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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빼고 다 뭉쳐…격변의 e커머스, 전열 재정비

등록 2021.03.17 10: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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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미국 증시 상장 후 움직임 빨라져

예고된 쿠팡 물량 공세에 힘 합쳐 맞서

네이버 CJ·신세계와 손잡고 맞대응 나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결과에 지각 변동

쿠팡 빼고 다 뭉쳐…격변의 e커머스, 전열 재정비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쿠팡의 시가 총액 '100조원 쇼크'에 e커머스 업계가 격변을 맞고 있다.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이후 약 5조원를 조달해 전례 없는 물량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자 쿠팡을 뺀 나머지 주요 e커머스 업체가 합종연횡하며 쿠팡 독주를 미리 견제하기 위해 대책을 찾는 형국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e커머스 구도가 '쿠팡 대 나머지'가 되고 있다"고 했다.

◇쿠팡 대 나머지

지난해 국내 e커머스 업체 거래액 순위는 네이버(27조원), 쿠팡(22조원), 이베이코리아(20조원), 11번가(10조원), 롯데온(7.6조원), 위메프(7조원), 티몬(5조원), 카카오(4조원), SSG닷컴(3.9조원) 순이었다.

쿠팡을 뺀 8개 업체 중 상위권인 네이버·이베이코리아·11번가 등과 전통의 유통 강자인 롯데·신세계 등은 최근 e커머스 부문 강화를 위해 굵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모든 업체가 사활을 걸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직감하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의 사업제휴합의서 체결식.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서울=뉴시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의 사업제휴합의서 체결식.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네이버의 약점 보완

가장 주목받는 것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CJ그룹과 동맹을 맺은 데 이어 지난 16일엔 신세계그룹과 손잡았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을 통해 약점으로 지적받던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를, 신세계를 통해서는 또 다른 약점 중 하나였던 쇼핑 콘텐츠를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풀필먼트는 포장·배송·보관·관리·교환·환불 등 물류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해주는 서비스다.

쿠팡은 이번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오픈마켓을 위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대응하려면 국내 최대 물류 회사를 가진 CJ와 협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신세계와 손잡은 것은 식품 등 신세계가 가진 콘텐츠 구성 능력까지 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마치 원포인트 레슨을 받듯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고 했다.

반대로 신세계는 네이버를 통해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확보하고, 부족한 물류 역량을 네이버와 손잡은 CJ를 통해 보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네이버가 가진 IT 역량을 콘텐츠에 활용해 한 단계 진화한 쇼핑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쿠팡 빼고 다 뭉쳐…격변의 e커머스, 전열 재정비


◇이베이코리아는 어디로

앞으로 e커머스 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역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종료한 예비 입찰에는 롯데·신세계·SK텔레콤(11번가)·MBK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당초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카카오는 불참을 선언했다.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 20조원은 어떤 회사와 결합해도 당장에 네이버·쿠팡과 경쟁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예비 입찰 참여 업체 모두 이베이코리아가 가진 '규모'가 절실한 상황이다. 쿠팡과 네이버가 진격을 시작한 상황에서 여기서 주춤하면 영원히 'e커머스 마이너 회사'에 머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최근 실적 부진을 이유로 e커머스 사업부장을 경질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나서 SSG닷컴 키우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텔레콤은 미국 최대 유통 기업인 아마존과 협업하기로 한 데 이어 이베이코리아까지 가져가면 국내 시장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갈수록 약해지는 온라인 부문을 더는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를 가져간다는 것은 온라인 유통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며 "결국 그럴 만한 자신감이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상장하는 컬리와 티몬

쿠팡의 성공적인 상장은 국내 다른 e커머스 업체 상장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마켓컬리는 쿠팡 미국 상장이 진행된 12일(현지 시각 11일) 쿠팡처럼 미국에서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5년 '새벽배송' 시대를 연 마켓컬리는 매년 매출이 2~4배 늘어 지난해는 매출 1조원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티몬은 올해 하반기 중 국내 증권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티몬은 '타임 커머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지난해 신규 가입자가 전년 대비 50% 가까이 증가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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