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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총선서 아랍계 정당 '킹 메이커' 부상…"상상도 못할 일"

등록 2021.03.25 16: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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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루살렘 = AP/뉴시스] 23일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자가 출구조사를 앞두고 그의 리쿠드당 깃발을 흔들며 지지를 표하고있다.

[ 예루살렘 = AP/뉴시스] 23일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자가 출구조사를 앞두고 그의 리쿠드당 깃발을 흔들며 지지를 표하고있다.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이스라엘이 지난 23일 총선을 진행한 가운데 최장수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 진영과 반(反)네타냐후 진영 모두 정권 수립을 위한 의회 과반 의석(120석 중 61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아랍계 정당이 '킹 메이커'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25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과 예루살렘포스트(JP) 등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91.6%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네타냐후 진영과 반네타냐후 진영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군인과 수형자, 코로나19 환자 등 부재자 투표를 포함한 전체 개표는 오는 26일 오전 마무리될 전망이다. 부재자 투표는 전체 투표수의 10%로 최대 11석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현재 25일 오전 현재 4만표 가량이 개표됐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리쿠드는 현재 기존 보다 6석 적은 30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친(親)네타냐후 진영인 토라유대주의(UTJ·7석), 샤스(Shas·9석), '독실한 시오니스트당'(Religious Zionist Party·6석)을 합쳐도 52석에 불과하다. 극우 성향 야미나'(Yamina·7석)를 포함해도 59석으로 과반에 못 미친다.

반네타냐후 진영을 주도하는 중도 성향 정당 '예시 아티드'는 17석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홀라반(8석), 노동당(7석), 이스라엘은 우리의 집(Yisrael Beytenu·6석), 공동 명단(Joint List·6석), 새 희망(New hope·6석) 등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 구성을 저지하겠다고 공언한 정당을 모두 합치면 역시 과반 미만인 57석이다.

반네탸나후 진영은 부패 혐의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를 배제하기 위해 '형사 소추자는 연정 구성권을 가질 수 없도록' 하는 입법에 착수했지만 의회 통과를 위해서는 과반 의석이 필요하다.

두 진영이 대치하면서 제3지대를 자처하는 아랍계 정당 람(Ra'am·통합 아랍 리스트·4석)이 킹 메이커로 떠올랐다. 부재자 투표 개표에 따라 의회 판도가 바뀔 수 있지만 현재 개표율을 기준으로 람을 포용하는 진영이 연정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네타냐후 진영과 반네타냐후 진영은 모두 유세 기간 반유대주의 성향을 이유로 람을 연정 대상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총선 이후 리쿠드 일각에서는 람을 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부패 등 혐의로 기소돼 연정 구성 실패시 정치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해 있는 네타냐후 총리도 유세 기간 람과 협력 가능성을 일축해왔지만 총선 이후 람과 '의회 협력'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고 이스라엘 공영 방송인 칸이 총리 측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오전 리쿠드의 승리를 선언하고 각 정당에 5차 총선을 막기 위해 연정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안정된 정부를 요구한다"며 "나는 그 누구도 함께 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야마나를 포함한 우파 진영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연정 합류를 요청했다.

람 지도자인 만수르 아바스는 제3지대를 표방하고 있지만 아랍계의 이익을 보장한다면 네타냐후 진영과 협력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실용주의 성향인 아바스와 달리 일부 람 구성원들은 극우 시오니즘(유대 민족주의) 정당이 포함된 네타냐후 진영 합류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바스는 현지 매체 라디오 103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부 구성에 관심이 있다. 스스로를 미래 총리로 여기는 모든 사람과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람은 반네타냐후 진영에 속한 아랍계 정당 공동 명단에서 분리된 정당이다. 아바스는 과거 네타냐후 총리와 협력한 이력이 있다고 JP는 전했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아랍계 정당은 과거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와 오슬로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면서 정치적 교착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는 협력을 강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예시 아티드 당수인 야예르 라피드는 네타냐후 총리가 61석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면서 반네타냐후 진영의 결집을 호소했다. 리쿠드 탈당파로 구성된 새희망은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4차 총선에서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이스라엘은 오는 10월 5차 총선을 치르게 된다. 5차 총선에서도 정부가 구성되지 않으면 11월17일 카홀라반 대표인 베니 간츠가 과거 합의에 따라 총리에 자동 취임하게 된다고 JP는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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