터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며 "정당활동과 같이 뚜렷한 정치 활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 이는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초청외국인장학생사업을 진행하는 국립국제교육원(NIIED) 관계자는 "서약서는 외국인 장학생들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소지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취지로 받는 것"이라며 "이는 출입국관리법 제17조에도 부합하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외국인 정치활동 금지 출입국관리법 제17조…'정치활동' 규정 모호

 25일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체류 외국인 숫자는 163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외국인등록법에 의해 보호받는 '등록 외국인'은 101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91일 이상 장기 체류 중인 외국인이며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땅에서 외국인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일은 기본적으로 금지돼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17조에는 '대한민국에 체류한 외국인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외국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법적으로 제한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외국인의 정치활동 허용 범위는 각 국가가 결정해야 할 개별적인 문제로 본다. 다만 1985년에 채택한 '외국인의 권리에 관한 유엔 총회 선언'에서는 "국가의 안보,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치지 아니하는 한 모든 외국인은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집회에 참석하거나 대자보를 작성하는 넓은 의미의 정치 활동마저 제한받는 상황이다. 지난 2005년 8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영주권을 받은 뒤 3년이 지난 19세 이상의 외국인'에게 선거권을 부여함으로써 외국인 참정권을 일부 허용한 것 빼고는 외국인의 정치활동을 대부분 금지하고 있다.

 황필규 공익변호사재단 '공감' 변호사는 "외국인도 헌법 상 기본권을 가진 주체로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받아야 한다"며 "출입국관리법 제17조는 이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항에서 언급한 '정치활동'이라는 말이 모호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정치활동의 범위를 명시하지 않아 기준 없이 적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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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제한되는 정치활동의 범위를 좁혀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정당 활동을 제한한다든지 대한민국의 안전이나 국익을 해치는 행위에 한해 금지하는 식으로 세세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안에 따라 제각각…'이중잣대'

 외국인의 정치 참여를 바라보는 이중잣대도 문제로 지적된다. 외국인 정치활동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이 특정 집회에 참가하는 것은 묵인하는 실정이다.

 성균관대 중국인 유학생 이이앙(25)은 "2년 전 재한 중국인 유학생들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반일 시위를 한 적이 있다. 누구도 이에 대해 제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국인 '안녕들' 대자보를 쓴 마이클은 "일본 대사관 앞에서 한 외국인 시위를 문제 삼지 않는 것은 정치활동의 성격에 따라 제한하는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04년에는 방글라데시 노동자를 반한(反韓) 단체로 규정하고 추방한 사례도 있다. 국가가 이주노동자를 강제 추방하는 데 반대하는 시위를 반한 활동으로 봤기 때문이다.

 황 변호사는 "경우에 따라서는 출입국관리법 제17조가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외국인에게 악용되기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의 정치적 목소리 보장하자…공감대 형성해야

 외국인들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려면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부가 국내 외국인의 정치활동을 막는 것은 자유주의 시대에 역행하는 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국내 정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외국인이 정치적 견해를 잘못 표방해 생길 수 있는 문제도 존재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외국인 정치참여를 제재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충분히 변화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한양대학교 방문학생 카와노 코타(23)는 "한국 내 외국인들이 정치적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정치적 활동이 보장받는 날도 올 거라고 생각한다"며 희망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정해성(26)씨는 "외국인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법률이 있는지는 전혀 몰랐다"며 "외국인도 우리 사회의 소수자로 간주하고 이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jh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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