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코로나 시작 우한에서 보낸 한 달 남짓의 기록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
[서울=뉴시스]'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 (사진 = 원더박스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지난해 12월30일, 원인 불명의 신종 폐렴이 중국 우한에서 발견된다. 코로나19 사태의 시작이었다. 이 병은 중국 전역을 비롯한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지난 1월10일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같은 달 23일 진원지인 우한은 전격 봉쇄된다.
"난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하고, 그렇게 봉쇄를 깨야 한다."
우연찮게도 코로나19가 발생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우한으로 이사한 페미니스트 '궈징'이 있었다. 그는 봉쇄된 우한에서, 봉쇄가 풀린 올 3월1일까지 39일 동안 누리소통망(SNS)에 일기를 썼다. 그의 일기들은 200만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세계 언론에 소개되며 봉쇄된 우한의 현실을 전하는 창구가 되기도, 우한 지역민들과 세계의 연대를 넓히는 교두보가 되기도 했다.
이 일기들이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라는 제목으로 엮여 출간됐다.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은 강한 죄책감을 불러왔다. (중략) 봉쇄된 이 도시에서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일종의 특권이었다. 계속 글을 쓰는 건 내가 사회에 공헌하는 하나의 방식이었다. 나는 내가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내가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려고 온 힘을 다해 노력했다."
궈징은 1인 가구주이자 서른 살, 여성으로서, 지인 한 명 없는 우한에서 이방인으로서,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했다.
고립감을 이겨내고 정보를 모으기 위해 매일 밤 친구들과 화상 채팅을 하고 아프지 않기 위해 식사를 꼬박 챙겨먹었다. 틈틈이 산책을 나가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러한 일상은 물론 봉쇄된 도시에서 관찰하고 겪은 비상식적인 풍경까지 담았다.
장을 보러 나갔다가 사람들이 매대 위의 상품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모습, 거기에서 느낀 무서움. 거리를 거닐 때 빨간 교통 신호등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멈춰섰다가 이내 곧 길에 차가 아예 없음을 깨닫고는 걸음을 이어갔던 일, 봉쇄 이후 요일 개념이 사라지고 오직 '오늘'과 '내일'로 살아왔던 일 등이 그 예다.
여성학자이자 평화학자인 정희진은 저자의 일기에 대해 "팬데믹 시대에는 국가의 역할, 개인의 자유, 경제 활동, 봉쇄와 방역의 조건, 극도로 성별화되고 계급화된 '집'의 의미, 정치 지도자나 자본가들이 결정할 수밖에 없는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 등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의 전환이 요청된다. 이 책은 그 논의의 출발점으로 모범을 보인다"고 말했다.
저자의 경험들은 전염병이 불러온 공포의 단편은 물론 그 공포 속에서 드러난 인간이란 존재가 행할 수 있는 공포까지 조명한다. 이러한 현상들에 대한 저자의 기록들은 독자에게도 철학적 고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디 옮김, 328쪽, 원더박스, 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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