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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실력으로 1등…아빠 모함 받아"(종합)

등록 2019.04.23 18: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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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입은 아버지 앞에서 담담히 답해

언니 "사전에 답 알려준 적 결코 없다"

동생 "교과서와 선생님 말에 충실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시험문제를 유출해 쌍둥이 딸들에게 전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 A씨가 지난해 11월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18.11.06.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시험문제를 유출해 쌍둥이 딸들에게 전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 A씨가 지난해 11월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18.11.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옥성구 기자 = 숙명여자고등학교 정답 유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교무부장의 재판에 쌍둥이 자매가 나와 '실력으로 1등을 한 것인데 학부모·학생들의 모함을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23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교무부장 A(52)씨의 8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은 쌍둥이 자매 B양과 C양이 출석해 아버지 앞에서 증언했다.

먼저 출석한 언니 B양은 아버지인 A씨가 하늘색 수의를 입은 모습을 보고도 담담하게 질문들에 답했다. A씨도 B양의 답을 유심히 지켜보기만 할 뿐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검찰이 '시험 전에 A씨에 정답을 받아서 적은 것이 전혀 없나'고 질문하자 B양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오로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실력으로 1등 한 것인데 아버지가 교무부장이라는 이유로 학부모·학생들의 시기 어린 모함을 받았다는 건가'라고 묻자 "맞다"고 대답했다.

B양은 수사 과정에서 갑자기 성적이 좋아진 이유를 '1학년 1학기 시험을 치르고 교과서 위주 출제 방식과 과목교사의 성향을 터득하고 맞춤형 공부 방법으로 시험 범위를 철저히 암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내신 성적에 비해 전국 모의고사 성적이 안 좋은 이유는 "모의고사에 열의를 두거나 열심히 봐야겠다며 시험을 치른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영어 시험지에 서술형 문제 정답 문장이 적힌 것을 두고는 "공부하다 중요해 기억하려 한 것을 시험 시작 후에 더 정확히 기억하고자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 측 변호인이 '허위로 답하면 더 큰 형사 처벌을 받는다. A씨가 사전에 답 알려준 게 한번이라도 있나'고 경고하며 물었지만, B양은 "아니다. 결코 없다"고 답을 했다. 또 '문제 하나를 암기하는 것과 숫자 20개를 외우는 것 중에 무엇이 더 쉬운가'라는 물음에는 "전자가 더 쉽다"고 말했다.

증인 신문이 끝난 뒤 B양은 "이 사건에 관해 주변과 언론에서 많은 말들이 나왔지만, 판사님은 법정 안 모습을 보고 정확히 판단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지난해 11월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수서경찰서에서 열린 숙명여고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 발표에서 전 교무부장 A씨와 두 딸들에게서 압수한 압수물들이 놓여져 있다. 2018.11.12.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지난해 11월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수서경찰서에서 열린 숙명여고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 발표에서 전 교무부장 A씨와 두 딸들에게서 압수한 압수물들이 놓여져 있다. 2018.11.12.  [email protected]

B양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동생 C양도 담담한 모습으로 비슷한 취지의 증언을 했다. C양은 좋은 성적을 받은 것에 대해 "특별 비결이라고 할 것은 없고, 교과서와 선생님 말씀에 충실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잘못된 풀이과정에서 정답을 도출한 것은 "풀이과정을 통해 도출한 답이 아니라 머릿속 생각으로 도출한 답"이라며 "풀이과정을 미처 다 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얘기했다. 또 시험지에 풀이과정이 없는 이유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정답 유출 의혹이 불거진 후 2학년 2학기 성적이 떨어진 이유는 "공부할 만한 상황이 아닌었던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A씨는 숙명여고에 재학 중이던 쌍둥이 자매에게 시험지 및 답안지를 시험 전에 미리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숙명여고 정답 유출 의혹은 지난해 7월 중순 학원가 등에서 제기됐다. 쌍둥이 자매가 1학년 1학기 각 전교 59등과 121등을 기록했는데, 다음 학기에 전교 5등과 2등을 한 뒤 2학년 1학기에선 각 문·이과 전교 1등을 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자매 아버지인 A씨가 교무부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서울시교육청은 특별 감사를 거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맡은 경찰은 조사 끝에 쌍둥이 자매 휴대전화 메모장에서 영어 서술형 문제 정답과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정답이 적힌 메모, 빈 시험지 등을 확인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A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고, 쌍둥이 자매는 소년보호 사건으로 넘겼다.

한편 숙명여고는 지난해 11월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의결을 거쳐 쌍둥이 자매 성적으로 0점으로 재산정했고, 서울시교육청은 자매를 최종 퇴학 처리했다. 아울러 숙명여고는 징계위원회와 재심의를 거쳐 A씨를 파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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