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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금도 통상임금" 법원 판단에 산업계 위기감 고조

등록 2020.08.20 15: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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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이어 현대중공업·금호타이어·만도 등 대법원 상고심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노조원들이 20일 서울 대법원 앞에서 기아차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 대한 상고심 선고 승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8.20.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노조원들이 20일 서울 대법원 앞에서 기아차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 대한 상고심 선고 승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법원이 1조원대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주면서 산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노사 합의 후 대부분의 직원들이 소를 취하해 충당금으로 쌓아둔 500억원 정도를 지급하면 되지만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 만도, 현대미포조선, 두산모트롤 등 기업들이 줄줄이 통상임금 산정과 관련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파장이 크다.

현대중공업과 금호타이어, 두산모트롤, 현대미포조선 등은 1심에서 신의칙이 부정돼 패소했지만 2심에서는 신의칙 주장이 받아들여져 승소했다. 현재 대법원에 상고심이 계류 중이다.

대법원 1부는 20일 기아차 근로자들이 상여금과 식대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낸 1조원대 규모의 소송에 대해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소송이 제기된 지 9년 만으로, 대법원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11년 10월 기아차 근로자들은 "2008년 8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지급된 상여금과 영업직에 지급된 일비, 중식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이 기준으로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연차휴가수당 미지급분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생산직 근로자의 정규근무시간과 연장근로시간 중 10~15분씩 부여되는 휴게시간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해당하며, 토요일 근무 역시 휴일 근로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소 제기 당시 원고 인원수는 2만7000여명이고, 1심 소가는 6588억원이었다. 지연이자를 더하면 1조원대를 넘어서는 소송이었다. 하지만 2심 판결 뒤 기아차 노사가 통상임금 지급에 합의하면서 대부분 소가 취하됐다. 이에 따라 상고심은 소송을 취하하지 않은 노조원 약 3000명에 대해서만 소송이 진행됐다. 대법 판결로 기아차가 지급해야 할 금액은 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경영계는 대법원 판단에 대해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산업경쟁력이 악화하고 초유의 국가적 경제위기가 발생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신의칙에 따른 예외 적용을 인정하지 않아 산업계의 혼란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대법원의 판결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에 따른 예외 적용을 인정하지 않아 기존의 노사 합의한 임금체계를 성실히 준수한 기업에 일방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추가적인 시간외 수당을 부담하게 했다"며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경총은 "코로나19로 초유의 국가적 경제위기 상황에 기업도 막대한 경영·고용 위기에 처해 있다는 고려는 전혀 없는 판결"이라며 "법원은 신의칙의 판단 근거인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의 적용 기준을 단기적 재무제표를 근거로 판단으며, 이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전략적으로 경영을 추진해야 하는 기업의 경영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 전반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2% 이상으로 R&D나 마케팅에 대한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판결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중대한 경영상 위기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기아차 노사는 통상임금 소송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 고용불안 우려에 의견을 같이하고 지난해 통상임금 소송에 합의했으나 이번 판결로 사법부가 노사 자율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길마저도 가로 막았다"고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이번 통상임금 판결로 예측치 못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 기업경영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산업계의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며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기업경영 위축으로 노사 모두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통상임금 논란의 본질이 입법 미비에 있는 만큼 조속히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야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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