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獨 총선 후 유로화 하락···메르켈 'EU 경제 지도력' 타격 우려

등록 2017.09.25 11:24:5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베를린=AP/뉴시스】 24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거에서 4연임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가운데) 총리가 독일 베를린에서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웃고 있다. 2017.09.25.

【베를린=AP/뉴시스】 24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거에서 4연임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가운데) 총리가 독일 베를린에서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웃고 있다. 2017.09.25.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앙켈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총선에서 4연임에 성공했지만 출구조사 결과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의 득표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정국운영에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날 “유럽경제의 발전소(Europe’s economic powerhouse)” 역할을 해온 독일이 이번 총선결과로 인해 유럽연합(EU)을 이끄는 통치력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메르켈의 지도력이 독일 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도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독일 정정의 불안감에 대한 우려로 하락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기민당은 이번 총선 출구조사 결과 33% 정도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민당이 거둔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중도좌파를 표방하는 사민당의 경우 2차세계 대전 이전부터 따져도 가장 낮은 득표율인 21%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이래 대연정을 구성해온 기민-기사 연정을 지지해온 지지층들의 상당수는 이번 총선에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지로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치러진 프랑스 대선과 네덜란드 총선 등처럼 이번 독일총선에서도 반 난민과 반 이슬람 등 포퓰리즘 정책을 표방한 극우정당이 무시못할 세력으로 부상하면서 기득권 정당들이 큰 상처를 입은 것이다.

 ◇ 유로화 가치 하락

 25일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장 초반 유로화 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0.4% 하락한 1.190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메르켈 총리의 현 연정파트너인 사민당이 연정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유로화는 정정불안에 대한 우려로 이틀간 이어진 상승세를 멈춘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앞으로 정국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좌파인 녹색당과 친기업 보수성향의 자유민주당(FDP) 등과 길고 험한 협상을 필요로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집권 기민-기사 연합의 득표율이 과반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난민정책에서부터 폭스바겐 연비조작 등 스캔들로 얼룩진 독일 자동차 산업 정책에 이르기까지 숱한 난제들을 정치적 타협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 메르켈 “우클릭” 압박 전망

  메르켈 총리는 지난 12년 동안 “실용적 중도주의자(a pragmatic centrist)”로서의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이번 총선 결과에 따르면 메르켈의 행보는 앞으로 상당한 ‘우클릭’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 난민과 반 이슬람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AfD)가 13%대의 득표율로 제3정당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베를린=AP/뉴시스】 24일(현지시간) 실시된 독일 총선거에서 4연임에 도전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베를린 투표장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2017.09.25.

【베를린=AP/뉴시스】 24일(현지시간) 실시된 독일 총선거에서 4연임에 도전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베를린 투표장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2017.09.25.

영국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의 보수진영 지도자들은 선거 때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자신들의 표를 잠식하는 것을 우려한 나머지 난민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이번 총선과정에서 기존의 난민포용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메르켈은 24일 총선 개표 결과를 보면서 자신이 그 대가를 치렀다고 시인했다. 메르켈은 선거 후 독일 정당 지도자들과 가진 TV토론에서 “우리는 불법 이민과 국경 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 AfD, 구 동독지역 지지율 높아

 단숨에 제3당의 자리로 올라선 AfD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구 동독지역에서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AfD는 특히 이 지역의 남성 유권자들을 핵심 지지층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영국 켄트대학의 매튜 굿윈 정치학 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은 다른 많은 나라들의 극우 정당 그룹들과 유사한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제까지는 독일 유권자들은 민족주의적 레토릭(수사학)을 터부시해왔다. 그동안 AfD가 연방의회에는 발을 들여놓지 못한 이유였다. 그러나 이번 총선 결과는 독일이 다른 유럽국가들과 유사한 정치지형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AfD는 그 역사관 때문에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알렉산더 가울란트 AfD 대표는 “독일은 지난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군인들의 성취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권리가 있다”라고 말해 큰 비난을 사기도 했다.

 AfD는 독일의 과거에 대해 그리 많은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나치 정권의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에 대한 추모의 강도 역시 톤을 낮추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AfD의 이같은 입장은 유대사회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굿윈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는 극단주의에 대한 독일사회의 오랜 사회규범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 기민-기사 연정에 대한 실망감이 AfD 지지로 돌아서

【뷔르젤렌=AP/뉴시스】 독일의 새 총리직을 노리는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가 24일 고향에서 부인 잉게 슐츠 여사의 미소를 받으며 투표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앙겔라 메르켈 보수당과의 대연정으로 국정에 참여했던 중도좌파 사민당은 이번에도 총리직 탈환은 어렵고 메르켈과의 대연정으로나마 국정 참여를 기대해야 할 상황이다. 2017. 9. 24.

【뷔르젤렌=AP/뉴시스】 독일의 새 총리직을 노리는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가 24일 고향에서 부인 잉게 슐츠 여사의 미소를 받으며 투표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앙겔라 메르켈 보수당과의 대연정으로 국정에 참여했던 중도좌파 사민당은 이번에도 총리직 탈환은 어렵고 메르켈과의 대연정으로나마 국정 참여를 기대해야 할 상황이다. 2017. 9. 24.

  WSJ는 AfD에 표를 준 유권자들은 기존 기민-기사 연합에 대한 염증과 실망감을 느낀 층들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기민-기사 연합에 대한 반감이 AfD에 대한 지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독일 공영방송 ARD의 출구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AfD에 표를 던진 유권자 중 31%만이 “확신”을 가지고 AfD 후보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60%는 기존 정당들에 대한 “실망감(disappointment)” 때문에 ARD로 돌아선 것으로 조사됐다.

 AfD는 지난 2015~2016년 중동과 남아시아 지역의 난민들이 독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했다. AfD는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사상 최고 기록인 1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AfD의 지지율은 올들어 8%대로 떨어졌다. AfD의 지지율은 그러나 이번 총선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다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기득권 정당들이 분열된 모습을 보이면서 실망한 유권자들이 AfD로 돌아섰기 때문이었다.

 메르켈 총리의 경쟁자인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는 TV연설에서 메르켈 총리가 연정 내 각 정당의 정책적 차이를 모두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총선 직후 슐츠는 '메르켈과의 대연정은 오늘밤 끝났다'라고 선언했다. 중도우파와의 연합이 계속 당의 지지율을 낮추기 때문에 차기 내각에선 야당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번 총선 출구조사에서 기민-기사 연합은 32.7~33.3%의 득표율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지만 메르켈 총리의 개인적인 지지율은 60대 중반의 지지율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WSJ는 현대 유럽의 형성에 기여를 한 정당 중 하나인 기민당의 지지율은 앞으로 메르켈 총리의 4년 임기 동안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보이며 메르켈 총리 역시 이번이 마지막 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