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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극 '겨울이야기' 박완규, 연기로 관객을 설득한다는 것

등록 2016.01.24 06:49:00수정 2016.12.28 16: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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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립극단이 영국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400주기를 맞아 헝가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49)와 손잡고 선보인 로맨스극 '겨울 이야기'는 리듬감과 함께 과감한 압축미가 돋보인다.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립극단이 영국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400주기를 맞아 헝가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49)와 손잡고 선보인 로맨스극 '겨울 이야기'는 리듬감과 함께 과감한 압축미가 돋보인다.

 자칫 배우가 인물의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주기 버거울 수 있다. 알폴디가 장면에서 끌어내는 순간적인 힘과 더불어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가 이 같은 우려를 씻어준다.

 보헤미아의 왕인 '폴릭세네스' 역의 박완규(39)에게도 마땅한 공을 돌려야 한다. 폴릭세네스는 고도의 연기력이 필요한 캐릭터다. 갈등의 중심축을 맴돌기 때문에 긴장과 이완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나가야 한다.

 시칠리아의 왕 레온테스의 광기는 이유를 찾기 힘들다. 아내  헤르미오네가 자신의 친구인 폴릭세네스와 사랑에 빠졌다고 갑자기 착각할 때 폴릭세네스가 여지를 준 것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24일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는 박완규는 "초반에 레온테스, 헤르미오네와 함께 밥을 먹을 때 조금 더 분위기를 즐겨야 한다. 조금 더 왕비와 대화를 하려고 했지. 그것과 반대로 레온테스가 질투하는 것에 타당성이 생기게 만들면 안 된다. 그 중간 선을 지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립극단이 영국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400주기를 맞아 헝가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49)와 손잡고 선보인 로맨스극 '겨울 이야기'는 리듬감과 함께 과감한 압축미가 돋보인다.  realpaper7@newsis.com

 폴릭세네스는 박완규의 신사적이고 멋쟁이적인 면모를 새삼 발견케 한다. 차분하고 현명하다. 그러나 2부 속 아들 '플로리젤' 앞에서는 빈틈을 보인다. 그가 양치기 딸 '페르디타'와 사랑에 빠지기 때문이다. 막판 그녀가 레온테스의 딸로 밝혀지면서 극은 화해와 행복으로 결말을 맺지만 그 전까지 폴릭세네스는 전전긍긍하고 화를 낼 수밖에 없다.  

 "왕으로서 권위를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은 확실히 방향을 그렇게 잡았다. 아들 앞에서는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더 부각시켰다. 그렇지 않으면, 아들을 때리고 겁을 막는 장면에서 전혀 인간적인 모습이 느껴지지 않았겠지. 권위 있는 왕도 아버지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1막 레온테스와 즐겁게 식사하는 장면에서는 어릴 때 친구들을 만나면 똑같은 애들이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박완규는 어떤 캐릭터이든 여백을 둔다. 그 여백은 비어 있는 부분이 아니다. 수시로 캐릭터에게 설득력을 부어넣을 수 있는 주입구다. '안티고네'에서 권력의 광기에 휩싸인 크레온 왕, '줄리어스 시저'에서 열등감에 휩싸인 카시어스, '우리는 영원한 챔피언'에서 술에 의존하는 톰 데일리,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에서 당수도 고수인 황백호 등이 그랬다.  

 "상황에서 캐릭터를 만들려고 한다. 왕이라고 해서 왕처럼 연기하는 것에만 매달리지 않으려 한다. 시선, 관점, 관계, 대사 등이 합쳐져 그 캐릭터를 왕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배고픈 연기를 한다고 할 때 허겁지겁 먹는 것이 다가 아니다. 다른 인물과 대화를 하는 중에도 음식에 시선이 가도록 해야지. 상황 속에서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립극단이 영국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400주기를 맞아 헝가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49)와 손잡고 선보인 로맨스극 '겨울 이야기'는 리듬감과 함께 과감한 압축미가 돋보인다.  realpaper7@newsis.com

 악랄했지만 찬사를 받았던 크레온 왕이 대표적이다. "악에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판단할 때 그 이유가 악이라 생각할 수 있어도 아무런 이유 없이 폭행하고, 이간질한다고 느끼면 안 된다."

 셰익스피어 400주기를 앞두고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줄리어스 시저', 이번에 '겨울이야기'까지, 여러 번 셰익스피어를 연기했다. 하지만 전형적인 그 무엇은 아니었다. 박완규는 연기 전공자가 아니다. "셰익스피어뿐 아니라 안톤 체홉, 테네시 윌리엄스 등 연극계 고전은 내게는 다 처음이었다. 다른 해석이라기보다는 내가 이해하는 만큼 해석을 하는 거지."

 2001년 극단 백수광부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박완규는 2010년 말 세 개의 주요 연극상인 히서연극상의 '기대되는 연극인상', 대한민국 연극대상의 '남자신인연기상', 동아연극상의 유인촌신인연기상을 휩쓸며 단숨에 대학로의 주축 연극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두산아트센터의 '잠 못드는 밤은 없다', 백수광부의 '안티고네', 극단 골목길의 '아침드라마'로 호평을 받았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립극단이 영국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400주기를 맞아 헝가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49)와 손잡고 선보인 로맨스극 '겨울 이야기'는 리듬감과 함께 과감한 압축미가 돋보인다.  realpaper7@newsis.com

 좋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운이고, 상을 받은 것도 운이라며 감사한다고 고개를 숙인 박완규는 올해 국립극단 시즌단원으로 활약한다. '겨울이야기' 이후 1996년 발표된 작가 이근삼의 대표작인 '국물있사옵니다'(4월 백성희장민호극장·연출 서충식), 2014년 '리처드 2세'로 셰익스피어의 진수를 선사했던 펠릭스 알렉사가 연출하는 안톤 체홉의 '갈매기'(6월 명동예술극장)가 예정됐다.

 박완규는 "국립극단은 스케줄 관리가 잘 돼 있다"며 "나를 포함한 시즌단원들 모두 국립극단을 대표하는 작품의 대표 배우로 활약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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