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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하성광, 다들 왜 이 배우에게 난리인가…'조씨고아 복수의씨앗'

등록 2015.11.13 06:18:00수정 2016.12.28 15: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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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국립극단 제작, 연출 고선웅)'에서 정영 역을 맡은 중견 배우 하성광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뉴시스와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배우 하성광을 비롯해 장두이, 임홍식, 이영석, 유순웅, 조연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2015.11.11.  life@newsis.com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국립극단 제작, 연출 고선웅)'에서 정영 역을 맡은 중견 배우 하성광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뉴시스와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배우 하성광을 비롯해 장두이, 임홍식, 이영석, 유순웅, 조연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2015.11.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이깟게 뭐라고." 안타까운 부성애로 울부짖는 순간, 배우 하성광(45)은 무대 위에서 다시 태어났다. 왕후의 씨앗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자식이 죽는 것을 코앞에서 목격한 뒤 토해내는 한이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그는 고선웅(47) 연출과 국립극단의 협업작으로 지난 4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서 '정영' 역을 맡아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감사하다. 전혀 이럴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정영을 연습하고 연기한 지 두 달 남짓. 정영의 선하면서도 힘겹고, 이글거리는 눈빛을 한 그가 멋쩍어했다.  

 "정영을 보내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내가 한 건 별로 없다. 원본과 각색이 워낙 좋아 대본을 잘 읽기만 해도 됐다"며 겸손해했다. 블로그와 SNS 등에서 그의 연기에 대한 칭찬과 커튼콜 사진이 퍼지고 있지만 "내게는 전례가 없는 일이기는 한데 작품의 성과다. 작품이 좋아서 그렇지"라며 거듭 공을 돌렸다.  

 각색의 귀재로 정평 난 고선웅이 중국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조씨고아(趙氏孤兒)'를 각색·연출했다. 사마천의 '사기'에 수록된 춘추시대의 역사적 사건을 중국 원나라 때의 작가 기군상이 연극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국립극단 제작, 연출 고선웅)'에서 정영 역을 맡은 중견 배우 하성광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뉴시스와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배우 하성광을 비롯해 장두이, 임홍식, 이영석, 유순웅, 조연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2015.11.11.  life@newsis.com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국립극단 제작, 연출 고선웅)'에서 정영 역을 맡은 중견 배우 하성광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뉴시스와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배우 하성광을 비롯해 장두이, 임홍식, 이영석, 유순웅, 조연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2015.11.11.  [email protected]

조씨 가문 300명이 멸족되는 재앙 속에서 가문의 마지막 핏줄인 조삭의 아들 '조씨 고아'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자녀까지 희생시키게 되는 비운의 필부 정영이 중심축이다.

 권력을 위해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는 장본인이자, 조씨 가문과 자신의 씨앗을 없앤 '도안고'에게 복수하기 위해 20년을 초췌한 얼굴로 기다린다. 하지만 그 순간이 왔음에도 복수의 허무함에 정영은 고개를 떨군다.  

 하성광이 해석한 정영은 촌부(村夫), 즉 보통 아버지다. "특별한 사람 같지 않은 그런 인물"이라며 눈을 빛냈다.  중학교 2학년 딸,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아버지이기도 하다.

 "(아기를) 인형 소품으로 대신하는데 그를 도안고가 땅바닥으로 내려칠 때 너무 아프다. 그걸 가게에서 사 왔다는 것을 아는데도, 패대기쳐질 때 연습실에서부터 (감정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더라. 배우는 감성과 이성에 각각 양발을 딛고 있어야 하는데 계속 감정적으로 가니까…. 실제로는 좋은 아빠가 되려고 애쓰기만 하는 아빠다."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국립극단 제작, 연출 고선웅)'에서 정영 역을 맡은 중견 배우 하성광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뉴시스와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배우 하성광을 비롯해 장두이, 임홍식, 이영석, 유순웅, 조연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2015.11.11.  life@newsis.com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국립극단 제작, 연출 고선웅)'에서 정영 역을 맡은 중견 배우 하성광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뉴시스와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배우 하성광을 비롯해 장두이, 임홍식, 이영석, 유순웅, 조연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2015.11.11.  [email protected]

 이번 주말 두 자녀가 공연을 보러온다며 함박웃음을 지은 하성광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딸아이는 인터넷에서 아빠 관련 소식을 찾아보기도 하는데 미안하다. 예전 아빠 친구들(함께 극단 골목길에서 활동한 윤제문 등)은 '런닝맨'에도 나오고 하는데. (웃음) 그래도 계속 응원해주니 미안하고 고맙고 그렇다."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도 생각났다. "당시 출연하던 작품의 마지막 공연을 6일 남겨놓고 돌아가셨다. '일주일 뒤면 끝나니 그 때 찾아뵐게요'라고 했는데.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러닝타임 160분(휴식 15분 포함) 동안 감정을 계속 최고조로 끌어올려야 하는 정영인만큼, 감정뿐 아니라 체력 소비도 심할 듯하다. "진이 다 빠진다"면서도 "다른 걸로 채워지더라. 육체적으로는 정말 힘든데 광대의 즐거움이라고 할까, 광대의 신명이라고 할까. 절로 기운이 난다."  

 1막에서 20년이 흐른 설정의 2막. 하얀 분칠을 하고 늙은이가 된 정영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특히 초반 조씨고아에게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과하게 토해내지 않으면서 다 쏟아내야 하는 장면에서 절정에 달한다.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국립극단 제작, 연출 고선웅)'에서 정영 역을 맡은 중견 배우 하성광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뉴시스와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배우 하성광을 비롯해 장두이, 임홍식, 이영석, 유순웅, 조연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2015.11.11.  life@newsis.com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국립극단 제작, 연출 고선웅)'에서 정영 역을 맡은 중견 배우 하성광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뉴시스와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배우 하성광을 비롯해 장두이, 임홍식, 이영석, 유순웅, 조연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2015.11.11.  [email protected]

 "1막은 밖으로 나오는 에너지가 많다면, 2막은 눙쳐서 끌어안는 에너지가 많다. 하지만 1막에서 치렀던 것들을 잘 가지고 있으면 2막에서 잘 채울 수 있다. 넘치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어렵긴 하다."

 연극 '푸르른 날에', 뮤지컬 '아리랑' 등을 통해 스타연출가로 거듭난 고선웅과는 삶과 죽음의 기묘함을 다룬 연극 '인어도시'로 2005년과 2010년 호흡을 맞춘 지 5년 만에 다시 만났다. 작품 수로는 이번까지 고작 2번째지만 호흡은 척척이다. "'인어도시' 때는 형 마음에 안 든 것도 있었을 텐데 이번에는 무엇보다 형의 요구대로 따르리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좋아하는 형이다."

 지난해부터 국립극단과도 연달아 호흡을 맞추고 있다. 작년 '삼국유사 연극만발-남산에서 길을 잃다'를 시작으로 '더 파워'를 거쳐 이번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까지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작업은 다른 극단과 비슷하지만, 극장이 무엇보다 훌륭하고 배우들을 도와주는 분들의 시스템이 참 좋다"며 흡족해했다.  

 군대 전역 뒤 제대로 연극을 시작한 건 1995년. 그 때 누구나 그러했듯 연극 포스터를 붙이면서 연극 무대에 오른 그는 박근형 연출이 이끄는 극단 골목길 출신이다. 윤제문, 고수희, 박해일 등 충무로를 주름잡고 있는 스타배우들의 산실이기도 하다. 역시 굵직한 작품과 배우들을 배출한 한양레퍼토리 작품에도 출연했다.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국립극단 제작, 연출 고선웅)'에서 정영 역을 맡은 중견 배우 하성광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뉴시스와인터뷰에 앞서 대본을 살피고 있다.  배우 하성광을 비롯해 장두이, 임홍식, 이영석, 유순웅, 조연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2015.11.11.  life@newsis.com

【서울=뉴시스】김동민 기자 =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국립극단 제작, 연출 고선웅)'에서 정영 역을 맡은 중견 배우 하성광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뉴시스와인터뷰에 앞서 대본을 살피고 있다.  배우 하성광을 비롯해 장두이, 임홍식, 이영석, 유순웅, 조연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2015.11.11.  [email protected]

 연기를 좋아한만큼 "이 길이 옳은가, 맞는 건가 등의 의심을 한 적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부족한데 계속 엉겨 붙어서 온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무조건 돈벌이하면서 사는 것보다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미소지었다.

 2006년 서울연극제에서 연기상(극단 76단 '리어왕')을 받은 것이 분기점이다. "당시 연출한테 연기를 못한다고 엄청 혼났다. 심하게 혼나면서 '난 배우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연출 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에 누가 되니까. 그런데 공연을 끝나고 큰 상을 받았다. 그 때 혼자서 '배우의 길을 가라는 것이냐, 말라는 것이냐'라고 고민을 많이 했지. 하하. 이후 꾸역꾸역 온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안무가 정영두와 작업한 작품 '덫-햄릿에 대한 명상'과 영화 '이웃집 좀비' '헬로우 고스트' '타짜2' '슬로우 비디오'에 나오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있기도 하다. 사람 좋기로 이름 난 사람들과 작업한 공통점이 있다. "좋은 사람이 좋은 극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어떤 걸 만드느냐보다, 누가 무엇을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 누가 연출이고, 누가 작가인지를 보는 거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본 관객들이 그저 '공연장을 나가면서 부모에게 전화 한 통화 드렸으면 더 바랄 게 없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다시 지었다. 어느새 하성광은 정영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22일까지. 2만~5만원. 국립극단.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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