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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폭스 백신 있어도 고위험군 접종 소극적…이유는?

등록 2023.04.20 06:00:00수정 2023.04.20 07: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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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5000명분 확보, 접종은 120여 명에 불과

"인권 보호·낙인 예방…선제 접종은 추가 검토"

[세종=뉴시스]엠폭스 감염자의 피부에 나타난 병변의 사진. (자료=울산시 제공) 2023.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엠폭스 감염자의 피부에 나타난 병변의 사진. (자료=울산시 제공) 2023.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지역사회 확진자가 늘어남에 따라 고위험군의 주변인을 대상으로 백신을 선제 접종하는 '포위접종'(ring-vaccination)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적극적인 접종이 이뤄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 당국은 밀접접촉자 등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면서도 포위접종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 엠폭스 예방을 위한 3세대 두창 백신 진네오스(JYNNEOS) 5000명분(1만 도즈)이 도입됐지만 지난 10일까지 접종한 사람은 126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125명은 치료병상 의료진과 역학조사관, 실험실 요원 등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접종한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바이러스 노출 후 접종자는 4번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사람이다.

우리 방역 당국은 엠폭스 환자를 진료할 가능성이 많은 의료진이나 엠폭스 환자와 접촉을 한 사람, 즉 중위험군 이상의 접촉자들에 대해서 백신 접종을 안내 및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엠폭스 유행을 먼저 경험한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선제적인 포위접종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포위접종(ring vaccination)은 지역사회에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발병지역이나 감염자 주변 가족과 이웃, 친구 등을 선제적으로 접종하는 전략을 말한다. 바이러스 확산 및 감염 위험이 높은 곳에 예방접종으로 보호 고리를 만들어 감염병이 확산하는 것을 막는 방식이다.

지난 7일 이후 확진된 13명 중 대부분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익명으로 감염원과 밀접접촉한 것으로 나타나 역학조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선제적인 접종 보다 적극적인 감염 예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선제적인 포위접종을 실시할 경우 백신 접종자들의 신상이 드러나는 등 사회적 낙인 효과가 강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엠폭스 백신 접종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아진다면 의심증상이 있거나 밀접접촉을 했더라도 진단검사를 받지 않는 '숨은 감염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임숙영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인권 보호 또는 낙인 예방 측면에서 (선제적 접종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엠폭스 백신인 진네오스는 덴마크 바바리안 노드릭사가 개발했으며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28일 간격으로 2회 접종을 해야 한다. 1회 접종만으로도 예방 효과는 약 78~79% 정도로 알려졌다.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특수 바늘 '분지침'으로 피부를 15번 찌르는 생백신 형태였던 2세대 백신과 달리 3세대 백신은 일반적인 피하주사 방식이고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전날 기준 국내 누적 엠폭스 확진자는 18명으로 이 중 13명은 지난 7일 이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날 충북에서도 의심환자 3명이 발생해 진단 검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추가 환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발생 지역도 최소 6개 이상의 시·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임 단장은 "(엠폭스는) 코로나19처럼 위험도가 높은 감염병은 아니지만 감염을 숨기려고 할 경우에는 확산의 우려가 있다"며 "엠폭스 의심증상자들의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심증상자들이 사회적인 낙인에 대한 우려로 진료와 신고를 기피하지 않도록 개인정보보호에 우리 사회 전체의 배려를 해 달라"면서 "엠폭스는 현 방역대응 역량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다. 과도한 불안감을 갖기보다는 예방수칙 준수와 의심증상 발생 시에 신속하게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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