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백조' B-1B 랜서 韓전개…정밀폭격훈련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부드러운 겉모습과 달리 위력적인 폭격 능력을 지녀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군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 1대가 22일 한반도에 전개됐다. B-1B가 공식적으로 한반도에 전개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만이다.
국방부는 이날 "우리 공군은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와 한·미 공군연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한미 공군은 유사시 B-1B를 한반도에 전개하는 절차와 연합 편대 비행을 숙달했다. 아울러 모의 사격훈련도 실시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1B는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에서 일본 항공자위대 F-15J 전투기와 연합훈련을 먼저 실시했다.
우리 공군은 일본 영공을 떠나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진입하는 B-1B 1대를 호위하기 위해 대구와 서산 기지에서 각각 F-15K 전투기 2대와 KF-16 전투기 2대가 출격했다.
우리 공군 전투기의 호위를 받은 B-1B 편대는 전북의 한 사격장에서 모의 사격 훈련을 벌였다. B-1B 1대는 연합훈련 직후 괌 앤더슨 기지로 복귀했다.
미군 전략무기인 B-1B의 폭격 훈련 사실을 한미가 공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점증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억제를 위해 한미가 훈련사실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훈련은 사격장에 설치된 표적을 B-1B가 정밀 타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 군산 근처의 사격장 인근을 선회비행한 뒤 몇 차례 사격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사일 앞부분의 탄두 부분만 시멘트로 채우는 '더미(가짜)' 탄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방부는 "이번 훈련을 통해 한미 공군은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동맹의 강력한 억제력을 과시했다"며 "한미 전력의 상호운용성과 연합전술능력을 향상시키고 유사시 신속대응전력의 전개 능력을 숙달했다"고 평가했다.
최대 속도가 음속의 1.2배(시속 1,335㎞)에 달하는 B-1B는 B-52 폭격기 보다 빠르다. 유사시 괌의 앤더슨 미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한반도 상공까지 2시간 만에 도달할 수 있다.
B-1B는 길이 44.5m, 날개 폭 42m, 최대 비행 속도 마하 1.25, 최대항속거리 1만1,998㎞를 갖췄다. 한 번에 2,000파운드(약 900㎏)급 합동정밀직격탄(JDAM) 24발과 500파운드(약 226㎏)급 재래식 폭탄 84발, 공대지 정밀유도폭탄 20~30발 등 최대 56t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
미군은 북한이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B-1B를 전개시킨 바 있다. 당시 B-1B는 남북 군사분계선(MDL)에 인근까지 초근접 비행하며 강력한 무력시위를 벌였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5일 "미제는 괌도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륙시킨 핵전략폭격기 B-1B 편대를 남조선 상동사격장 상공에 은밀히 끌어들여 약 1시간 동안이나 우리의 주요 대상물들을 선제타격하기 위한 핵폭탄 투하연습을 감행했다"며 "임의의 시각에 징벌할 것"이라고 강력 반발한 바 있다.
한미는 이번에도 북한이 민감해 하는 B-1B를 전개시켜 대북 억제력을 확인코자 했지만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B-1B가 사격훈련을 하던 시각 강원도 원산 갈마비행장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 발사를 시도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북한이 이날 오전 강원도 원산 비행장 일대에서 미사일 1발을 발사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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