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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전술 핵무기 사용 우려 타당한가

등록 2022.03.30 11:34:18수정 2022.03.30 16: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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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상황 악화시켜 악화막는 독트린' 채택

생존 위협 받을 경우 전술핵 사용할 수 있지만

전술핵과 전략핵 사이에 차이는 사실상 없어

"미, 전술핵 사용하면 전략적으로 대응할 것"

[서울=뉴시스] 미국 원자력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에 따르면 러시아는 3000여 개의 저장고에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영국, 중국도 핵무기를 갖고 있다. 이들 국가뿐만 아니라 인도, 파키스탄, 북한도 핵강국이다. 이스라엘도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적은 없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미국 원자력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에 따르면 러시아는 3000여 개의 저장고에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영국, 중국도 핵무기를 갖고 있다. 이들 국가뿐만 아니라 인도, 파키스탄, 북한도 핵강국이다. 이스라엘도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적은 없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트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28일 미 PBS방송과 인터뷰에서 핵무기 사용을 "검토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측 발언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진다. 애당초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특히 페스코프 대변인 발언 전까지 러시아 당국자들이 여러차례 핵사용 가능성을 언급했었다. 그러자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러시아에 "위험하고 무책임한 핵언급"을 중단하라면서 "러시아는 핵전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할 것이 분명해지면 전술핵을 사용해 전세를 뒤집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면 핵보유국들간 본격적인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커진다. 냉전시대 상호확증파괴 이론에 따른 '핵균형'이 러시아가 보유한 전술핵 때문에 취약해진 것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보유 현황을 알리면서 왜 위험한 지를 따져 봤다.

러시아는 1500개 이상의 전술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몬테레이 비확산연구소 제임스 마틴센터 유라시아 프로그램 책임자 새러 비드굿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위험의 정도를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러시아가 전쟁 상황 악화를 통제하기 위해 핵무기에 의존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재래식 무기가 고갈되고 생존이 위험해지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라면서 "그렇지만 푸틴이 정한 금지선이 어디까지인지, 그가 생존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어떨 때 사용할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술핵무기란

"전략" 핵탄두는 도시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핵탄두를 말한다. "비전략" 또는 "전술" 핵탄두는 파괴력이 약하지만 상당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낼 수 있다.

크기가 작고 파괴력이 작다는 점 이외에 어떤 상황에 사용하도록 돼 있는 지가 중요하다.

전략무기는 전쟁 대전략의 일환으로 괴멸적 타격을 가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전략 핵무기의 괴멸적 파괴력에 대한 공포를 공유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전술핵무기는 전장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특정 공격 목적에 맞게 파괴력을 조절할 수 있는 탄두도 있다. 또 "중성자탄"처럼 폭발력은 약하면서도 방사능을 강하게 퍼트리는 폭탄도 있다.

러시아 보유 전술핵무기

미국과 옛 소련은 냉전시기 전술핵무기 개발에 집중했다. 미국과 러시아 모두 소련 붕괴 이후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감축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시절 체결된 2010년 뉴스타트(New START) 핵감축협정에 따라 양국은 핵탄두 보유수를 1550개로 제한했다. 그러나 전술핵무기는 이 협정이 적용되지 않으며 규제하는 국제합의가 없다.

지난달 미 과학자연맹(FAS)은 러시아가 약 4477개의 핵탄두를 보유했었다고 밝혔다. 전략핵탄두 1588개가 폐기됐고 977개가 남아있다고 한다. 러시아는 또 1912개의 비전략핵탄두를 중앙 비축고에 저장하고 있다. FAS는 중앙 비축고가 핵기지에 인접한 곳이 있음을 지적했다. 비전술핵탄두 1500여개가 실전배치에서 해제됐지만 여전히 해체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뉴시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들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응해 동유럽 연합국에서 방위력을 강화하고 핵·생화학 무기 위협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회의 후 별도의 성명에서 나토가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에 4개의 새로운 전투 부대를 창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들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응해 동유럽 연합국에서 방위력을 강화하고 핵·생화학 무기 위협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회의 후 별도의 성명에서 나토가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에 4개의 새로운 전투 부대를 창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미국은 실전배치 핵탄두수가 1644개이며 유럽에 100개의 전술핵탄두를 배치하고 있다. 그외 비축중인 핵탄두가 1984개이며 이중 130개가 전술핵탄두다.

러시아에서 전술핵무기가 갖는 의미

지난 세기 말 경제난 속에 재래식 군사력이 망가지면서 체첸 분리주의자들과 전투에서 고전하면서 러시아 지도부가 핵기술에 큰 관심을 가졌다.

1999년 푸틴 당시 러시아보안위원회 의장은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직후 옐친 대통령이 "비전략 핵무기의 개발과 사용 청사진"을 승인했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됐었다.

서방 전문가들은 최근 푸틴 대통령이 "상황을 악화시켜 추가적 악화를 막는" 독트린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핵독트린에는 등장하지 않는 문구다. 이달초 미 의회조사국(CRS)은 "NATO 회원국에 맞서 핵무기를 사용하는 상황에 맞춘 훈련과 러시아측 발언을 종합할 때 러시아가 인접국들을 강압하거나 위협하기 위해 비전략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고 썼다.

미 과학자연맹(FAS) 방위태세프로젝트 책임자 애덤 마운트는 러시아의 재래식 무기 시스템이 취약해 핵위협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볼 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할 것이다. 핵무기는 약한자의 도구"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가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미국이 1945년 일본에 두 차례 핵폭탄을 투하한 이래 어느 나라도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한 적이 없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자들이 거듭 핵무기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일 뒤인 지난달 27일 러시아 핵부대에 대기명령을 내렸다.

러시아는 또 우크라이나에서 킨잘 극초음속 공중발사 탄도미사일과 장거리 순항 미사일 칼리브르를 사용했다. 두 미사일 모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러시아가 비축돼 있는 전술핵무기를 꺼냈다는 흔적은 없다.

몬테레이 비확산센터 비드굿은 러시아가 비전략 핵무기를 사용할 위험은 낮지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이 필요하면 '상황을 악화시켜 악화를 막는 방식'으로 은근히 위협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듯하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그 방식은 매우 위험하며 의사소통과 해석의 오률로 쉽게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FAS의 마운트는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가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실제보다 훨씬 과장돼 있다. 푸틴이 절박해지면 위험이 커질 것이지만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전쟁에서 이기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2017년 미 전략사령관이던 존 하이튼은 당시 전술핵무기와 전략핵무기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었다. 그는 다른 나라가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의 대응방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누구라도 비전략 또는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면 미국은 전술적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1945년 이후 넘어선 일이 없는 금지선을 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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