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유료방송 산업의 위기…'코드커터' 이어 '코드네버' 시대 온다

등록 2023.09.04 17:3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저출산·초고령화가 코드네버 주류 시기 늦추지만 산업 활력 떨어져"

"OTT 확산으로 지역적 국경 한계 넘어…韓 지속가능 어려워"

[서울=뉴시스] 케이블TV방송협회 주최로 열린 '글로벌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곽동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가운데)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진=KCT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케이블TV방송협회 주최로 열린 '글로벌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곽동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가운데)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진=KCT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낮은 요금과 초고속인터넷 결합판매 영향으로 '코드커터Cord-cutter; 유료방송 해지)' 현상이 낮게 나타나고 있지만 1인가구 증가와 결혼율 하락세를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전망이 밝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가운데 유료방송 산업의 핵심 재원에도 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시장 통합적 관점에서의 산업 전략 준비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5일 케이블TV방송협회 주최로 열린 '글로벌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토론자로 나선 곽동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코드네버가 주류가 되는 시점 또는 코드커터가 다수가 되는 시점에서는 기존 산업구조 유지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드네버(Cord-Never)는 유료방송 이용을 해지하는 코드커터를 넘어 유료방송 서비스를 한번도 이용해 보지 않은 것을 말한다.

곽 연구위원은 "어릴수록 TV를 덜 보고 유료방송 가입률도 낮게 나타난다"며 "이 가운데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은 결합상품 구매 유인이 낮아 유료방송 가입률이 낮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 증가는 결혼율 하락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결국 결합상품 구조에 의존하는 유료방송에 있어서는 장기적으로 매출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

곽 연구위원은 "한국의 기록적인 저출산과 초고속 노령화는 코드네버가 주류가 되거나 코드커터가 다수가 되는 시점을 늦추는 기제가 되겠지만 방송영상산업 속성상 산업의 활력을 낮추는 부정적 요소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송영상산업이 OTT 환경의 확산으로 이미 지역적으로는 국경의 한계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늙은 한국의 에너지로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교수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연령대별 미디어 이용률은 50대 이상이 돼야 TV가 가장 높다. 20~40대는 인터넷포털 이용률이 가장 높다.

20대에서는 TV가 인터넷포털(96.9%), 메신저(93.6%), 온라인동영상플랫폼(86.1%), SNS(72.1%) 다음인 68.7%로로 가장 낮다.

30~40대에서는 TV가 각각 83.5%, 89.9%로 3위다. 50~70대에서는 TV 이용률이 94.3~96.8%로 이용률이 가장 높다.

이 교수는 오픈서베이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트렌드 리포트를 인용, "20~40대에서는 다수의 OTT 구독 경험을 갖고 있다"며 "추후 OTT가 콘텐츠 접속의 주요(First) 스크린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료방송 핵심 재원도 위기…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

위기는 성장 정체 뿐만이 아니라 유료방송은 핵심 재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최악의 경우 일부 받지 못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교수는 "유료방송 산업의 핵심 재원에 위기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유료방송 채널에 입점한 홈쇼핑이 이에 대한 수수료를 내는 것이다. 일반 프로그램과 달리 실시간 방송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수익을 내는 구조라 유료방송에 수수료를 낸다.

IPTV의 경우 매출 중 홈쇼핑 송출수수료(T커머스 포함) 매출 비중이 2018년 20%를 돌파한 이후 계속 증가하다 지난해 30%를 넘었다. 지난해 IPTV 매출 중 홈쇼핑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0.2%다.

케이블TV의 경우 의존도가 더 높다. 지난해 기준 41.9%다.

문제는 홈쇼핑 T-커머스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올 1분기 홈쇼핑 상위 4사(현대·CJ·GS·롯데)의 영업이익(71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32.4% 급감했다. 매출액(11조1033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9%에서 올해 6.4%로 줄었다.

T커머스 상위 3사(SK스토아·KT알파·신세계라이브쇼핑)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한 2151억원이다. 이 중 SK스토아와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적자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자 홈쇼핑은 송출수수료 인하를 앞세워 '블랙아웃(채널 송출 중단)'이라는 초강수도 불사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공지사항을 통해 케이블TV 사업자 딜라이브 강남케이블티브이와 방송 송출 계약이 종료됐다고 안내했다. 이에 따라 10월1일 자정부터 해당 지역 딜라이브에서는 롯데홈쇼핑을 송출하지 않는다.

이뿐 아니라 현대홈쇼핑과 CJ온스타일도 LG헬로비전을 상대로 송출 중단을 진행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홈쇼핑의 경우 장기적으로도 전망이 밝지 않다. 세대가 젊어질수록 TV홈쇼핑을 이용하는 비중이 낮다. KISDI의 'MZ세대 미디어 이용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이용에 있어 세대가 낮아질수록 TV홈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다.

TV홈쇼핑 이용률이 가장 높은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다. 이들은 TV홈쇼핑이 39.5%로 가장 높고 다음이 온라인쇼핑몰(31.1%)이다. 다음으로 X세대는 42.8%, 밀레니얼 29.8%, Z세대 7.3%다. 베이비붐 세대를 제외한 이하 세대에서는 온라인쇼핑몰 이용률이 가장 높았다.

X세대는 대략 1965~1980년에 태어난 세대다. 베이비붐 세대는 X세대 이전, 밀레니얼은 1980~1996년생, Z세대는 1996년 이후에 태어난 이들을 말한다.

이 교수는 "MZ세대의 낮은 TV홈쇼핑 이용률을 고려할 때, 홈쇼핑 송출수수료의 위기는 사실상 시간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