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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대 vs 위안부' 두고 소모적 논란…"결국 일제 피해자"

등록 2020.05.26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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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 "정신대 단체에 이용당해"

네티즌들은 "할머니를 재주 넘는 곰으로"

일제 피해자 단체 대표 "구분해야" 주장도

일각 "정신대도 강제동원, 모두 피해자다"

정신대, 피해 적다 비하해선 안 된다 지적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불투명한 후원금 사용에 의혹을 제기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을 앞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하고 있다. 2020.05.25.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불투명한 후원금 사용에 의혹을 제기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을 앞둔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하고 있다. 2020.05.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정신대 피해자들이 위안부 피해자를 이용했다는 취지의 이용수(92) 할머니 발언이 나오면서, 정신대와 위안부 피해자를 분리하는 것에 대한 엇갈린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신대와 위안부의 모호한 경계를 악용해 더 이슈가 되는 위안부 할머니를 함께 끼워 운동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어차피 모두 일제 강점기 피해자인데 굳이 나눠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뒤엉키는 모양새다.
 
26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전날 이용수(92) 할머니가 대구 기자회견에서 "정신대는 공장에 갔다 온 할머니들"이라며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에 대해)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이 위안부를 정신대 할머니와 합의해 쭉 이용해 왔다"고 주장한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현재 거센 논쟁이 일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정신대 만으로는 모금에 어필하기 약하니까 위안부 할머니들 슬쩍 끼워 넣어 재주넘는 곰 역할로 (사용)했다"면서 "사기꾼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신대라는 만두피를 가진 곳에서 위안부라는 만두소를 이용한 것", "정신대와 위안부는 다르다는데, 30년간 정의연은 뭐했느냐, 역사를 바로 알린다면서 기본 개념조차 구분 못 하느냐", "(정의기억연대에 대해) 너희가 정신대로만 지금까지 올 수 있었을 것 같냐, 위안부를 정신대랑 짬뽕한 것도 몰랐네"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한 일제 피해자 단체의 대표인 A씨는 "정신대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 것이고, 위안부는 끌려가 성 노예가 된 것인데 어떻게 같으냐"면서 "정신대만으로는 모금이 잘 안 되니 정대협이 위안부 할머니를 데리고 다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도 다 같은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아무래도 돈을 받고 일하러 간 이들이 포함된 정신대 피해자와 위안부 할머니들이 같은 선상에 놓이면서, 이용수 할머니가 불쾌감을 드러낸 것 같다"고 전했다.
[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5.25.  photo@newsis.com

[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5.25. [email protected]

하지만 정신대와 위안부 피해자를 구분해 정신대 피해자는 피해가 적다는 식으로 비하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 역사교육과 김태웅 교수는 "정신대는 일종의 무력동원이었고, 위안부는 성 노예로 동원된 것"이라면서 "두 용어가 구분되지만, 정대협이 생겨난 90년대까지만 해도 피해자 증언이나 학술연구가 부족해 구분이 제대로 안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하지만 정신대도 강제동원인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모두 엄연한 피해자인데, 굳이 분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네티즌들도 정신대와 위안부를 구분하려는 움직임에 반감을 드러냈다.
 
한 네티즌은 "이 시점에 위안부와 정신대를 나눠서 지적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또 "위안부 할머니들뿐만 아니라 정신대 할머니, 징용으로 고생하신 어르신들 모두 국민과 국가의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네티즌은 "강제징용 사망자만 최소 1만명에서 수만으로 추산된다"며 "정신대 피해자는 편하게 일제에 당했냐"고 반문했다.
 
한편 정대협이 정신대를 위해 만들어진 단체라는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에 대해 정의연은 용어 사용이 혼용돼 있던 시기 정대협이 결성되면서 생긴 오해라고 반박했다.
 
정의연은 지난 25일 홈페이지에 설명자료를 올리고 "1990년대 초 (정대협이) 활동을 시작할 당시에는 (위안부) 피해의 실상이 알려져 있지 않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정신대'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라며 "실제 일제 식민지 하의 제도상 혼용이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대협은 일관되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활동해온 단체"라며 "정대협에 포함된 '정신대'는 운동의 역사적 산물에 불과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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