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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성전환 고백 여대생 "변희수 노력 헛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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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1-30 15:49:27
지난해 성전환 성별정정…숙명여대 최종 합격
'트랜스젠더' 박한희 변호사를 보며 용기 얻어
변희수 하사 수술하기 전 지난해 만난적 있어
"뒤로 가지만 않는다면 언젠간 앞으로 갈 것"
"여군 입장도 생각하라'는 댓글에 가장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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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근현 기자 = 변희수 하사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1.22. khkim@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변희수 하사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뒤로 가지만 않는다면 앞으로 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성전환(남→여) 수술을 받은 뒤 숙명여대 신입학전형에 최종 합격한 A(22)씨는 최근 육군으로부터 '전역 결정'을 통보받는 변 하사에게 이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변 하사가 지금 하는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는 성전환후 여대에 합격한 사실을 공개한 첫번째 인물이다.  

변 하사는 기갑병과 전차승무 특기로 임관 후 군 복무를 이어가다 지난해 겨울 소속 부대의 승인을 받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남→여)을 받았다.

오랜 기간 직업군인을 꿈꿔온 변 하사는 "여군으로 계속 군 복무를 이어가고 싶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육군 측은 "군 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 기준에 따른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고 판단했다"면서 전역 결정을 내렸다. 

A씨는 30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변 하사가 한 명의 군인으로서 임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음에도 단순 외관상의 몇 가지 변화를 문제 삼아 군대에서 내보내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특히 위계질서가 강한 군대라는 조직이 성 소수자들을 더 보수적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A씨는 "법적으로 성별정정이 마무리된 상태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문제를 변 하사가 서둘러 처리했다는 부분은 다소 아쉽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지난해 변 하사가 성전환 수술을 받기 전 만났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변 하사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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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근현 기자 =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1.22. khkim@newsis.com
A씨에 따르면 지난 22일 변 하사가 기자회견에서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육군 측의 전역 결정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밝힌 뒤, 트랜스젠더와 성소수자들은 이에 대해 긍정적·부정적 입장으로 갈려 논쟁을 벌였다.

A씨는 "'어쨌든 이렇게 공론화가 되면 앞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얌전히 살면 되는데 왜 괜히 들쑤셔서 세상을 시끄럽게 하느냐' 등의 의견이 나왔다"며 "저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런 활동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여군 재복무' 문제가 공론화 되면서 변 하사가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은 그에게 달리는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악플)'이었다. 기자회견 이후 변 하사에 대한 기사들에 달린 악플들 중 가장 많이 언급된 의견들은 "함께 훈련을 받아야 하는 여군들의 입장은 생각해 봤느냐", "여군은 그를 남자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지 않다" 등이었다.

이에 대해 A씨는 "변 하사의 이야기가 공론화 된 이후 관심을 많이 받다 보니 응원글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글들도 있었다"며 "특히 개인적으로 '성기만 바꿔 달았을 뿐인데 어떻게 남자가 여군 공간에 침입해서 군생활을 하겠느냐'는 내용의 댓글들이 가장 상처가 되고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아울러 "변 하사는 간부인 만큼 일반병에 비해 생활하는 부분에서 여군들과 마주할 기회가 적고, 변 하사가 먼저 밝히지 않았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밝혔다고 해서 문제될 필요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변 하사가 여군들과 생활한다고 해서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A씨는 이날 자신이 성전환 수술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다른 또래 남자아이들과 내가 다르다고 처음 생각한 건 중학교 3학년 때였다"며 "스스로가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에 괴리감과 회의감을 느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연애를 한 적이 있는데 내가 사귀고 있는 여성이 '좋아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동경의 대상'이자 '내가 되고 싶은 존재'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며 "굳이 질문을 할 필요도 없을 만큼 항상 성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계속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아 수술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A씨는 숙명여대 법과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국내 첫 트렌스젠더(남→여) 변호사인 박한희(35) 변호사를 보며 큰 동기를 얻었다는 그는 "그때부터 법에 관심이 생겼고, 책을 많이 읽으면서 공부해 보니 인권 관련 등 재미있는 주제들도 많아 이 길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나를 보면서 '성전환 학생들도 주민등록번호를 정정하면 여대에 지원할 수 있고, 당당히 합격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며 "입학 전까지 마음을 가라앉히고 편하게 쉬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k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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