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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IT] 네이버는 왜 '중고거래'에 꽂혔을까

등록 2023.01.24 09:10:00수정 2023.01.24 10: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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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포시마크' 인수에 C2C 시장 성장 잠재성 주목

당근마켓·번개장터·중고나라 이어 커머스 업계도 눈독

해외에서는 이미 시장 활성화…네이버, 북미 1위 플랫폼 인수

'아마존'과 같은 강자 없는 시장서 1위 선점 목표

유럽·일본·싱가포르 등 C2C 투자…'커뮤니티 커머스' 넥스트 커머스로 주목

포시마크 피드 이미지. 상단에 라이브 비디오 클립 '포시 스토리'가 배치돼있고 아래에는 기자가 관심있는 브랜드로 선택한 '룰루레몬' 제품들이 추천되고 있다. 하단에는 라이브 커머스 '포시 쇼'(사진=포시마크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포시마크 피드 이미지. 상단에 라이브 비디오 클립 '포시 스토리'가 배치돼있고 아래에는 기자가 관심있는 브랜드로 선택한 '룰루레몬' 제품들이 추천되고 있다. 하단에는 라이브 커머스 '포시 쇼'(사진=포시마크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캘러웨이 골프채 싸게 팝니다“
“혹시...당근?


물건 사거나 팔고 싶을 때 ‘당근마켓’ 앱에 한 번 쯤은 들어가보셨을 겁니다. 바야흐로 중고거래의 시대입니다. 단순한 중고품 거래를 넘어 명품·한정판 리셀 열풍, 빈티지 감성 인기 등에 힘입어 중고거래 시장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지난 2021년 24조원으로 6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2025년 중고거래 시장 규모를 최대 43조원 규모로 예상했습니다.

국내에서는 3대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가 몸집을 불리며 시장을 키우고 있습니다. 롯데쇼핑은 사모펀드와 함께 국내 최장수 중고 커뮤니티인 중고나라의 지분 93.9%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취향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820억원 규모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최근에는 중고로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한 용도 뿐 아니라 명품 소비와 한정판 리셀도 중고거래가 대세입니다. 무신사는 한정판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에 대규모 투자를, 네이버는 한정판 리셀 플랫폼 ‘크림’에 500억원을 출자했습니다.

명품이나 럭셔리 브랜드 위주로 판매해왔던 백화점들도 중고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신촌점 유플렉스관 4층 전체를 중고 상품 전문관인 ‘세컨드 부티크’로 새로 단장했습니다.

중고 거래 열풍은 MZ세대 소비 변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중시하는 이 세대는 중고 상품을 팔거나 구매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적습니다. 필요하면 사고, 또 필요한 사람에게 되파는 게 익숙합니다. 또 명품, 한정판을 중심으로 리셀 열풍이 일면서 중고거래 대중화에 가속이 붙었죠.

중고 거래는 더 이상 '한물간' 상품을 사는 행위가 아니라  ‘상품가치가 있는’, ‘잔존가가 인정되는’, ‘희소성 있는’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 형태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포착하기 쉬운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한정된 소득과 소비 트렌드의 불균형을 중고 거래로 해소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우리의 소득 증가는 한정적인데, 취향은 세분화 및 고급화되고 있고, 제조사들은 새로운 제품을 더 빠르게 선보이면서 적게 생산하고 있으니까요.

해외에서는 이런 중고 거래가 새로운 소비형태가 아닙니다. 이미 중고 거래가 보편화됐고, 우리나라 대비 중고 의류 거래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스레드업의 리세일 리포트 2022에 따르면 MZ세대의 62%가 새로운 물품을 구입하기 전에 중고 거래 물품을 살펴본다고 응답했고, 이베이가 발표한 리커머스리포트 2022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중고 판매자 중 32%가 Z세대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스레드업 리세일 리포트 2022 *재판매 및 DB 금지

스레드업 리세일 리포트 2022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러한 글로벌 중고거래 시장 추세에 일찌감치 주목한 기업 중 하나가 네이버입니다. 네이버는 지난 6일 1조6000억원을 들여 미국 최대 패션 C2C 플랫폼 ‘포시마크’ 지분 100% 인수를 완료했죠. 창사 이래 최대 딜로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포시마크는 개인이 새로운 상품이나 중고 의류, 신발 등을 지역 단위의 소셜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사고 팔 수 있는 중고거래 서비스로, ‘패션’ 품목에 특화됐습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커뮤니티 기능에 마켓 플레이스, 커머스 기능이 결합한 것이 특징입니다. 현재 북미에서는 포시마크, 스레드업, 머카리, 더리얼리얼 등이 중고거래 시장에서 '톱4'를 구성하고 있고, 이 가운데 1위는 포시마크입니다.

당초 네이버가 2조원이 넘는 금액으로 포시마크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너무 비싸게 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증권가에서 제기됐었죠. 하지만 포시마크 매출 규모가 디팝의 5배인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싸게 인수한 셈입니다. 

디팝은 유럽에서 인기 있는 중고거래 플랫폼입니다. 디팝 역시 포시마크처럼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접목했고 이 덕에 활성 사용자 90%가 26세 미만으로 Z세대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하네요. 미국 온라인 패션 리세일러 '엣시'가 약 16억3000만달러(당시 환율 1조8116억원)에 인수했을 정도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습니다.

네이버는 글로벌 중고거래 시장에 아직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이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아 '강자'가 없고, 잠재적 성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재빠르게 이 분야에 특화해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왔습니다.

2021년 2월 네이버는 스페인 1위 리셀 플랫폼(re-sell) '왈라팝'에 155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최근 추가 투자를 통해 최대 주주로 등극했습니다. 프랑스의 명품 리셀 플랫폼 '베스티에르콜렉티브', 싱가포르 중고거래 플랫폼 '캐러셀'에도 투자했죠. 또한 국내에서는 한정판 상품 거래를 지원하는 '크림'을, 일본에서는 '빈티지시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C2C 사업 영역이 이토록 넓은 것은 네이버 말고는 없습니다. 그만큼 'C2C'에 전사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또 C2C 플랫폼은 취향을 발굴하고 상품을 추천해줄 수 있는 고도화된 기술이 핵심인데, 네이버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라이브커머스 기술이 생태계를 넓힐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시장이 초창기인 만큼 흑자를 내는 곳은 아직 없는 데다 새로운 사업자 진출도 많아 언제 판도가 바뀔지 모릅니다. 포시마크도 적자를 기록 중인데요. 내년부터 네이버 기술 '스마트렌즈', 라이브 커머스 등을 접목해 빠르게 커뮤니티와 재거래를 늘려 흑자전환에 성공하겠단 목표입니다. 네이버와 시너지로 향후 3년간 연평균 20% 이상의 매출액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는 계획도 제시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네이버는 '커뮤니티 커머스'라는 새로운 리테일 형식을 주도하겠다는 포부입니다. MZ세대가 주 사용자라는 점에서도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글로벌 C2C 플레이어로 도약한만큼 지역별로, 또 네이버의 다양한 사업들과 어떤 시너지를 창출할지도 기대를 모으는 대목입니다. 네이버의 'C2C 올인 행보'가 몇 년 뒤 '선구안'이 인정 받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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